새 원내대표 '집권 3년차' 난제 수북
이인영·노웅래·김태년 '3人 3色' 들여다보기

지난 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실 주최로 열린 '백천 조세형 선생 10주기 정학토론회-남북교류협력의 전망'에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이인영, 노웅래, 김태년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뒤를 이어 집권여당의 차기 원내사령탑을 맡을 인물이 오늘 결정된다.

차기 원내대표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정국을 위해 청와대와의 호흡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향후 국정과제에 성과를 도출해야 하고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기 때문에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대정부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파행을 거듭 중인 국회 상황을 정리해야 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소통력도 요구되고 있다.

현재 구도는 3선 중진의원인 이인영·노웅래·김태년(기호순) 의원의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로 결정되는 당 대표 선거와 달리 지역, 계파, 성향, 등을 포함한 복잡한 친소관계로 얽혀있는 국회의원이 유권자이기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은 오로지 의원들 표심에 따라 좌우된다. 더욱이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러지기 때문에 어떤 후보가 당선돼야 당이 더 유리해질지, 공천을 받을 의원 개인의 유불리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 세 후보 모두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처럼 유불리를 따지는 의원들의 속내가 복잡한 만큼 표심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강성’ 운동권 이인영…대야 강경 기조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서울 구로구갑)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 후보는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이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정치인 중 한명이다. 1기 전대협 부의장이었던 민주당 우상호 의원, 3기 의장이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적인 86세대 정치인이다.

범문(凡文)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인 이 후보는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 정책연구 모임 '더좋은미래', 친문(친문재인) 그룹인 '부엉이' 등 다양한 조직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후보는 ‘강경한’ 운동권 출신답게 세 후보 중 유일하게 한국당에게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까지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1일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출마 당시 무덤 속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 철학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이 돼 당정청을 장악한다는 식으로 말했을 때 굉장한 모욕감을 느꼈다”며 “정치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위치에서 극우정치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극우로 가는 한국당과 보수와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한국당과의 협상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에도 이 후보는 지난 6일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최근에 한국당의 모습을 보면 합리적 보수 정치인이었던 나경원 원내대표도 어떤 의미에서는 극우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더 심화되면 한국당도 건강성을 잃고 한국 정치 정체가 불행하게 되기 때문에 이쯤에서 막아야 한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원내대표단이 중요 현안들을 매번 한국당에게 양보를 해왔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 후보의 강경한 태도에 오히려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7일 열린 홍영표 원내대표 고별기자간담회에서 홍 원내대표가 취임 직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 농성을 풀기 위해 드루킹 특검을 내주는 대신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한 것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는 (홍) 원내대표가 지나치게 한국당과 타협적이라고 생각했다”며 “한국당하고만 협상하려는 일관적 태도를 견지했다”며 “국회에는 민주당과 한국당만 있는 게 아니라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도 있고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있는데 왜 꼭 그래야 하는지 당시에 불만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작년 예산 때까지만 해도 한국당과 대화하고 타협해서 잘 지내왔지만 ‘우리 결재없이 안된다’고 하는 그런 태도가 대화와 타협에서는 좋은 태도가 아니다”라며 “다음 원내대표가 또다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미온적·타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노웅래 탈계파·스킨십 강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원내대표 선거 3수생인 노 의원은 MBC 기자 출신으로 민주당 비서실장과 서울시당위원장, 대통령 후보 대변인 등을 지낸 바 있다. 노 의원은 특정 계파나 세력에 얽매이지 않은 중도성향이다. 특정 지지 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불리해 보이지만 그만큼 확장성과 유연함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의원도 이를 강점으로 내세워 지난달 30일 “내년 총선에서 중도진보 진영도 결집할 수 있는 외연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원내대표 출마 선언에서 “내년 총선은 박빙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만큼 외연 확대를 해야 이긴다”며 “촛불에 마음을 합쳤던 중도진보 진영도 결집할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뻔한 원내대표 선거가 되풀이된다면,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변하지 않는 오만한 집단’으로 낙인찍혀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목표와 방향이 아무리 옳더라도 폐쇄적, 배타적인 경직된 모습으로는 이길 수 없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원칙은 지키되 지속가능하게 유연한 이미지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친문 일색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을 꼬집었다.

이러한 가운데 친문 공천을 우려하는 민주당 비주류 세력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전략으로 표심을 챙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 의원은 출마 선언 당시 “공천 과정에서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없도록 의원들을 확실히 지켜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1기 내각과 참모진들의 당 복귀와 함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이 가시화 되면서 이같은 우려가 나왔다.

