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 2006년 재계의 ‘빛’과 ‘그림자’

2005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인 지난해 12월 말, 각 언론사들은 재계가 ‘숨고르기’를 하는 과정이었다면서 2006년에는 보다 더 큰 도약을 할 것이라 믿는다는 내용으로 한 해를 마무리 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2006년, 병술년의 해가 지고 있는 시점에서 작년 이맘때의 기억을 더듬어보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작년에는 ‘숨고르기’를 하던 기업들이 올해는 몇몇 기업들을 제외하고 ‘숨가쁘기(?)’로 전락한 모습이다.

재계 총수들의 잇단 검찰조사와 맞물려, 환율의 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라는 ‘내우외환’의 ‘쌍끌이’에 내몰려 벼랑 끝까지 쫓긴 듯, 재계의 올 한해는 사계절이 아니라 일년내내 ‘한겨울’과 같은 긴장감의 연속 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보인다.

2006년 병술년은 재계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한 해 였다.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와 맞물려 정치·사회적으로도 재계 총수들의 잇단 구속과 검찰 출두는 재계의 역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기록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힘들다 힘들어···”


무엇보다 눈에 띄는 ‘오너’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이 회장은 올해 초 ‘창조경영’을 새로운 경영 화두로 내걸었다.

“삼성이 누구를 벤치마킹하거나 모방하는 단계를 지난 만큼 시장을 선도할 창조적 경영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어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많이 모아 경영에 새 바람을 일으키라”는 주문도 내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옥의 티는 어디나 존재 하는 법.

에버랜드 전환사채 증여 문제 등에 대해서 사재 8천억원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2.7 발표가 눈에 띈다.

겉으로는 ‘환원’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벌금’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사회일각의 의견인 가운데 삼성이 ‘환골탈태’해야 국가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뿌리를 내린다는 ‘따끔한’ 충고를 들어야 했던 것이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 삼성 그룹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시민단체와 수많은 언론들이 이 회장의 검찰 소환과 관련해서 촉각의 예봉을 치켜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시가 총액을 들여다봐도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아니라는 것이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삼성그룹은 시가총액 126조9천764억 원으로 1위를 지켰지만 국가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인 정보기술 관련주의 실적 부진으로 지난 해 말 보다 3.15%감소한 것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 정몽구회장에 비하면 ‘양반’이라는 것이 재계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비자금사태와 노조 파업 등 올 한해를 ‘시련의 2006년’이라고 평해도 과언은 아닌 듯하다.

이는 최근에 발표되는 외신을 들여다봐도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기사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멀리 달렸다”며 “10년 전 외환위기 이후 전략적 실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더불어 현대 자동차는 “원화강세, 품질 개선 노력으로 인한 비용이 늘면서 현대차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현대차의 품질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미국인들이 현대차에 그 정도 ‘프리미엄’을 지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라고 비즈니스위크에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올 한해 현대자동차를 가장 괴롭혔던 ‘사건’은 정몽구 회장의 구속사건이다.

정 회장은 지난 4월말, 전격적으로 구속 수감 됐다.

비자금 조성 및 금품수수, 경영권 편법 승계 등으로 검찰의 강력한 압박을 받은 결과였다.

현재 ‘보석’으로 ‘잠시’ 풀려나긴 했지만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에 대한 공포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안쓰러운 회장님


SK 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올 한해 무게 중심을 중국 경영에 뒀다.

그러나 최근, 생각하지도 못했던 복병이 SK그룹의 발목을 잡은 분위기다.

‘팬택계열’의 위기가 SKT의 급소를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SKT와 팬택 계열은 여러 측면에서 얽혀 있다.

일단 SKT는 (주)팬택의 지분 22.7%을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들어 팬택 계열에 대한 유동성 위기 소문이 번질 때 마다 자금 지원설이 수차례 제기되곤 했다.

이는 소버린 사태 때 형성된 팬택과 SK그룹과의 관계에서 비롯됐다. 팬택은 2004년 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소버린이 (주)SK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최 회장측 백기사로 등장, 1천억원을 투입해 도왔다.

팬택 계열의 위기는 SKT의 중국 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SKT와 차이나유니콤은 SKT가 팬택 계열과 합작한 중국 우루무치 소재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SK모바일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포함해 앞으로 3년 동안 400만대의 휴대전화를 공동 구매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SKT는 팬택과의 지분관계 외에도 단말기 조달 부문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다.

SKT는 월 10만~15만대 정도의 중ㆍ저가 단말기를 팬택 계열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물량이 SKT 전체 조달물량의 1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팬택 계열의 좌초는 SKT의 내수 단말기 시장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발을 뻗고 편히 잠들 수 없는 이유가 다분해 보인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박삼구 회장은 왠지 뒤숭숭했던 한해로 기억될 듯하다.

