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재선에 3선까지 ‘김성태 유임’ 손들어줘…일부 중진은 여전히 반발

26일 오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한 김성태 당대표권한대행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26일 오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한 김성태 당대표권한대행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후속조치로 당 해체를 내세운 쇄신안이 발표된 직후 본격 재발된 당 내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채 여전히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내홍이 장기화될수록 부정적 영향만 가중될 수 있다는 건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보니 일단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초반보다는 현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에 대한 사퇴 여론도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중진 의원들은 계속 김 권한대행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고 그간의 갈등요소 역시 완전 해소된 게 아니라 대부분 의원들이 현재 유보적 입장으로 선회한 정도인 만큼 향후 비대위에서 내놓을 결과에 따라 다시금 기류가 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 초재선 이어 3선에서도 일단 김성태 체제 ‘유임’ 판정

지난 18일 원내지도부 책임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거취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이던 한국당의 초재선 의원들이 25일 다시 열린 회의에서 4시간가량 논의를 이어간 끝에 당분간 김 권한대행 체제의 행보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71명의 당내 초·재선 의원 중 53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연석회의에선 초반부터 김진태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권한대행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의 직후 발표된 재선의원 간사인 박덕흠 의원의 브리핑에 따르면 “주요 내용은 김 대행에 대한 문제였는데 다수 의견이 유임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고 전해져 결국 좀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이런 결론을 반증하는 듯 이날 회의에선 차라리 김 대행의 신임을 놓고 투표하자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밝혀져 갑론을박했던 지난 18일 회의 때보다 초재선 여론은 이제 어느 쪽이 다수인지 거의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 뿐 아니라 3선 의원들 역시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석호·김학용·김광림·황영철·권성동·이진복·김용태·이종구·여상규·홍일표·박순자 의원 등이 모여 회의한 직후 강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불거진 김 원내대표 퇴진요구에 대해 “퇴진요구 의견에 대해 비하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부당하고 무례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으로 일치됐다”고 밝혀 사실상 초재선 의원들과 일치된 견해임을 전했다.

강석호 의원은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거취와 관련 “(사퇴와 유임 의견 중) 어느 쪽이 많은가 이런 걸 본다면 자연히 갈등 해소가 되지 않나. 지금은 국회정상화와 원 구성이 더 시급하다”라고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강석호 의원은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거취와 관련 “(사퇴와 유임 의견 중) 어느 쪽이 많은가 이런 걸 본다면 자연히 갈등 해소가 되지 않나. 지금은 국회정상화와 원 구성이 더 시급하다”라고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를 증명하듯 강 의원은 초재선 의원들이 전날 회의에서 김 권한대행 유임으로 뜻을 모은 데 대해 “그 분들이 어려운 당을 위해 장시간 토론한 부분을 봤다. 3선 의원들도 거기에 충분히 공감을 느낀다”며 “(사퇴와 유임 의견 중) 어느 쪽이 많은가 이런 걸 본다면 자연히 갈등 해소가 되지 않나. 지금은 국회정상화와 원 구성이 더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강 의원은 ‘오늘 모임이 김 권한대행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꼭 그렇지는 않다.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라 격려할 건 하고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김 원내대표가 당내소통이 부족하고 여러 가지 표현상 의원들에게 오해받을 만한 언어표현도 자제하라는 부분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지금까지는 침묵이 당 화합을 위해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잔소리도 하고 목소리도 내는 것이 당 발전에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앞으로 3선 의원들이 당 화합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공언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하루 전에도 분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비박계 복당파 출신 3선인 김용태 의원만 해도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내 유일하게 법통을 지닌 김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과연 이 당은 어디로 가겠는가. 김 원내대표 퇴진 요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지금 누구를 물러나게 하고 다른 누가 당을 이끌게 하겠다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이전투구의 나락으로 빠질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선거 참패보다 책임론 공방이 국민들을 더 분노케 하고 절망시키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지 않나. 이제 혁신비대위원장을 모실 준비위원회가 구성된 만큼 이를 지켜보고 협조해야 한다”면서 도리어 김 권한대행 사퇴를 촉구하는 의원들에 역공을 펴기도 했다.