이를 겨냥 노 의원은 “공천 잡음이나 갈등을 막아내겠다”, “공천과정에서 억울하고 부당한 일이 없도록 의원님들을 확실히 지켜내겠다”, “모든 공천과정이 시스템에 따라 공정하고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힘을 쏟겠다”고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노 후보는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낼 협상력이 주목되고 있자 그간 강점으로 내세운 ‘소통과 친화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노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저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며 “21년 동안 소통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자를 했다”고 했다.

나아가 당정청과의 소통과 관련해서도 “노영민 비서실장은 집안 식구(같은 성씨)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MBC 동기고, 강기정 정무수석은 17대 의원시절 가족모임까지 한 사이고 연구원장으로 오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도 언론 노조를 함께 했던 동지”라며 청와대와의 소통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노 후보는 지난 7일 한국당을 협치 테이블로 부를 구체적 복안도 공개했다.

노 후보는 이날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 국회 선진화법 위반으로 고발된 한국당 의원에 대해 일부 처벌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야당의 지적도 의식한 듯 “쓴소리고 단소리고 국민의 목소리라고 한다면 정확하게 전달해야 된다”며 “총선 결과에 대해선 청와대나 부처가 책임질 수 있는 게 아니고 당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당이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 안팎에서는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시 홍영표 후보를 상대로 38표라는 적지 않은 표를 얻었던 만큼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특히나 노 후보는 고배를 마신 뒤 일찍감치 ‘표 다지기’를 해왔기에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문’ 김태년…능력·안정적 호흡 부각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김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으로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특히나 현 정부 초기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 부위원장과 추미애·이해찬 당 대표 체제에서는 정책위의장을 연이어 맡은 만큼 여당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 그야말로 정책통이라 할 수 있다.

당내 요직을 두루 경험한 ‘친문 주류’로 꼽히기 때문에 당정청과의 소통, 야당과의 협상도 자신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해찬 대표가 민주통합당 대표를 맡았을 당시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 대표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그 전에는 이 대표 연구재단 ‘광장’ 소속으로 오랫동안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춰 왔기에 앞으로도 안정적인 당 운영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정청 조율과 함께 정책위의장·예산결산위원회 간사로서 여야와 협상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 후보도 지난달 30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저는 여야 협상을 가장 많이 경험해본 의원 중에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며 “정개특위 간사, 예결위 간사, 정책위의장 등을 맡아 여야 협상을 할 때 의원님들로부터 결과가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정개특위 간사시절, 당시 여당을 설득해 온라인 입당을 허용하게 하여 200만 권리당원 입당에 기틀을 마련했다”며 “보궐선거를 연 1회로 축소시켜 잦은 선거로부터 오는 폐해를 막는 데도 기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 운영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때문에 이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는 당 중심의 당청관계 설정, 투명한 공천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 중심의 민주당 정부를 구현하겠다”며 “주요 정책결정에서 당이 키를 잡는 역할을 강화하겠다.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당이 중심에 서는 당정청 협력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청와대 출신이라고 해서 꽃가마 태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들 공정하게 경쟁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다시피 우리 당의 공천 룰이 확정돼서 발표가 됐다. 공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일단 예측가능성, 투명성, 공정성이다”라며 “총선 1년을 앞둔 시점에서 공천룰을 확정해 발표 했기 때문에 기회를 갖고 싶은 사람들은 그 규정에 의해서 실력을 발휘 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판세 여전히 ‘오리무중’

4·3 보궐선거 전까지만 해도 당권파로 분류되는 김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고 점쳐졌지만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드러나면서 당청과 한목소리를 내는 친문 중심의 지도부 보다 당청 관계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 후보나 이 후보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날까지도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나 세 후보 모두 60표 이상의 표를 확보했다면서 경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자체적으로 약 60표 이상은 거뜬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 후보 측은 직전 선거에서 받은 38표에 '플러스 알파(α)'로 10여표를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노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표심이 잘 드러나지 않아 확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의원들을) 두세 번 만나려고 했고 세 번째라 검증 깊이가 다르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김 후보는 ‘변수’가 생길 수 있는 결선투표로 가지 않고 1차 투표에서 끝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1차 투표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 총 128명 중 64명의 과반을 얻으면 선거는 끝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과반을 넘지 못하면 상위 1·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벌인다. 결선투표에선 다수 득표자가 원내대표로 선출된다. 이때 3위 후보의 표 향방에 따라 1,2위 후보가 뒤집힐 수 있기에 이번 원내대표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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