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의 ‘반민특위’ 발언 자충수에 文의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수사 지시로 형세 뒤집혀

3월 3주차 정당 지지도 ⓒ리얼미터
3월 3주차 정당 지지도 ⓒ리얼미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줄곧 하락하던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25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동반 반등한 반면 그간 상승세를 타고 정부여당을 압박해온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갑자기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난 배경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문 대통령과 민주당, ‘중도층·30대 결집’ 힘입어 반등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성인 2516명에게 조사해 25일 발표한 3월 3주차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95%신뢰수준±2.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2.2%P 오른 47.1%를 기록했으며 부정평가는 한 주 전에 비해 2.5%P 하락한 47.2%로 나와 지난 3월 1주차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던 이래 다시 0.1%P 격차로 골든크로스를 목전에 두게 됐다.

민주당 지지율 역시 지난주에 비해 2.3%P 상승한 38.9%로 지난 3주 동안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다시 30%대 후반으로 올랐는데,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반등에 공통적으로 작용한 주요 요인은 중도층과 TK(대구·경북)지역, 30대의 결집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반해 그간 정부여당에 강경일변도로 대응했던 한국당은 전주보다 0.4%P 떨어진 31.3%를 기록해 2·27전당대회 이후 4주 연속 이어졌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는데, 주 후반인 22(금) 일간집계(목·금, 21·22일 조사)에선 30.4%로까지 떨어져 30%선 턱걸이 위기까지 몰렸다.

다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 역시 주 후반에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띠었는데, 문 대통령의 경우 말레이시아 방문 시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해 외교 결례를 범했다는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의 지적이 쏟아진 21일(목)과 서해수호의날 행사에 대통령이 불참한 데 대한 비판이 나온 22일(금)에 긍정평가가 떨어졌으며 민주당은 18~20일 조사에선 39.9%로 40%선에 육박했다가 마찬가지로 주 후반인 22일(금) 일간집계에선 37.4%로 하락해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내달 3일 2개 지역구 대상으로 보궐선거가 열릴 PK지역(부산·경남)에선 한국당이 2.9%P 지지율이 상승해 38.6%를 얻은 반면 문 대통령은 이 지역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2.4%P 하락한 35.8%를 얻는 데 그쳤으며 부정평가는 무려 58.2%에 달해 이런 한국당에 유리한 국면 역시 창원·성산에서 민주당이 정의당과 진보진영 단일후보를 내기로 합의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분석되고 있다.

물론 한국당도 지도부 관련 몇몇 악재와 더불어 지속적인 ‘강경대응’이 부작용을 불러왔는지 지지율이 소폭이나마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이전과 달리 여당 측과 일부 타협에 나설 모양새는 취하기 시작했는데, 어디까지나 기존 입장을 소폭 완화한 정도에 그쳐 실질적으로 타협안이 나오긴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여당과의 대치 국면을 끝내겠다기보다 일단 ‘양보하는 모습’만 비치는 선에서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 약발 다한 한국당의 강경 발언? ‘반민특위’로 역풍 일자 선회 기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앞서 한국당에선 지난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겨냥 “더 이상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얘기를 듣지 않게 해달라”고 블룸버그 보도 내용 일부를 인용해 촉구하면서 강경 대응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는데, 여기에 같은 당 황교안 대표까지 13일 “뉴욕타임즈는 그보다 훨씬 더 심하게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에이전트라고 표현했다”고 강경 발언 대열에 가세했다.

한국당 지도부의 핵심인 두 인사 모두 강경 발언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자 평소 이미지와는 다르게 적극 공세수위를 높여갔는데, 황 대표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에 대해선 18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패스트트랙은 좌파독재정권 수명 연장을 위한 입법 쿠데타”라고 주장한 데 이어 “사회주의 악법들이 국회를 통과하면 민생은 도탄에 빠지면서 베네수엘라행 지옥열차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심지어 19일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현재 추진 중인 부분 연동형 비례제를 통한 선거제 개혁이 정의당에 유리하다는 점을 꼬집어 “선거제가 개편되면 좌파 홍위병 정당이 대거 국회에 진입한다”고 일갈한 데 이어 20일엔 자신을 둘러싸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수사 무마와 장남 KT채용 특혜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악한 세력은 존재하고 천사도 존재한다”고 맞불을 놓는 데 이르렀다.

