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에 올인?…장관 임명 문제 등 정권 부담 요소 여전

3월 4주차까지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추이 ⓒ한국갤럽
3월 4주차까지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추이 ⓒ한국갤럽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정권이 이제 3년차에 들어섰음에도 벌써 곳곳에서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만한 적신호가 감지되면서 레임덕의 전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진 文 국정 지지율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003명을 상대로 진행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한 주 전보다 2%포인트 하락한 43%로 나타났고 부정평가는 지난주보다 2%포인트 상승한 46%를 기록해 ‘데드크로스’가 일어난 것으로 29일 밝혀졌다.

그동안 갤럽 조사상 문 정권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 비율을 넘어선 적은 지난해 12월 셋째주, 올해 3월 둘째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43%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역대 최저치인 만큼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문 정권으로선 이전과는 달리 한층 엄중한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무당층에서도 긍정평가는 22%에 그치고 부정평가는 54%에 달할 만큼 문 정권에 회의적 시각이 압도적이었고, 전체적으로 봐도 긍정평가의 이유로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14%) 정도만 두 자릿수였던 데 반해 부정평가의 이유로는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36%), 북한 관계 치중·친북성향(16%) 등 여러 가지가 두자릿수 비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지적 받은 부분이 많아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경제문제는 차치하고 그간 힘을 쏟아온 대북관계조차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시적으로 철수를 단행하거나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시설을 복구하는 등 돌발변수만 잦아지고 미국에서도 대북제재만 장기화하면서 북미 간 대화도 예전처럼 평탄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최근엔 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통해 또다시 여러 비위 의혹 등이 불거진 데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악재가 계속돼 수도권에까지 그 여파가 미쳤는지 앞선 지방선거에서 서초구를 제외한 모든 구청장을 여당이 석권했었던 서울은 어느덧 문 대통령에 대한 긍·부정률이 46%로 동률을 이뤘고 인천·경기지역은 이미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5%포인트 높은 47%로 나타났다.

심지어 충청권에선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10%포인트나 높은 48%를 기록했으며 영남권에선 아예 부정률이 50%이상으로 나왔는데, 그 중에서도 내달 3일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 2곳이 모두 자리한 경남지역(부산·울산·경남 기준)에선 부정평가가 무려 긍정평가 수치의 2배에 달하는 62%로 나왔을 만큼 전국에서 문 정권에 가장 혹독한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경제문제가 꼽혔듯 문 대통령 지지율을 직업별로 살펴봤을 때 최저임금 인상 등 현 정부에서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던 자영업 계층에서 긍정평가는 32%에 그친 반면 부정평가의 경우 63%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돌아선 분위기인데, 조사기간 동안 이전처럼 미세먼지 악화 등 결정적 악재로 작용할 만한 변수가 이번엔 많지 않았음에도 이런 수치가 나왔다는 점에서 이젠 ‘부정평가 우세’ 기조가 고착화되려는 조짐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이런 기류는 정당 지지도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모양새인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한 35%에 그쳐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한 데 반해 제1야당인 한국당 지지율은 1%포인트 오른 22%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갤럽은 대구·경북지역을 예로 들어 “한국당 지지도는 작년 11월 평균 22%였으나 올해 3월 평균 36%로, 같은 기간 보수층에서는 36%에서 50%로 상승했다”며 “한국당 지지도 상승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보수층의 시각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했는데, 영남권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부진한 가운데 이처럼 보수결집까지 이뤄질 경우 4·3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될 수 있어 문 정권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文, ‘김학의 사건’으로 반전 노리나…與 조응천은 빼고 한국당만 표적

검찰이 29일 김학의 사건 특별수사단을 전격 출범시켰다. ⓒ시사포커스DB
검찰이 29일 김학의 사건 특별수사단을 전격 출범시켰다. ⓒ시사포커스DB

일단 한국당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정부여당이 가장 먼저 내놓은 카드는 문 대통령이 故장자연·버닝썬 사건과 함께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관련 사건’인데, 검찰 과거사위원회 발표를 통해 김 전 차관 재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한국당 의원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 데 이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김학의 CD’를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에게 언급했었고, 황 장관도 김 전 차관 사건을 인지했다고 주장하면서 황 대표까지 몰아세웠다.

