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그는 누구인가

서울대 총장 출신에 경제 전문가 이미지···신선함도 한 몫
인물 없는 구 범여권, 정운찬 모시기로 주도권 싸움
정치 전력 전무한 정운찬, 그가 기다리는 길목은?


▲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권도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구 범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이 극도의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한 몫하고 있지만, 스스로도 정계 진출을 의식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언제 발을 딛느냐다. 일각에서는 정 전 총장이 적절한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정 전 총장이 학생들에게 “이번학기 수업은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학기가 끝나는 5월말 또는 6월 초쯤으로 점쳐지고 있다. 물론 정 전 총장도 이에 대해 부인하지는 않는다.


구 범여권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시사신문>에서는 기획특집으로 ▶정운찬 대망론 철저해부, ▶김종인을 알아야 정운찬이 보인다, ▶정운찬, 민생을 파고들라 등 총 3부로 나눠 3주에 걸쳐 그를 철저 해부한다.



정치권 영입 1순위로 꼽히는 정 전 총장은 과연 누구인가. 그가 구 범여권에서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그가 될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운찬 신드롬과 아버지들


그의 강점은 우선 경기고-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벌이다. 우리나라는 서울대 공화국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 총장이라는 간판은 더욱 그의 입지를 높여준다는 것.


여기에 한몫 더하는 것은 그가 경제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현재 국민들은 ‘경제를 챙길 수 있는 인물’을 대권주자 1순위 요건으로 올리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유를 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우선 구 범여권엔 대권주자로서의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정동영·김근태의 투톱 체제는 이미 국민들에게 식상하다. 구 범여권의 최대 주주로서의 역할도 영 시원찮아 보인다. 지난 2004년 총선이후 과반의석을 확보했음에도 국정운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각종 재·보선 40대 0이라는 스코어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국민들은 새로운 것을 원하는 성향이 있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숨은 후보인 정 전 총장에게 그 ‘새로움’을 기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그는 정치권 인사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미 정치권에선 ‘난 정운찬과 친하다’라는 말이 유행어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충청권 출신이라는 것은 금상첨화와 같다. 충청 출신 후보는 충청과 호남의 표를 잠식할 수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영남후보와 맞붙어도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 전 총장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굴까. 정 전 총장은 스스로 자신은 4명의 아버지가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낳아준 생부와 길러준 양부, 경기중학교 재학 중 등록금을 지원해준 서울대 초빙교수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와 마지막으로 스승인 조순 전 부총리 등을 꼽는다.


정 전 총장은 생부는 자신에게 분수와 겸손을 가르쳤고, 두 번째 아버지인 숙부는 그를 양자로 뒀지만 일찍이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세 번째 아버지이자 ‘34번째 대한민국 독립운동가’로 평가 받는 프랭크 스코필드 박사는 그는 정 전 총장에게 등록금을 대주고 신념을 가르쳤다고 한다.


마지막 아버지인 조 전 부총리는 그의 대학이후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전 총장은 조 전 부총리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고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부인인 최선주 씨도 조 전 부총리의 도움으로 결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운찬 경쟁력은 어느 정도?


그렇다면 실제로 정 총장은 열린우리당의 대선후보로 경쟁력이 있을까. 답은 물론 ‘그렇다’다. 구 범여권의 그의 영입전쟁을 보면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한나라당과는 달리 간판스타가 없는 범여권에서는 정 전 총장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


우선 열린우리당은 가장 적극적이다. 대통합신당 추진위와 김종인 민주당 의원 등을 중심으로 ‘대선주자 정운찬’ 추대모임을 구상 중이다.


이들이 정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혁성향의 경제전문가 이미지와 충남출신으로 호남과 충청권을 껴안을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탈당파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더욱 혈안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뭉친 ‘통합신당추진모임’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영입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민생정치준비모임’도 이에 질세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선 통합신당모임의 김 의원이 본격 행보를 보였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 전 총장을 만나 대통합에 교감을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 전 총장의 정치참여 선언은 빠르면 빠를수록 이 나라에 좋다”며 정 전 총장을 ‘나라의 지도자급’이라고 치켜세웠고 “말을 하면 할수록 대단한 사람”이라고 거들기도 했다.


민생정치준비모임의 천 의원도 이날 “정 전 총장 같은 분들이 반드시 큰 사명감을 느끼고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정 전 총장은 정치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일각에선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4·25 재·보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하지만, 그의 파괴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주도권 싸움이 한창인 구 범여권에서 정 전 총장을 영입하는 계파가 대통합의 구심점으로 급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대권가도가 무난해 보이진 않는다. 아니 오히려 험난할 것으로 보는 이가 더 많다. 현재 한나라당의 빅3의 지지율이 워낙 높은 데다 정치 고단수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구 범여권의 대권주자들도 하나둘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떠오르는 대권후보로 한명숙 전 총리와 김혁규 전 경남지사 등과 대결국면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열린우리당의 최대주주인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들과도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특히 온실에서 막 나온 학자가 짧은 기간에 권력을 장악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이 보통의 시각이다. 대권은 목숨을 걸고 평생 치열한 투쟁을 거쳐 쟁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다.


정 전 총장의 정치 경력도 문제가 될 소지는 충분하다. 자신의 스승인 조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을 도운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여야 하는 정치판에서, 평생 학자로 살아온 그가 정치적 역량을 얼마나 발휘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어려운 것은 국민들의 정서다. 조 전 부총리, 이홍구, 이수성 전 총리 등도 대권 앞에서만은 무릎을 꿇은바 있다. 일각에서는 학자 출신들의 정치인들의 실패는 대권 의지가 부족해서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어 정 전 총장에겐 풀어야 될 숙제임에는 틀림없다.


정운찬이 기다리는 길목


무엇보다도 그가 고민하는 것은 ‘불쏘시개’로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선 구 범여권에서 자신을 데려와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야당은 ‘정운찬 죽이기’에 온 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적절한 시점에 정치권에 뛰어들어야 한다. 아마도 정 전 총장은 그 시점과 길목을 찾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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