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 총리 인준안 부결...민주당 이탈표 발생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장 상 총리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장 총리 임명동의안은 이날 재적의원 259명 중 244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한 표결에서 찬성 100표, 반대 142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찬성표가 출석의원 과반인 123표를 넘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국회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헌정사상 7번째로, 지난 60년 8월 김도연 총리서리 인준안이 부결된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표결에는 한나라당 소속의원 128명, 민주당 111명, 자민련 14명, 군소정당 및 무소속 의원 6명 가운데 한나라당 3명, 민주당 6명, 자민련 5명, 무소속 정몽준 의원 등 15명이 불참했다. 총리 인준안이 부결됨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말 국정운영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와 함께 일부 이탈표가 발생한 민주당 내부의 갈등이 심해지고 한나라당과 민주당간 대립이 더욱 첨예화되는 등 정국이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를 기대해온 여성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이에 앞서 정대철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경과보고를 통해 “이번 청문회에서 도덕성에 관한 국민의 높은 요구수준에 비춰 국정지도자는 평소 자신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위는 지난 29,30일 이틀간 장 총리 지명자와 증인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인사청문회를 열어 위장전입 및 투기 의혹과 장남 국적 및 학력 시비 등 장 지명자 신상관련 의혹을 추궁하고 국정수행능력을 검증했으나 장 지명자의 답변이 의혹을 명쾌하게 해소하지 못해 비판여론이 확산됐다. 표결에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은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인준안 처리대책을 논의,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자유투표를 실시키로 했고, 민주당은 ‘느슨한 권고적 당론’으로 인준안 찬성투표 방침을 정했다. 국회는 이날 인준안 표결 후 사채이자율을 7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대부업 등록·금융이용자보호법안과 오는 11월부터 상가임대차 계약을 5년간 동일조건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30개 법안을 처리했다. 신임 총리 인준안 제출해야 총리 인준안이 31일 부결됨에 따라 앞으로 가능성은 정부가 장 상(張 裳) 총리 서리에 대한 인준안을 재작성해 국회에 다시 제출하거나, 대통령이 다른 인물을 총리로 지명한 뒤 임명동의안을 새로 제출하는 2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장 서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다시 제출하는 것은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중에 다시 상정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7월 임시국회에선 불가능하지만, 8월 임시국회나 정기국회에선 가능하다는 게 국회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이론적’ 가능성일 뿐이다. 사상 처음으로 법률에 의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른바 `민의의 대변기관’인 국회에서 인준이 부결된 것을 다시 제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때문이다. 과거 이윤영씨에 대해선 지난 48년, 50년, 52년 세차례 임명동의안이 제출돼 모두 부결된 사례가 있으나, 부결직후 임명동의안을 곧바로 다시 낸 경우는 아니다. 이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이 다른 후보를 물색, 총리로 지명하고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장 서리에 대해서와 같은 절차를 거쳐 인준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국회가 장 서리에 대해 ‘위헌’ 논란을 벌여놓고도 그에 따른 법적 보완을 게을리 하는 바람에 김 대통령이 새 인물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앞서 총리 서리로 임명할 경우 소모적인 위헌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국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장 서리는 헌정사상 7번째로 ‘서리’ 딱지를 떼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역대 총리 중 ‘서리’ 꼬리표를 달았던 인물은 장 서리까지 모두 21명. 내각제를 채택했던 제2공화국, 총리에 대한 국회 동의제 자체가 없었던 제3공화국, 총리서리 임명을 억제했던 문민정부 시절을 제외하면 상당수 총리가 서리를 거쳤다. 이중 신성모(1950년.1-2대총리 사이) 허정(1951-52년.2-3대 사이) 이윤영(1952년.2-3대 사이) 박충훈(1980년.13-14대 사이) 이한기(1987년 18-19대 사이)씨가 총리서리 상태에서 물러났고 백한성(1954년.5-6대 사이)씨도 임시서리로 퇴장했다. 장 총리서리는 6공 이후 처음으로 ‘서리’ 꼬리표를 떼지 못했으며 특히 국회에서 총리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바람에 정식 총리가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장 상 서리, “겸허히 수용하고 존중한다” 장 상 총리서리는 31일 오후 국회에서 총리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장 서리는 이날 김덕봉 공보수석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회의 인준을 받지 못해 국정운영에 큰 어려움을 끼쳐 드리게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 서리는 “첫 여성총리로서 21세기를 맞아 이제 여성도 남성과 함께 국가발전을 이끄는데 보다 큰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큰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한 점 또한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장 서리는 “이번 일을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고 한단계 성숙하는 발전적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 서리의 거취와 관련, 김 공보수석은 “예기치 않은 상황이라 좀 더 절차를 세밀하게 검토한 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총리서리직을 사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 “무책임한 정치 공세”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31일 국회 본회에서 장 상 총리 지명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데 대해 논평을 내고 “우리당은 임명동의안을 가결시키려고 ‘권고적 당론’을 전제로 표결에 임했으나 거대야당인한나라당의 반대로 인해 대단히 유감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청문회 이전부터 청문회 전과정까지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일관했다”면서 “임명동의안 부결로 지금부터 예상되는 국정혼란과 표류에 대해한나라당은 깊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아들의 병역문제와 원정출산, 호화빌라문제, 부친의 친일의혹 등 장지명자보다 훨씬 더 심각한 도덕적 흠결을 안고 있는 분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있는 한나라당이 어떻게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는지 혼란스럽다”며 “이회창후보의 여러 의혹들에 대해 계속 추궁하고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31일 장 상 총리 지명자의 국회인준 부결에 대해 “인준안이 부결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이는 도덕성, 신뢰성,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국회 청문회 결과와 민의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늘 큰차이로 부결된 것은 스스로 정책여당을 자처하는 민주당내 정파적 대립의 산물”이라며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당은 오늘로써 사실상 집권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으며, 후안무치한 자세로 자신의 허물을 덮어씌우려 한다면 스스로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란 점을 경고한다”면서 “정부는 자격있는 후보를 빨리 추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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