실제로 박 후보자 청문회에서 벌어진 ‘김학의 CD’ 진실공방과 관련해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29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박영선 잡으려다가 결국 황교안 잡는 꼴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에 맞서 동 라디오에 나온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당시 법무부장관이 차관 인사에서 검증 책임이 없는데 왜 갑자기 황 대표를 끄집어냈을까. 황 대표 흠집내기와 관련된 고도의 정치적 의도”라고 응수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백 의원은 곽상도 의원도 수사대상에 오른 데 대해 “곽 의원이 계속해서 대통령의 친인척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들, 국민적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고 최근엔 감사원 청구까지 했던 입장이기 때문에 계속 이런 문제와 의정활동이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며 “검찰 과거사위라는 것은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2017년 구성됐고 독립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데 청와대에서 이걸 강력하게 조사하라고 하니까 곽 의원까지 포함해서 딱 지명했다”고 주장해 정국 반전을 위한 문 정권의 반전 카드란 의심 어린 시각에 힘을 실어줬다.

이를 보여주듯 현재 한국당에선 수사를 맡은 검찰의 중립성에 의문을 품고 있어 차라리 특검으로 진상규명하자는 입장인데, 또 다른 야당인 바른미래당에서조차 29일 오신환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진실 규명을 위해 특검으로 가야 한다. 대통령도 법무부장관도 민주당도 한국당도 진실 규명을 외치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일갈하지만 정부여당 측에선 박상기 법무장관을 비롯해 줄곧 특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부에선 특검은커녕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겠다는 듯 29일 여환섭 청주지검장을 단장으로 검사 13명 규모의 ‘김학의 사건 특별수사단’도 출범시켰는데, 검찰총장이 지휘·감독하는데다 2013년 경찰 수사 초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외압 의혹도 분명하게 수사대상에 포함시켜 노골적으로 한국당 측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얼마 전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에 대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영장을 청구한 바 있고, 영장 기각 뒤에도 그 윗선일 청와대 수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검찰도 지지율 하락세로 접어든 문 정권의 눈치를 보기보다 객관적으로 수사에 임할 것이란 기대를 내비치기도 하지만 김 전 차관 임명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이던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수사대상으로 거론하지 않았던 데 비추어 대체로 정치 보복이라 판단하는 견해가 여전히 야권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 靑, ‘한미동맹’ 강조하고 장관후보는 ‘최저임금 동결’ 거론…여론 의식?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내달 11일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전하고 있다. ⓒ뉴시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내달 11일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전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와중에 잘 풀리지 않는 대북문제에 있어서도 문 정권은 이례적으로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등 다분히 여론의 변화를 의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내달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29일 밝히면서 “한미동맹 관계를 더 강화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양국 공조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력을 할 예정”이라고 부연해 과거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할 때마다 비핵화나 평화 공조 논의를 우선 언급했던 행보와는 온도차를 보였다.

불과 며칠 전인 21일만 해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서 ‘한미 간에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이견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지금 시점에서 그에 대해 발언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며 말을 아낀 데다 같은 날 국회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동맹이라고 해서 (한미 간) 이견이 없다고는 말씀 안 드리겠다”고 밝혔던 만큼 돌연 ‘한미동맹’에 방점을 두는 입장을 내놓은 데에는 추락하는 지지율을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뿐 아니라 경제 부문에 있어서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과 관련 “내년도 경제 상황이 심각해진다면 최저임금 인상 속도도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갈 수 있지 않겠나”라며 최저임금 동결 가능성도 내비쳤는데, 이 역시 임명권자인 청와대 의중을 고려치 않은 채 발언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경제 악화로 하락한 국정 지지율을 의식해 일부 정책 전환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 인사기준 7원칙에 위배되는 장관후보자들이 다수 나오면서 다시금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야권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어 과거처럼 임명을 강행하다간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데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아 일부 여론을 의식한 변화 기조를 잠시 비친 정도로 국면 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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