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 발의는 판 흔들기”

정국주도권 잡기 위한 대통령의 오기정치···시기도 부적절
국가위한 것 아니다···레임덕 피하고 재집권 활용 의도일 뿐



▲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 사진=맹철영 기자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8일 대권후보간 검증공방과 관련해 “후보 간 검증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국민들에게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어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이날 <시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선준비위에서 토론회 등을 통해 도덕성 등을 검증할 것이지만, 필요하다면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증위에서 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선 시기와 방법에 대한 대권후보 간 이견차에 대해 “강재섭 대표와 후보들은 이미 대선승리를 위해 단합하기로 인식을 같이 했다”며 “후보들 간의 입장차이는 있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유 대변인은 4년 연임제 ‘원 포인트’ 개헌안에 대해 “현 시점에서 개헌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대선필패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편 가르기, 판 흔들기, 정국주도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한편 유 대변인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구여권 러브콜과 관련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라고 규정한 후 “손 전 지사가 구여권 행을 택하는 부도덕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권후보 간 검증공방이 국민의 우려를 증가시키고 있는데.
후보의 검증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은 당의 분열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 한나라당의 공식입장은 후보 측이나 개인에 의한 검증 공방은 국민들에게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경선준비위에서 도덕성, 윤리성은 물론, 권역별, 주제별 토론회 등을 통해 검증을 할 것이지만, 필요하다면 종교인, 법률가 등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증위를 통해 할 수도 있다.

- 경선 시기와 방법을 두고도 이견차가 심해 보이는데.
지난달 25일 강재섭 대표와 후보들은 대선승리를 위해 모든 당원들이 단합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했다. 경선준비위가 시기와 방법 모두 원만하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공감대도 형성했다. 물론 후보들 간의 입장차이가 있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 최근 수요모임이 해체되는 등 당내 대권주자 줄서기에 대한 비판이 많다.
수요모임의 경우 대선국면이 되면서 의원들의 캠프 행으로 사실상 해체된 것과 같다. 수요모임은 그간 당 개혁을 외쳐왔고 비판과 견제를 통한 균형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야기 했지만 대안이나 공통의 가치지향 없이 젊은 이미지로만 당을 바꾸려는 한계가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원들이 궁극적인 것은 집권이다. 자신의 성향과 달리 다른 대권후보 캠프로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고 봐야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근거 없는 비방, 당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 손 전 지사의 구여권의 러브콜은 어떻게 보시는지.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일 뿐이다. 이는 정치도의를 벗어난 비열한 공작정치이며 판을 흔들려는 정치적 음해로 밖에는 볼 수 없다. 손 전 지사 또한 한나라당이 냉전 수구세력이라는 낙인을 벗고 평화세력으로 거듭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주장해왔다. 제가 볼 때 손 전 지사가 ‘구여권 행’을 택하는 부도덕한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노 대통령의 4년 연임제 ‘원 포인트’ 개헌안 발의가 눈앞에 왔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현 시점에서 개헌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대선필패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편 가르기, 판 흔들기, 정국주도권 확보를 위한 것이다. 아무리 유명한 배우라고 해도 관객이 외면하면 무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 노 대통령께서는 더 이상 오기정치를 하지 말고 민생과 안보 등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 정말로 개헌논의가 필요하다면, 내년(18대 국회)부터 개헌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 올해는 대선의 해라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여기에 개헌까지 하게 되면 1천억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 적기임에는 틀림없어 보이는데.
대통령 임기 4년이 지나도록 뭐했나. 임기 초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했을 때 4대 개혁입법에만 매달려 있지 않았는가. 이는 업적의 빈곤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은 아니라 정국의 레임덕을 방지하고 재집권에 활용할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내년에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서 국민여론을 들어보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

- 참여정부의 마지막 총리가 갖춰야 될 조건은 무엇인가.
대선의 해인만큼 어느 때보다 중립적인 색채를 가져야 한다. 또 민생경제와 부동산 가격을 챙길 수 있는 안목과 외교, 안보 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경륜 있는 분이 총리가 돼야 할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에는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비서실장은 항상 대통령을 보좌하고 그림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병완 실장은 너무 앞서 나가지 않았나 싶다. 제가 볼 때는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경우였다고 본다. 특히 개헌안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언론 등을 상대로 하는 것도 그랬다.

-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은 어떻게 보시는지.
지지율이 너무 높아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다. 물론 지지율의 이면에는 우리가 잘한 것보다는 아무래도 노 대통령 실정으로 인한 반사적인 이익이 대다수라고 보고 있다. 참여정부 4년의 실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말은 적게 하고 업적을 내달라고 하는 것이다.

- 한나라당 대변인으로서 활동하신지 8개월이 지났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대변인은 세 가지 임무를 갖는다. 당의 입으로써 논평을 해야 하고, 대표의 공식 스케줄을 수행해야 하며 언론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해야 한다. 그 역할을 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채찍질을 계속하고 있다. 하루는 일이 밀려 밤샘을 하고 다음날 아침 회의에 참석했는데, 너무 비몽사몽해서 인지, 당 대표의 말을 못 알아듣고 횡설수설해서 곤욕을 치룬바 있다. 또 논평 후 많은 분들이 격려 전화를 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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