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라 다비드 넬의 "티베트 마법의 서(티베트의 밀교와 주술 세계)"

<티베트 마법의 서>가 처음 출간된 해는 1929년, 무려 75년 전의 일이다. 당시, 서양 여성으로서 티베트를 최초로 방문한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의 티베트 방문기 <영혼의 도시 라싸로 가는 길>이 큰 화제를 모으며 격찬을 받자 그 속편 격으로 다비드 넬 본인이 집필한 이 책은, 비록 가히 '고전급'으로 분류될 수 있을 법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신비스럽고 미스테리어스한 흥미를 돋우는 책이다. 먼저 책의 저자인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의 '파란만장'한 삶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혁명가였던 아버지와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한 다비드 넬은 독서와 명상, 철학에 푹 빠져 소녀기를 보내다 프랑스 자전거 일주를 달성한 최초의 여성 중 한 명이 되었고, 오페라 프리마돈나를 맡는가 하면, 명문 소르본느 대학에서 동양학에 심취하기도 한, 다방면의 관심사와 재능을 지닌 흔치 않은 여성이었다. 특히 동양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 당시 영국이 쇄국 정책을 펴고 있는 티베트를 10여년에 걸쳐 다섯 번이나 답사하며 마침내 영혼의 도시 '라싸'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경험을 글로 옮긴 <영혼의 도시 라싸로 가는 길>은 식민지정책에 몰두해있던 유럽인들에게 티베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을 안고 있는 신비의 나라를 처음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속편격인 <티베트 마법의 서(티베트의 밀교와 주술 세계)>를 통해서는 전편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티베트 특유의 신비스런 정신세계를 집중적으로 담아내 유럽 지식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다 주기도 했다. 다비드 넬은 고국인 프랑스로 돌아온 뒤 디뉴라는 소도시에서 살아가며 여러 자작서와 티베트 경전 번역에 힘썼으며, 특히 82세가 되던 해 겨울에 해발 2240m의 알프스 산에서 캠핑을 즐기고, 102세의 임종 직전에도 티베트 방문 계획을 세워 여권을 발급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과연 '20세기 최고의 정력가 여성'으로서 모자람이 없는 적극적이고 열렬한 삶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 역시 티베트를 서구 사회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한 그녀의 업적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그녀의 거처를 두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역사에 남을 법한 '티베트의 발견자' 다비드 넬의 <티베트 마법의 서(티베트의 밀교와 주술 세계)>는, 역시 '티베트 전문가'가 쓴 서적답게 동양문화에 대한 선정주의적 시각이 주류를 이루던 '초기적 문화탐방 서적'의 한계를 벗어나, 세세하고 면밀하며 가능한한 사실적으로 신비에 그득찬 티베트의 밀교와 주술 세계의 신비를 다루고 있다. 다비드 넬은 선정적인 신비주의와 단순한 사기술이 판치는 어지러운 티베트 정신문화 중에서 가장 고상하고, 가장 깊이있는 사상만을 추려 이 책을 집필하였는데, 단순히 티베트 밀교와 마술, 전설들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 본인이 이를 직접 수련해 그저 '서구인이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본 동양문화'의 차원에서 벗어나 '동양문화 흡수 체험기'적인 성격이 책 구석구석에 진하게 배어들어가 있다. <티베트 마법의 서(티베트의 밀교와 주술 세계)>에 등장하는 밀교 수련법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룽곰(lung-gom)'이라는 불리우는 수행은 정신집중과 호흡법을 결합한 다채로운 수행법의 일반 통칭으로서, 단어 자체의 '예사롭지 않은 민첩함'이라는 의미 그대로 몸의 민첩성을 불가능할 정도로 증폭시켜 '공중부양'이나 '축지법'과 같은, 가히 '초능력'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수행이다. 다비드 넬은 이것이 서구인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초현실적인 일시적 속력'에만 초점이 맞추어질 수 있으나, 근원적으로는 '경이로운 인내력'을 실현하는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투모' 수련의 경우, '투모'는 '열', 혹은 '따뜻함'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일반적인 열기가 아니라 신비스런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는 단어이며, '투모' 수련을 통해 수련자들은 스스로 몸에 열을 일으켜 인간이 살 수 없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지낼 수 있고, 단순히 몸을 데우는 것 이상의 능력까지도 발휘할 수 있다고 다비드 넬은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티베트 밀교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텔레파시' 능력에 대해서도 이 책은 상세히 다루고 있다. 티베트의 은자들이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바람에 실어' 날려보내는 기술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는 이 부분 역시, 다비드 넬이 직접 수행을 통해 스승의 텔레파시를 받은 일화가 소개되어 있으며, 이에 대해서도 그녀는 이 능력에는 명확한 철학적 근거, 즉 '자신'과 '타인'을 별개의 실체로 여기지 않아 양자의 접점이 없어질 때 비로소 텔레파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은 여러 밀교 의식과 명상법, 심령 현상들을 찬찬히 소개하고 있으며, 일화, 경험, 체험이 총동원되어 '티베트'라는 나라와 그 사람들의 의식세계를 관통하려는 그녀의 노력은 꼼꼼하게 기록하여 묘사해놓은 티베트의 음식문화와 결혼풍습, 장례풍급, 사원생활의 절차 등을 통해 차곡차곡 전개되어 그 어떤 '동양정신세계' 서적보다도 더 강력한 흡인력과 설득력을 확보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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