◆ ‘김성태 사퇴 요구’ 굽히지 않는 중진들, 갈등 ‘불씨’로 남아

이처럼 김 권한대행 유임을 지지하는 의견이 점점 중론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으나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중진 의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연일 김 권한대행에 포문을 열고 있어 완전히 내홍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친박계 정우택·홍문종·유기준·이주영 의원 등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당 대표가 없는 마당에 원내대표도 없으면 당의 중심이 없어지는 것이므로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변명은 구차한 욕심”이라며 “김 대행의 사퇴는 폭망한 공동선대위원장이 국민에 대해 느껴야 할 최소한의 염치”라고 물러나지 않는 김 권한대행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심지어 이들은 김 권한대행이 비대위 준비위를 구성한 데 대해서도 “준비위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며 “물러나야 할 사람이 벌인 무책임하고 월권적인 행동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성토하는 등 독단적 결정을 내렸다는 의심 어린 시선만 보냈다.

이런 시선은 비단 친박계 측에서만 보내는 것도 아니었는데, 비박계 나경원 의원조차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행은 조기 전당대회 반대 및 비대위 구성 결정, 당 해체 쇄신안 발표, 비대위 준비위 구성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의원들 간의 토론도 없이 반성 퍼포먼스만 서둘러 하려다가 이의제기를 받더니, 사전 고지나 논의도 없이 무릎 꿇는 퍼포먼스를 강행해 빈축만 샀다”며 “지금의 수습과정은 원인진단부터 해법까지 모두 잘못됐을 뿐 아니라 시간만 끌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 의원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비대위가 몇 개월이든 무한히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당헌당규에 반한다. 그럼에도 의총에서 어떤 논의도 없이 모두 준비위가 결정한다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김 원내대표는 더 이상 독단적, 편향적 결정으로 시빗거리를 만들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의원총회 및 중진의원 회의 등 최대한 다양한 채널을 통한 당내 의견수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나경원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 궐위 시 두 달 안에 전당대회를 열도록 돼 있다”며 “본인의 거취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당내 토론부터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나경원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 궐위 시 두 달 안에 전당대회를 열도록 돼 있다”며 “본인의 거취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당내 토론부터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 궐위 시 두 달 안에 전당대회를 열도록 돼 있다”며 “본인의 거취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당내 토론부터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김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렇듯 공세수위가 점점 거세지다 보니 급기야 김 권한대행이 임명했던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형국인데, 또 다른 비박계인 심재철 국회 부의장의 경우 26일 입장문을 통해 “안 위원장은 현재 전당대회의장, 전국위원회 의장, 상임전국위원회 의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곧 안 의원이 선정한 비대위원장은 안 의원 자신이 의장을 맡고 있는 전국위에서 의결을 거치는 것이어서 자신이 선정한 사람을 자신이 의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심 부의장은 “상임전국위는 ‘최고위원회의 결정이 당헌당규에 위배되거나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판단되는 사항에 대한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 등 우리 당의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를 견제하는 기능을 부여받고 있지만 과연 안 의장이 그간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의아할 뿐”이라며 “안 의장은 자신의 직무를 다했는지, 아니면 몰랐는지, 혹은 알고도 무시했는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김성태 “내 목부터 치라고 할 것…비대위로부터 질타 듣겠다”

친·비박을 막론하고 가라앉지 않는 중진들의 반발에 직면한 김 권한대행은 26일 처음 열린 혁신비대위 준비위 회의에 참석해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한국당을 살려낼 칼을 들고 내 목부터 치라고 하겠다. 성역없이 비대위로부터 따끔한 채찍질과 질타를 듣겠다”며 자신부터 솔선해 검증받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칼은 2020년 총선 공천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칼이어야 한다. 혁신비대위원장이야말로 우리들의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며 “살려고 한다면 다 죽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해 자신 뿐 아니라 모두가 예외 없이 각오해야 될 것을 은연중에 경고했다.

이에 발맞춰 안상수 비대위 준비위원장도 “이번 선거에서 굉장한 개혁과 변화가 없으면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되기 위해선 ‘모든 면’에서 경쟁이 필요하다”면서 중진부터 초재선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도 ‘검증의 칼날’에서 피할 수 없음을 암시해 역대 가장 강력한 비대위원장 자리에 누가 선임될 지에 따라 당내 후폭풍이 일어날 것은 자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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