하지만 강경 발언이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다 보니 수위조절을 간과했는지 14일엔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고 발언한 뒤 이튿날 의총에서도 “반민특위 활동을 잘했어야 하지만 결국 국론분열을 가져왔다”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방해한 민주당 의원들을 성토했던 한국당이 오히려 20일 정의당 원내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엔 “더 들을 게 없다”면서 전원 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도 자당 의총을 이유로 당초 회의시작 시간을 40분이나 넘어서야 등장한 뒤 먼저 개의했다고 운영위원장에 항의하면서 퇴장하는 등 강경 기조를 계속 이어갔는데, 자신의 ‘반민특위’ 발언에 끝내 발목을 잡히면서 결국 이날 지지율에서 확인됐듯 불리한 형세로 몰리게 됐다.

결정적으로 101세인 임우철 애국지사 등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이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나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발언에 대한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됐는데, 나 원내대표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비판한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2019년 반문특위”라면서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해 전부 친일 수구로 몰아세우는 이 정부의 반문특위를 반대한 것”이라고 강변했다가 도리어 자충수를 둔 격이 됐다.

당장 여야를 막론하고 나 원내대표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자 나 원내대표는 2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거듭 “반문특위란 문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을 친일 수구로 몰아세우고 극렬 공산주의자들 서훈을 내리는 데 대해 쓴 것”이라고 항변했으나 이 정도로 판을 뒤집기는 쉽지 않게 됐다.

그래선지 나 원내대표는 팽팽히 대치만 계속하던 이전과 달리 소폭 물러난 타협안을 제시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선거제와 관련해선 “의원정수를 10% 줄인다는 대전제 하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서 비례의원과 지역구 의석수를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해 줄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비례대표 전면폐지를 주장하지만, 이 점에 대해 조금 열린 자세로 토론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그간 황교안 대표를 겨냥한 정치보복이라고 맞서왔던 김학의 사건 수사와 관련해선 “김학의 특검을 제안한다. 그 대신 맞바꿔 드루킹 특검을 할 것”이라고 역제안했다.

이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이 김학의·장자연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 마치 그들을 옹호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영화 내부자들의 어느 장면을 국민들에게 잘못 각인시키는 우를 범하게 되니 당당하게 대처하라”며 “김학의·장자연 특검과 김태우·신재민 폭로·김경수 윗선 특검 2대2로 타협해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던 홍준표 전 대표의 권고를 참고한 모양새인데, 문 대통령의 김학의·장자연 수사 지시에 대한 맞불로 내놨던 황운하·이주민 특검 주장이 여론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점도 의식한 후속대응으로 보인다.

◆ 다시 기회 잡은 靑·與, ‘김학의 사건’으로 승부수 삼나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재차 김학의 사건 등을 꼬집으며 공수처 설치 필요성까지 역설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재차 김학의 사건 등을 꼬집으며 공수처 설치 필요성까지 역설했다. ⓒ청와대

이런 가운데 모처럼 잡은 반전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청와대와 여당 역시 한국당이 내놓은 타협안을 수용하기보다 일거양득을 노리며 반격의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인데,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 수사를 지시한 지 일주일 뒤인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거듭 이들 3개 사건을 지적하면서 “최근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야합에 의한 부실수사, 권력의 비호·은폐 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매우 높다”며 “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 국민의 요구 속에 정치권도 사회개혁에 동참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야권 일각의 반대로 국회에서 논의가 지지부진한 공수처 설치 문제를 사회적 논란이 된 이번 몇몇 사건을 명분 삼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인데, 한 발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의 딸인 문다혜 씨의 해외이주 등 수차례 청와대를 직격한 곽상도 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도 그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려야 된다고 25일 검찰 과거사위에서 발표하면서 한국당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은 최고조에 달했다.

향후 김학의 수사를 놓고 곽 의원 뿐 아니라 황 대표까지 겨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듯 이미 민주당에선 홍영표 원내대표가 25일 최고위에서 “김학의 사건의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자는 국민 요구를 ‘공작정치’, ‘황교안 죽이기’라 하며 자기 비호에 급급하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수사 자청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한국당으로선 새 맞불 카드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형국인데, 최근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철수로 꼬이는 듯 했던 대북 현안과 관련해서도 25일 북한이 조건 없이 복귀하며 정부에 유리하게 전개돼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4·3지방선거 창원·성산구에선 민주당이 정의당 후보로 진보후보 단일화를 마무리하는 등 한국당을 여러 면에서 몰아세우고 있어 과연 다시금 판을 뒤집을 만한 반전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한국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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