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어깨힘 빼면 어엿한 사업가, 패션모델"

구치소내에서도 보복행위? 교도소에 들어간 조폭 두목을 경쟁 조직 행동대원이 교도소 내에서 폭행 하는 것은 마피아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인 부산의 대표적 폭력조직 ‘유태파’ 두목 김아무개(47)씨가 구치소 안에서 다른 폭력조직원에게 맞아 중상을 입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11시께 부산구치소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던 도중 갑자기 달려든 폭력조직 ‘연장파’ 부두목 양아무개(28)씨에게 마구 두드려 맞아 광대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상처를 입고 수술 뒤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구치소에 함께 수감돼 있는 양씨가 구치소 건물 2층 세면장에서 1층으로 신발을 떨어뜨려 신발을 찾으려고 운동장으로 내려갔다가 김씨와 마주치며 일어난 우발적 사고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부산의 폭력조직 구도가 지역 최대 조직인 칠성파 및 연장파 등의 추종세력과 칠성파의 세력 확장을 막으려는 유태파, 20세기파 등으로 양분돼 서로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는 점에 비춰 이날 사고가 계획적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김씨는 지난 4월21일 조직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상 면세유를 불법으로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석유사업법 위반)로, 양씨는 지난달 25일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각각 구속됐다. 조폭 한국형 마피아로 전환 조폭이 바뀌고 있다. 과거 조폭은 주로 유흥업소 장악을 위한 영역 다툼을 벌이며, 건설관련 이권개입등을 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합법화 된 기업형 조직으로 탈바꿈 하면서 금융업 등에 진출하는 등 점차 기업ㆍ지능화하고 있다. 미국의 마피아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반면 규모 10명 이하의 소규모 신규 폭력조직은 크게 늘었다고 한다. 기존의 중대규모 조직은 마피아형으로 기업화하고, 폭력 현장에는 신규 조직이 유입되는 ‘이원화’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1급 조폭 규모는 총 200여 개 파, 4,000여명. 이들은 활동 동향이 정기적으로 체크될 만큼 주요 감시대상. 그러나 B,C급 폭력배까지 포함할 경우 전국적으로 400여 개 파, 1만1,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20세 이상 남성 1,500명당 1명이 조폭 리스트에 올라 있는 셈이다. 한 경찰청 수사국 관계자는 “기존 대형 조직들이 금융ㆍ사채업 등 합법화한 기업형으로 전환하면서 적발 건수가 줄어든 반면 소규모 신규 조직 결성이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며 “최근의 심각한 청년실업과 ‘친구’와 ‘야인시대’등 조폭을 미화한 영상매체의 영향으로 10대들의 폭력조직 유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부동산, 건설등 다양한 사업 전개 과거 서방파 두목 오모씨 등이 파이낸스 회사를 차려 금융사기 행각을 벌인 신양팩토링 사건에서 보듯 조폭의 금융업 진출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근래 적발된 G&G 이용호 게이트 역시 조폭이 개입한 전형적인 금융사기 사건이다. 국제 PJ파 고문 여운환 등은 벤처 기업의 M&A 작업을 유도하고, 가공인물을 마치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해 증시에 투자, 개미군단을 끌어 모으는 ‘작전세력’에 가담했다. 또 자금사정이 어려운 유망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주고 경영권을 가로채는 수법도 쓴다. 굿모닝시티 상가분양에서 밝혀졌듯 요즘 조폭은 합법적으로 상가 분양회사의 직원으로 옷을 갈아입고 상가 분양과정에 개입해 상인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상가를 분양 시키는 등 압력행사에 나선다. 신도시 지역의 아파트 분양 등에도 막대한 입김을 행사하기도 한다. 또 부도가 난 건물이나 입주자들 때문에 골치 아픈 건물 입찰에 관여해 경락을 받은 후 건물을 타인에게 넘기면서 건물 입주자들의 방해를 처리하는 해결사 노릇을 하기도 한다. 한편 소규모 건설업 면허를 대여 받아 건축을 하면서 건축하청 사고처리를 하는 것도 요즘 조폭들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건설업체에서 내장재, 알루미늄 샤시 등 부대시설을 도급 강요하고 건설업체에서 분양하는 오피스텔, 스포츠클럽 회원권, 상가 재분양 하는 곳에서도 조폭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카지노업이 폭력조직의 새로운 자금원으로 부상하면서 조폭은 특급호텔 등에 개설 예정인 카지노는 물론 홍콩, 마카오 등에까지 사업진출을 노리고 있다. 