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도적 원칙에 대북 보건의료사업 추진해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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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 현지용 기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면서 식량 공급에 가장 민감한 임신·출산기 여성과 영유아의 건강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북한 영유아 및 아동 지원 사업 네트워크 구조와 발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모성사망률(임신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직후 임신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신생아 10만명 당 82명으로, 우리나라의 10만명 당 11명인 수준보다 8배나 높은 수치였다(유엔인구기금(UNFPA) 2017 세계인구현황보고서 기준).

북한의 모성사망률은 지난 2008년 10만명당 77.2명보다 더 높아진 수치로, 2016년 유니세프(UNICEF) 자료에 따르면 모성사망의 55.8%는 출산 도중이나 이후, 10.9%는 낙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유엔보고서에서 본 모성 사망 주요 원인에는 ▲산후출혈 49%, ▲분만에 의한 패혈증·감염 15%, ▲임신성고혈압 13%이 뒤를 이었다.

북한 임신 여성의 분만 중 3분의 2가 군·리 단위 진료소에서 이뤄짐에도 병원 의료기구의 미비함도 모성사망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산모용 심폐소생기구 미비가 42%, 신생아용 심폐소생기구 미비는 36%, 전체 진료소의 40∼60% 가량은 진통제 및 항생제 같은 필수의약품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가임기 여성의 3분의 1은 빈혈이 있었다. 혈중 헤모글로빈 농도로 측정한 빈혈 유병률은 ▲40대 38.7%, ▲20대 31.8%, ▲30대 30.2%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를 전후로 태어난 북한 여성들이 영양섭취가 나빠 발육상태가 매우 나쁘다"며 "이것이 모성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도 북한 가임기 여성의 영양실조 비율은 모든 가임기 연령대가 20%를 상회했다. 

더불어 "북한의 모자보건 개선이 북한 당국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모성·영유아, 그리고 아동 건강 및 보건의료사업이 정치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인도적 원칙에 기초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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