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막바지 ‘대(大)공수낙하’ 대기하는 초조한 정치권

한전 사장직 등 2, 3월 공기업 인사태풍 예고···정치권 마지막 기회?
4월 공공기관 운영법 시행···제도 바뀌어도 인식 안 바뀌면 ‘글쎄~’



▲ 청와대
▲ 한국전력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 1년. 정치권에선 너도 나도 조바심에 휩싸였다. 바로 공공기관 기관장 또는 감사 자리를 놓고 말이다. 특히 참여정부에 관여했던 또는 물밑접촉을 해왔던 인사들로서는 이번에 감투하나 받지 못하면 ‘끝장이다’라는 생각이 팽배하게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오는 4월부터는 ‘공공기관 운영법’ 시행령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낙하산 인사는 원칙적으론 불가능하게 된다. 쉽게 생각했던 감사나 비상임 임원 자리도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정치권 인사들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뿐만 아니라, 자신의 치부가 들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마지막 ‘낙하산 인사’가 될지 모르는 치열한 2월과 3월에 주목해 보자.


정치권에선 2, 3월을 넘기면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특히 4~5월은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 자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지금 놓치면 끝장?
공모가 보통 1~2달 전에 나기 때문에 이 번 만큼은 ‘공공기관 운영법’ 시행령을 비켜갈 수도 있어 더욱 치열한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미 시작된 곳도 있다. 최근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김원창 씨가 선정된 것. 각종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 후보들을 제치고 선정됐다.

1월에만 6곳의 기관장 또는 감사자리에 대한 인선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자리는 역시 한국전력 사장직이다. ‘장관급 사장’이라고 불리는 한전 사장직은 연봉이 2억 5천만 원에 이른다.

또 공기업 내 최고 서열에 위치해 있어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한준호 현 사장 후임의 인선작업이 최근 시작됐다고 한다. 전 공모 때도 공직과 민간 출신 34명이 응모해 열띤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동서발전, 남동발전, 남부발전 등 4개 발전자회사 사장 공모도 2월중에 시작될 예정이다. 이 곳 역시 4월에 시행되는 법을 피해 임원인사청문회를 피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한국농촌공사 사장, 한국정밀화학공업진흥회장,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임기가 2월중에 끝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도 공석이다. 김영주 산자부 장관의 취임과 함께 곧 자리배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실제로 작은 규모를 제외한 공공기관 120개 중,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 또는 감사 자리만 모두 68개에 달한다고 한다. 절반이상의 기관장, 감사 자리가 바뀐다는 것이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금융 행장과 기업은행장 등 주요 금융 CEO들의 임기가 곧 마무리 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주택금융공사와 서울보증보험 사장 등도 3월중에 임기가 끝나 곧 인선작업에 착수한다고 한다.

공기업 임원 선임은 능력 위주로 이뤄지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기관장과 감사자리는 과거부터 ‘낙하산 인사’, ‘보은인사’라는 말이 나돌았고, 현 정부에서도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았다는 분석이다.


참여정부는 낙하산정부?
현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는 정연주 KBS 사장 재임명이다. 노조의 강력한 저항과 ‘역주행 출근’ 등으로 곤욕을 치렀으나, 본인 스스로나 청와대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현재 31개 공기업 CEO 중 청와대출신 또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 7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과거 새천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부산선거대책위원장 출신인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의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김기영 88관광개발 사장은 열린우리당 정무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이다.

31개 공기업 감사자리도 절반 정도가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이도섭 대한석탄공사 감사, 양민호 대한광업진흥공사 감사 등은 모두 노 대통령 후보 캠프 출신들이다. 또한 김종구 한전KPS 감사와 임좌순 한국수출보험공사 감사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는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당연한 권한 행사’라고 주장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모든 과정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청와대의 ‘당연한 권한 행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봐야 한다. 청와대는 우선 인사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즉, 능력 있는 인사를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부작용을 없애겠다는 것.

이를 위해 CEO 추천위원회를 만들어 참여정부의 정책을 이해하는 지에 대한 검토를 한 후 인사를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코드인사’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어 보인다. 또한 엄격한 도덕성과 청렴성 기준을 적용하고 풍부한 경험을 강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크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권말기엔 ‘낙하산 인사’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정치권과 정부의 (공공기관 또는 산하기관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다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도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도덕성과 청렴성, 전문성 등 여러 기준을 두루 살핀다고 하지만 정권 말기여서 공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또한 올 4월 공공기관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한 ‘공공기관 운영법’ 시행령이 가동되면 논란이 불식될 것으로 주장한다.

이 법에 따르면 사원이 추천하는 외부인사를 참여해야 할뿐더러 복잡한 임원추천위원회의 복잡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직원 대표가 참석한 임원추천위원회가 열리기 때문에 반발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며 “후보를 재차 검증할 수 있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설치하면 이중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운영법’ 시행령을 보면 후보 인선과정엔 큰 문제점은 없어 보인다. 특히 직원들이 참여하는 외부인사 영입은 획기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장병완 예산처 장관도 “임원 선임 관련 제도적 창치는 완벽에 가깝다”고 말했다.


법 바뀌어도 무용지물?
전문가들은 과거 공기업 인사 관행을 볼 때 아무리 제도를 보완하더라도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와 인식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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