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국민연금의 KT&G 지분은 담배세 인상과 묘한 연관이 있다. 2017년 말 기준 KT&G 지분은 국민연금이 10.45%, 기업은행이 7.5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2012년 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의 KT&G 지분은 ‘0’였으나, 2013년 5.48%, 2014년 6.58%로 늘어났다. 당시 KT&G의 재무상황 상 국민연금의 추가적인 투자를 이상하다 여길 이유는 없다. KT&G 내수담배 매출액은 2012년 1조8956억원, 2013년 1조8806억원, 2014년 1조9669억원으로 예년수준을 유지했다.

2015년 1월 1일 박근혜 정부는 담배세를 2000원 인상했다. 역대 인상액 중 최고다. 각 기관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담배 제조사의 매출하락을 예상했다. 2014년 말 조세재정연구원은 2000원 인상시 판매량 34%가 줄고, 갑당 50원 추가 수익이 발생해도 제조판매사의 수익은 9407억원 감소할 것이라 내다봤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배제조사 매출이 20% 감소하고 수익은 4623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2016년 10월 국회는 KT&G가 재고를 재판매한 문제를 지적하고, 차익이 부당이익이라고 경영자를 국감에 세웠다. 다음해 1월 감사원은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 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KT&G가 2014년 9월 담뱃세가 인상되기 전 유통망에 미리 반출한 담배 2억여 갑의 소매상 인도 가격을 83%인상해 3300억 원의 이익을 챙겼던 혐의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4월 25일 ‘국민 정서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법률 상 위반행위는 아니다“고 결론지었고, 세금 인상 전후로 나온 담배유통 문제는 일단락됐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국민연금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중에서도 국민연금은 입장은 한결같았다. 국민연금은 2014년 6.58%였던 KT&G 지분을 2015년 9.36%, 2016년 9.47%, 작년엔 10.45%로 꾸준히 늘렸다. 매출과 수익이 떨어질 것이라는 각계의 목소리에도 국민연금이 KT&G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린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KT&G 궐련형 담배 내수판매는 2014년 557억개에서 2015년 406억개로 27%나 감소한 반면, 판매단가는 2014년 706.1원에서 2015년 948.2원으로 20%이상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2000원 세금인상을 계기로 담배 매출수익은 2조5000억원에서 2조6076억원으로 증가했다. 2016년 역시 2조6703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다. 상식적으로 보건복지부가 건강증진을 위해 담뱃세를 인상하면서 연기금을 KT&G 주식에 투자할리 없다. 무엇보다 주가가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라는 책의 저자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2015년말 국민연금은 9.36%까지 KT&G 지분을 확대하면서 최대주주였던 기업은행을 밀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국민연금은 석 달 만에 1000억 원대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당시 정부는 이미 담배판매량이 단기간에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고, 이를 근거로 국민연금의 KT&G 주식 추가매입에 힘을 실어줬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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