또 호텔 빠징고 사업의 몰락으로 사행성 전자오락실이 조폭의 새로운 자금줄로 정착됐다. 경마장을 무대로 사설경마를 붙이는 ‘마때기’업 등은 옛날이야기이고 요즘에는 골프장을 무대로 도박 골프를 붙여 중간이익을 챙기는 사업이 활기를 뛰고 있다. 옷은 명품을 선호 요즘 명품 브랜드의 VIP고객은 대기업 오너나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다. ‘조폭’이다. 흔히 조폭하면 단순한 검정양복이나 허름한 작업복을 상상한다. 그러나 요즘 조폭은 명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조폭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씀씀이 덕택에 고급 브랜드 매장의 VIP고객으로 등장했다. 조폭은 주로 브랜드 로고가 선명하거나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의 제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조폭은 패션과 유행에 민감해 특정 브랜드 마니아가 많다”면서 “미국에서도 명품의 최대 소비층은 마피아다”라고 전했다. ㅎ사 매장의 한 직원은 “조폭 손님은 짧은 머리와 건장한 체격의 외모에다 보통 부하를 여럿 데리고 오기 때문에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대충 ‘필(feel)’이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너도 좋고 통이 커서 매장 직원으로부터 환영을 받는다”면서 “단골은 보통 한번에 수백만원어치를 사지만 1천만원 이상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패션업체의 일선 직원은 “조폭은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신용카드를 쓰지 않고 007가방 같은 곳에 현금을 넣어가지고 와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한번은 단골에게 우수고객관리 차원에서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학교(교도소)’에 다녀왔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이들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어 고민이라고 한다. 자칫 ‘조폭 브랜드’로 알려져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한 패션업체는 한때 본사 차원에서 디자인을 바꾸거나 타깃 연령층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포기했다. 단골이 떨어져나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조폭은 매장에서야 당연히 VIP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고민이 많다”면서 “조폭 브랜드로 낙인이 찍힌다고 찾아오는 손님을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값비싼 명품으로 신분과 경제력을 주위에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이 그들의 심리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조폭 단속에 금융거래 정보 분석 등 경제사범 수사기법 도입 최근 검찰은 거물급 기업형 조직폭력배의 단속에 금융거래 정보 분석 등 경제사범 수사기법이 적극 도입했다. 검찰은 최근 조직폭력배가 외형상 합법을 가장해 건설업계와 부동산 투기, 사금융 등 경제 전 분야에서 막대한 불법 수익을 거둬들이고 심지어 외국 범죄조직과도 연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서울지역 조직폭력 전담 검경 합동수사부 체제를 전국 6대지검까지 확대해 가고 있다. 검찰은 이를 위해 금융정보분석원과 공조해 의심스러운 금융거래 정보를 입체적으로 추적하고 국세청 등 유관기관의 전산자료를 활용해 조직폭력배의 자금원을 차단하고 범죄수익을 박탈해 존립기반을 와해시키는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조폭의 범죄 유형별로는 갈취 및 이권 개입형 범죄가 전체 52.0%를 차지했고 지역별로는 서울과 인천, 수원 등 수도권이 44.4%, 대구와 부산지역이 23.3%로 전체의 67.7%를 차지해 주로 경제규모가 큰 지역에서 조직폭력배의 불법 활동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110억원대의 오피스텔 사업권을 강탈해 검찰에 적발된 군산 그랜드파 사건이나 국내 조직폭력배와 연계해 100억원대 상속세를 포탈한 일본의 스미요시가이파 사건 등에서 보듯이 일부 조직폭력배들은 이미 상당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막대한 불법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은퇴한 한 거물급 조폭은 “과거의 조폭(조직폭력배)에서 훈장처럼 생각했던 의리와 우정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철저한 조직 생리와 냉정한 비즈니스 마인드만 존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검찰청 한 관계자는 “아무리 양지에서 합법적인 것처럼 활동해도 조폭은 조폭일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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