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막바지 벌어진 ‘별들의 전쟁’ 내막

군 원로들 “거들먹거리는 것은 대통령 본인” 막말 쏟아내
대통령 사과 없으면 명예 훼손 등 법적 대응도 강구할 듯
노 대통령 국무회의 사과후에도 “강도가 약하다”며 반발


성난 별들이 도를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민주평통 상임위원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의 군 관련 발언에 대해 군 원로들이 일제히 반발하며 들고 일어난 것.

그들은 청와대가 성의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명예 훼손 등 법적 대응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성은 전 국방장관은 “군에서 참모총장에 오르기까지 30~40년이 걸린다. 하루아침에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군 원로들에 대해서 별 달고 거들먹거린다고 했는데, 거들먹거리는 것은 대통령 본인이지 않은가”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사상 초유의 국군 통수권자에게 반발이나 마찬가지였다. 일각에선 아무리 대통령의 말이 불쾌했다 해도 헌법에 보장된 국군 통수권자에게 집단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군 원로들이 보여준 모습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나라 걱정이 지나쳐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위까지 훼손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군 원로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당위성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감 없이 피력한 것이 발단이 됐다.

노와 별들 사이엔 무슨 일이?
노 대통령은 이날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도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놔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라고 비판조로 말했다.

특히 “작통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성명 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라”라고 폭탄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는 전작권 환수 등의 문제로 전직 국방장관 등 군 원로들의 집단 시위 등을 겨냥해 불만을 터트린 것으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예비역 장성들도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김동신 전 국방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사과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요구사항이 일단 어떻게 청와대에서 받아들여지는지 또 거기에 대한 청와대 의 입장이 뭔지 하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영구 전국방부 정책실장도 “군과 안보 관련된 대통령의 발언은 내용도 표현도 그렇고 너무 유감스럽고 가슴도 아프다”면서 “특히 대통령은 헌법으로 볼 때 군의 최고 통수권자라서 더 충격이 크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러한 군 원로들의 반응을 청와대는 모를 리 없었다. 이를 의식한 듯,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통령이 할 말은 한 것 같은데 표현 과정에서 좀 절제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리 저리 시비에 휘말린다. 여러분 보기에 미안하다”며, 21일 연설에서 군과 관련한 거친 표현을 한 점에 대해 간접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군 원로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차 전 실장은 또 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사과로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해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말이라는 건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기가 어렵고, 너무 쓰지 않는 표현들이 많아서 그 충격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김성은 전 국방장관도 “역대 국방장관들이 사과로 보느냐 안 보느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강도가 약하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가만있지 않았다. 특히 한나라당은 ‘대통령 때리기’의 좋은 기회로 보듯,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황우여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더 이상 군 원로들이 걱정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괜한 말로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황 총장은 “로마 시대에도 나라가 어려우면 노병들이 전장에서 얻은 상처를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며 “노 대통령은 군 장성들의 고언을 경청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대통령이 깊이 사과하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며 “대통령은 하루빨리 군 최고통수권자의 위상에 걸맞은 인식과 책임을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통수권자에 대한 도전
현 국군통수권자인 노 대통령에게 예비역 장성들이 사과를 요구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를 두고 군 원로들이 보여준 모습들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

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통령의 진정성과 충정을 의심하는 태도야말로 군의 기강을 흔드는 일이자 군 통수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이번 성명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냈던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도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성우회가 군 통수권자에게 극단적으로 도전하면 군사 쿠데타의 문화로부터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이어 “일제 식민지, 5·16과 유신독재, 5·18과 전두환 시절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라는 사회적 논쟁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지난날 군의 숨길 수 없는 부정적인 부분을 곰곰이 짚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제2의 향군’인 평화재향군인회(평군)도 성우회를 비롯한 군 원로들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평군은 지난달 28일 “아무리 대통령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고 불쾌했다 하더라도 헌법에 보장된 국군 통수권자에게 번번이 그런 집단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우회의 행동에 대해 “현역 간부들에게 나쁜 본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현재의 군 고위층도 그들과 같은 부류로 오해케 하여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평군은 노 대통령에 반발하고 나선 전직 군 수뇌부들이 ‘부끄러운 과거’를 먼저 참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전직 군 원로들에게 “친일 반민족 세력으로부터 세뇌 영향을 받고 군사독재에 앞장서온 분들”이라며 “개별적 부끄러운 과거가 또 다시 세상에 구체적으로 알려지기 전에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말고 자숙하라”고 촉구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평군은 “할 말을 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평군은 “대통령이 언어 구사에 있어 다소 거친 면이 있었지만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자주적 안보철학에 대한 진정성을 솔직 담백하고 확고하게 표현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평군은 또 “국군통수권자의 질책성 발언을 고깝게만 생각지 말고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뒤돌아봐 통렬한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국군 장병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국군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나홀로 애국이라는 아집에 사로잡혀 안보가 당신들만의 전유물인 양 착각하지 말라”고 맹비난했다.


정치적 세력 부상위한 발판?
성우회 등 군 원로들의 반응을 두고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보수와 진보간의 갈등으로 부각시켜 정치세력으로 부상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향후 그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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