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세택 멕시코 한인회장

"기구한 중남미 이주사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내년 한인이주 10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는 천세택(53) 멕시코한인회장은“멕시코 한인이주사는 세계 한인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비참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이민사는 일제 치하인 1905년 국제이민사기단에 속아 1,033명의 한인이 유카탄반도 메리다 지역의 ‘애니깽’ 농장에 ‘노예’로 팔려갔다. 농장주들에게 저임금과 폭행에 시달렸고 견딜 수 없어 도망을 하다 잡히면 발목을 잘리기도 하는 등 학대와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고국에 대한 열정 탓에 일제시대 때는 독립자금 모금에 앞장서기도 했다. 그들의 후손은 현재 5세대까지 내려왔다. 1997년 한인회장에 오른 천회장은 IMF 이후 멕시코 한인사회도 침체상태”라며“내년 100주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통해 의기소침해진 한인사회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 새 출발하자는 게 멕시코 5만 한인들의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멕시코 한인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로 두 가지를 꼽았다. 교민들의 정체성과 동질성이 갈수록 희미해진다는 것과 멕시코인들이 한인들에 대해 좋지 않은 평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 교민들은 1905년 이민그룹과 1970년 이후 이민그룹이 나뉘어 있습니다. 서로 교류가 잘 안되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첫 이민그룹 후손들에게 모국은 잊혀진 존재입니다. 단 한번도 모국은 지원의 손길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지구 반대편 땅덩어리에서 척박한 삶을 살아온 그들은 한인사회에 나서길 꺼립니다. 그래서 멕시코 한인회가 중심이 돼 매년 5월1일을 한인의 날로 정하고 그들을 초청, 동질성 회복에 힘쓰고 있습니다" 천회장은 한인회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한인에 대한 현지인들의 평판과 “멕시코인들이 갖고 있는 한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두 가지 측면에 있다고 했다. 한인과 멕시코인과의 결혼이 문화적 차이로 인해 결국 이혼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멕시코 사회에 부정적인 인상을 주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멕시코시티 중심가에 있는 상권에 한국인들이 진출하기 시작하자 기득권 세력인 유대인들이 멕시코인들에게 반한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IMF 이후 한인들이 세무사찰을 당해 36명이 감옥 갔다고 했다. 천회장은 내년 5월에 있을 멕시코 이민 100주년 기념행사를 한인사회가 다시 일어설 아주 중요한 기점으로 생각하며 우리 한인이 멕시코인들과 100년이나 삶터를 공유해왔다는 사실을 알면 멕시코인들도 한인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번(6월 1일)노무현대통령 초청 청와대 다과회를 갖는 자리에서 "내년 멕시코 이주 100주년 기념사업은 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명예위원장이 돼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안인 만큼 우리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양국간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며 "노대통령도 내년 '멕시코 이주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내년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이 멕시코 한인사회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러나 큰 행사를 앞두고 있는 천회장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2년 전부터 국회와 정부에 100주년 기념사업 지원을 요청했지만 예산부족으로 국회에 통과가 보류됐다. “고국은 교포들을 외면하고 있으나 이번에도 한인회장단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청원할 것입니다.” 천회장은 경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8년 전 ‘넓은 땅에 가서 내 인생을 개척해보자’는 마음으로 해외로 발길을 돌렸다. 이민 초창기에 동대문·남대문·평화시장을 오가며 보따리장사로 시작해 이젠 섬유·안경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충남 논산시와 멕시코간의 자매 결연을 추진중이며 내년 5월에 치를 멕시코이민 100주년 기념식에 임성규 논산시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가족은 부인 박수온(45)씨와, 효성(17)군, 송이(15)양, 한슬(10)군 1남2녀로 아들 효성(17)이는 브라질에서 클럽팀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제5회 세계한인회장 대회-'670만 동포 한민족공동체'발전방안 논의 50개국 270여명 참석, 내년부터 이주사 편찬 전세계 170여개국 670만 재외동포를 대표하는 한인회장들이 동포사회의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회 세계한인회장대회' 개막식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독일, 멕시코 등 50개국 270여명의 한인회장이 참석했다.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마련된 이번 대회에서 참석자들은 한민족공동체의 번영과 재외동포 사회의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첫날 전체회의에서 각국 한인회장들은 이번 대회 의장에 김기철 뉴욕한인회장을 선출했으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주최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1일에는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주제로 특강했으며, 회장단은 노대통령 초청, 청와대에서 다과회와 외교통상부장관 오찬에 참석하기도 했다. 대회기간에는 내년 '멕시코 이주 100주년 기념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방안과 양국간의 협력방안이 논의됐다. 이 사업은 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명예위원장이 돼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안인 만큼 정부에 종합병원을 지어주도록 요청해 한·멕시코 합작으로 내년에 개원하며 국민회관 복원, 기념비 건립, 이민사 편찬 등 비중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첫날 개막식 행사에서 재외동포재단 이광규 이사장은 “바쁜 일정에도 먼길을 마다않고 모국을 찾아준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재외동포는 21세기 세계화시대의 국력이므로 지원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사편찬위원회 이만열 위원장도 개막식 축사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이질감에 적응하면서 한인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낸 해외교민들의 역사야말로 한민족의 강인한 생명력과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내년부터 해외 한인사 편찬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한인회장들은 2일 분과회의 보고에 이어 재외동포들이 모국발전에 적극 기여할 것과 정부에서도 재외동포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취재 김부삼 기자 kbs@sisafocus.co.kr 사진 임한희 기자 lhh@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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