박 회장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사돈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 전 대우그룹회장의 집무실을 박 회장이 쓰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호산업은 지난 20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금호산업은 신훈, 이원태, 이연구, 김성산씨 등 4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금호산업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최근 인수한 대우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위해 금호산업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돈의 회사를 인수해서 안방까지 차지한 모습 이라고 보는 시각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과연 박 회장이 곳곳에 널린 부담감을 털어내고 보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지, 아닐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이다.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비교적 무난한 한해였다는 것이 주된 관측인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구본무(具本茂) 회장의 올해 경영 화두는 ‘고객가치경영’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경영 활동의 제일선에 두라’는 주문이었다.

구 회장은 올해 파주 LG 필립스LCD 공장 준공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또 국내업계 최초로 러시아에 가전 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 단행된 인사이동은 주가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LG전자는 200원(0.36%) 오른 5만5천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4일 연속 상승세다. 사장(CEO)단 교체에 시장이 화답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LG그룹은 남용 전 LG텔레콤 사장을 LG전자 부회장으로 발탁하는 등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인화 우선 정책에서 실적 중시의 인사정책으로 그룹혁신 의지를 밝힌 셈이다.

외부에서도 내년 LG그룹의 행보에는 ‘청신호’가 가득 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

는 가운데 또 다른 도약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연일 함박 웃음인 것으로 재계 소식통에 의해 전해졌다.

요즘 이 회장은 질적 측면의 ‘글로벌 톱3’과 양적 측면의 ‘글로벌 빅3’ 전략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 11월 포스코는 중국 내 외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일관 생산설비를 준공해, 중국 내 3대 메이저 스테인리스 철강 업체로 급부상했다.

게다가 1천200만 톤 규모의 인도제철소, 베트남 냉연 및 열연설비, 멕시코 자동차강판공장 건설 등도 순조롭게 진행돼 이 회장의 글로벌 성장전략에 한층 탄력이 붙고 있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출소에 ‘No.6 CGL’을 준공해 ‘세계 최고 자동차 강판 공급사’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포스코는 지난해 자동차의 복잡한 형상 제조를 위한 ‘하이드로포밍’ 공장을 완공한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초고강도 부품 가공을 위한 ‘열간프레스성형’ 공장, 8월에는 두께와 강도 재질이 서로 다른 강판을 적절한 크기 및 형상으로 절단해 레이저로 용접하는 ‘맞춤식 재단용접강판(TWB)’ 공장을 각각 완공했다.

이 회장의 얼굴에 웃음이 가실 틈이 없어 보이는 의견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 역시 최상의 컨디션으로 새해를 맞이할 모습이다.

50년대초 화약제조업체로 출발한 한화는 2006년 현재 33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집단으로 성장,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

실제 지난 2002년 19조5천억원이었던 매출은 2004년 20조5천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약 22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한화는 화약, 석유화학, 유통, 레저, 금융 등 내수위주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해외 사업 진출을 추진 중에 있다.

이와 관련 한화종합화학은 올해 미국 알라바마에 자동차 부품공장을 완공해 생산에 돌입했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에 이어 3번째 진출이다.

대한생명은 세계적 종합금융 서비스회사로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시장 등 성장잠재력이 큰 아시아 및 해외 유망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화증권도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에 사무소를 개설했고, 중국 최대증권사인 해통증권과 포괄적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리조트도 일본 나카사키현 골프장을 인수, 골프사업영역을 해외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KT의 남중수 사장도 최근 ‘입맛’이 좋아졌다는 소문이 재계에 파다하다.

올 한해 남사장의 경영 방침의 핵심은 ‘현장경영과 본질경영’이었다.

현장 직원들과의 미팅을 통해 그들의 고충을 파악하는 동시에 정체에 빠진 KT 위기 의식을 노사간 인지하고 합의를 이뤄낸 한 해였다는 자체 평가가 있었다.

KT 측에 의하면, 지난 1년 사이에 고객들에게 들어온 고질적인 불만사항이 50% 가량 줄었다고 한다.

실제 통신위원회에 접수된 고객불만은 지난 2005년 전체 접수건수의 40% 수준으로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12%로 감소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래도 우린 뛴다!


KT는 이러한 경영 방향을 통해 2007년 매출 목표를 11조 9,000억 원으로 올해 11조 7천억 원보다 높게 잡았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성장사업 중심으로 2조 8천억 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중점 투자 부분은 미디어사업의 강화 차원에서 IPTV 1천400억 원, FTTH 4천억 원, 콘텐츠 1천500억 원 등 6천900억 원을 투자한다.

또한 유무선 브로드밴드에 있어서는 와이브로 2천400억 원,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 1조 2천억 원, KTF를 통한 HSDPA 투자에 4천88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KT의 야심찬 계획 앞에, 내년에도 남 사장의 달력에는 ‘빨간날’은 없을 듯 보인다.

하준규 기자 dbdbdb60@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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