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기 돌입하는 민주당…받아주지 않는 野3당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함께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함께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예산안 처리’를 위해 한 배를 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어디까지 갈까. 이들의 오월동주를 지켜보는 사람들이라면 대다수 예산안이라는 ‘역(驛)’에서 바로 하차할 것이라고 가늠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선 같은 배를 탔지만 양당이 양보할 수 없는 지점들이 너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민주당이 이른바 개혁입법연대(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에게 환승하기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과의 연대에 따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법안들은 물론 법관탄핵 문제와 판문점 선언 등 중요 사안의 전선(戰線)이 다르게 그어질 수 있어서다.

◆민주당, 한국당과 손잡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2019 예산안 관련 3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 DB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2019 예산안 관련 3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 DB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참 곤혹스러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법정기한도 넘겼고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지난한 협상을 계속 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날 낮 12시까지 야3당이 예산안과 선거법을 연계시킨다면 불가피하게 자유한국당과만이라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작업들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협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반이 넘는 시간까지 이어질 정도로 예산안 처리에 대한 각 당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시에 대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날 여야 회동 전날(5일)에 선거제도 관련 교섭단체 3당 간사 합의 단계까지 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칙으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확대한다’ 등에 공감대를 이르는 등 협상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민주당 이해찬 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김종민 정개특위 간사가 6일 오전 합의안 검토 후 합의문을 받을 수 없다고 했고 거기다 ‘도농복합형 선거구제 방식을 검토한다’는 문구를 삽입하지 않으면 합의를 못하겠다고 한국당이 버티면서 합의가 어그러졌다고 전해진다.

예산안 통과가 발등에 불이었던 민주당으로서는 한국당과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는 합의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합의를 통해 정부안에서 큰 훼손 없는 예산안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오늘의 적, 내일은 친구

현재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를 통해 의석수를 130석으로 늘렸지만 그렇다고 여소야대(與小野大)인 국회 지형을 바꾸지는 못했다. 과반 의석에는 모자라기에 민생·개혁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혁입법연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민주당 130석, 바른미래당 30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5석, 친여 성향 무소속 3석, 민중당 1석과 연대한다면 179석으로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

이럴 경우 한국당은 향후 정국에서 사안별로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은 여소야대 구도로 발목 잡혀왔던 각종 민생·개혁입법 처리 등에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

그간 평화당과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한쪽 날개 역할을 하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추진에 동참했고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해야한다고 공식화 하면서 민주당 법관탄핵 추진에 힘을 실어주었다. 물론 한국당과 함께 바른미래당도 법관탄핵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바른미래당은 특별재판부 구성에는 찬성한 바 있다. 또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와 관련해서도 한국당은 물러섬 없는 반대를 하고 있지만 바른미래당은 ‘선(先) 결의안, 후(後) 비준동의’라는 유보적 입장을 갖고 있기에 표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에 대한 설득도 중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를 위해 한국당과 손을 잡으면서 굵직한 정국 현안들에 대한 지원군을 잃을 처지에 처하게 됐다.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다)한 격인걸까. 그렇지만 만약 국회가 12월31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 헌정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편성된다. 이렇게 되면 신규 사업은 모두 중단되고 기존 경직성 경비와 계속사업 지출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는 식물정부로 전락하게 돼 여야 모두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전략 및 협상력 부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달래기 돌입하는 민주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단식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단식 만류와 본회의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사진/ 박고은 기자]

민주당과 한국당의 예산안 잠정 합의에 반발한 야3당은 당일 “기득권 양당의 동맹”, “기득권 동맹, 공생, 야합”이라고 맹비난 하며 여야정 상설협의체 활동 중단하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개혁입법 추진 과정에서 야3당의 연대와 협치를 강화해야 하는 여권은 서둘러 야3당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국은 여전히 분위기가 냉랭하다.

자유한국당과 예산안 처리 잠정 합의를 추진한 홍 원내대표는 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았지만 야단만 맞는 상황이 연출됐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서의 신속한 선거법 개정 논의를 약속하며 단식 만류와 본회의 참석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손 대표는 ‘정치를 제대로 해달라’라고 항의했고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단식 농성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고 쓴소리만 들었을 뿐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손 대표를 찾아 “손 대표께서 (단식농성) 결단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너무 걱정이 된다”며 “민주당으로서는 정개특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고 또 야3당이 합의한 안에 대해서 저희 당은 100% 동의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한국당이 도농복합형선거제도를 논의하자고 하는데 그거는 저희가 참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합의 불발에 대한 책임을 한국당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홍 원내대표는 “현실적으로 도농복합형이라는게 세계적으로도 경우가 없고 훨씬 더 논의해야될 사안이기에 그것을 전제로 논의하자는 한국당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민주당을 좀 믿고 일단은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 저희가 논의를 하자”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손 대표는 “아니 그랬으면은 민주당이 야3당하고 합의한 것을 갖고서 예산안을 통과시켜야죠”며 “두 당이 선거제 합의를 완전히 못했는데 예산안만 하자는 것이 맞는 얘기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민주당과 한국당이 꼭 적폐 연대 해야 하느냐”며 “정개 특위에서 뭘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 이해찬 대표가 예산안 통과 됐으니 정개특위서 논의하라고 하는데 무책임한 발언이다. 원내대표 간 사항이고 당 대표와 청와대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원내대표가 “아무튼 대표님 단식을 좀 풀어주시죠”라고 말하자 손 대표는 즉각 “그런얘기 하지 말라. 단식을 어떻게 풉니까”라고 호통쳤다.

홍 원내대표는 “저희가 빠른 시일내에 논의하겠다”며 “예산안 통과의 불가피성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선거제 개혁을 ‘국회의원 밥그릇 챙기기’로 폄하하는 민주당 프레임에 대한 성토에 나섰다.

이 대표는 “홍 원내대표 페이스북에 ‘선거제도 개혁이 국회의원 밥그릇 지키는 일’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밥그릇 지켜주려고 선거제 개혁 안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진되기 어렵다, 권력 절반을 내려놓더라도 선거제 개혁 해야 한다 말했겠느냐”고 꼬집었다.

현재 이같은 상황에서는 민주당과 야3당의 관계 회복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 홀로 개혁입법 과제를 끌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군의 도움에도 줄줄이 입법과제는 벽에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한국당을 비롯 야3당까지 모두 상대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야3당의 등을 돌릴 수 있는 물밑협상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원내대표는 단식농성 방문 직후 기자들에게 “김관영 바른미래당 대표와 계속 만나고 있다”며 “솔직히 점심까지 먹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런 노력을 안한다는데 예산을 원만히 끝내기 위해 이날 아침부터 설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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