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조합원 이끌 이석행 민주노총 신임위원장

2차 투표 끝 당선···현장대장정으로 조직력 복원할 것
노·사·정 대화 물꼬 트이나?···교섭과 투쟁 병행할 터

▲ 이석행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석행 신임위원장과 이용식 사무총장 체제로 돌입했다. 향후 3년간 80만 조합원을 이끌어야 할 이 위원장은 벌써부터 어깨가 무겁다.
우선 민노총은 내홍위기를 겪고 있다. 산적한 노동문제 해결도 급선무다. 온건파로 알려진 이 위원장이 이러한 강경노선의 민노총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7일 새벽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제5기 집행부 선거가 열렸다. 기호 1번의 양경규-김창근 후보조와 기호 2번의 이석행-이용식 후보조가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온건바람 부는 민주노총
민주노총에 다르면, 2차 투표 끝에 기호 2번인 이-이 후보조가 새 집행부로 당선됐다고 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확보를 하지 못해 2차 투표로 넘어갔고 대의원 919명 중 482명의 지지를 얻고 새 위원장과 사무총장이 당선되는 순간이었다.

이 신임위원장은 ‘비정규직, 민중과 함께 하는 민주노총 재창립’이라는 구호로 출사표를 던졌다. 비정규직 철폐와 보호법 재개정, 최저임금 월 100만원, 비정규직 노동자 60만 명 신규 조직화 등을 내걸었던 것이다.

이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믿고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민중들에게 바치겠다”며 당선 소감을 말했다.
이 위원장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양경규 후보에 비해 ‘온건파’로 분류된다. 투쟁만이 아닌 대화를 통해 국면을 돌파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반면 양 후보는 투쟁을 중시하는 중앙파다.
노동계에서는 이 위원장의 당선으로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두고 칼날을 세웠던 노사정 관계가 진일보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민주노총 자체가 강경노선이라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계의 양대산맥중 하나인 한국노총은 비교적 온건노선을 지켜온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이 위원장의 당선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강경투쟁으로 민주노총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에 대해 대국민 여론을 올리고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의지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문제는 조합원들의 내홍이다. 현대자동차 파업에서 이미 조합원들 사이의 결속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
이 위원장은 당선 소감에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내홍’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7년은 노동계에서 주목할 만한 해임에는 틀림없다. 대선은 물론이고, 한미 FTA, 비정규직 보호법안 등이 산적해 있어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
80만 노동자들의 지도자로서 다시 태어난 이석행 신임위원장. 그의 리더십이 기대되는 해임에는 틀림없다.


노·사·정, 대화 복원?
이석행 위원장의 당선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역시 노·사·정의 대화 복원일 것이다. 여기저기선 “곧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기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파업을 결의하는 주체와 실제 실천에 옮기는 주체간 괴리가 컸다”며 “파업은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은 강력한 투쟁을 일삼는 것이 정례화 됐고 정파간 갈등도 예상되고 있어 당분간은 힘들 것이란 분석에 힘이 몰리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도 “지금은 대화할 힘이 없다”며 “흩어진 조직력을 현장을 누비면서 강화한 뒤에는 어떠한 대화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도 “각종 현안에 대해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의 현장 조직력 복원이라고 본다”며 “직접 6개월에 걸친 현장대장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노총의 위기에는 집행부와 현장의 괴리감이 비생산적인 정파간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 두 가지를 ‘현장대장정’을 통해 풀어 나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이어 “2월 한 달간 준비해서 3월 초부터 15개 지역본부를 거점으로 현장을 돌 것”이라며 “저 혼자만의 현장 대장정이 되지 않기 위해 준비 과정뿐 아니라 실천에서도 각 정파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파간 통합을 위해 새 집행부는 ‘노동운동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즉, 조직력 복원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대화의 장과 힘이 실릴 때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교섭은 교섭답게 분명한 틀을 갖추어서 할 것”이라며 “그동안의 교섭은 정부가 이미 다 안을 만들어 와서 받을 지 말지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는데, 제대로 된 교섭이 되려면 정책을 만드는 초기부터 함께 논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변화가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해 12차례의 총파업을 통해 얻은 것이라곤 국민들의 외면이 다였던 것은 사실이다.
명분과 거리가 먼 파업은 정치파업이라는 지탄만을 받아왔고, 특히, 현대차 사태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거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 대림산업 건설노조와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가 민주노총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비판하며 탈퇴한 것은 민주노총의 떨어질 때로 떨어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민주노총의 고립은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탓도 있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먼저 빌미를 제공한 우리에게 문제가 있다”고 전제한 뒤 “도덕적으로뿐만 아니라 양치기 소년처럼 말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음으로서 그런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교섭과 투쟁 병행할 것

지난 26일 당선된 민주노총 제5기 7대 집행부. 그 중심에 있는 이석행 신임 위원장은 ‘온건파 집행부 단선’이라는 일각의 평가해 대해 “교섭과 대화는 물론 하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투쟁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이 신임 위원장 중심의 민주노총의 행보에 노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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