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장외투쟁 불사하며 공세수위 높여…지방선거 동시 개헌 등 현안 물 건너간 듯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 조작 의혹 관련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의원들이 17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 조작 의혹 관련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었던 이른바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 여파가 날이 갈수록 정치권 전체를 마비시킬 만큼 전방위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사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정부여당의 지지율 역시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야권은 이를 정국 반전의 기회로 보고, 자유한국당 등 일부는 장외투쟁을 포함해 총력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개헌과 민생법안 처리 등 의정 현안은 전부 손도 대지 못한 채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모양새인데 4월 국회가 이대로 여야 간 대치 속에 흘러가버리는 것 아닌지 점점 우려 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한국당, ‘민주당원 댓글 사건’에 올인…“모든 국회 일정 걸 것”

지방선거를 두 달도 채 안 남긴 시점에서 이번 댓글조작 사건을 ‘판 뒤집을’ 승부수로 띄우며 누구보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제1야당인 한국당이다.

이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논란에 이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까지 불거진 이후 상당부분 형성된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덕에 반사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유권자 2501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의 지지율은 4주 연속 상승한 21.9%로, 19대 대선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무된 한국당은 현재와 같은 분위기를 지속하고자 연일 공세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는데, 지난 17일 ‘대한민국 헌정수호 투쟁본부’ 발대식을 개최하며 국회 본청 앞에 농성을 위한 천막까지 설치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및 김경수 의원 등 연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도 발의했다.

이 뿐 아니라 앞서 16일엔 김영우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민주당원 댓글공작 진상조사단’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경찰의 소극적 태도에 항의한 것은 물론 18일에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엄정수사를 촉구하기 위한 서한을 전달하고자 대검찰청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여기에 당분간 국회 본청 앞 투쟁본부에서 여권을 규탄하는 의원총회를 갖는 것은 물론 24일까지 소속의원들을 대상으로 비상당번조를 만들어 철야 농성도 하고 있는데, 이런 대여 강경투쟁 기조 속에 홍준표 대표 역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국회 일정을 걸고라도 국민 앞에 (진상을) 밝히겠다”고 힘을 더해 댓글 조작 사태로 인한 여야 대치 국면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대한민국 헌정수호 투쟁본부를 방문했다. ⓒ자유한국당
18일 오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대한민국 헌정수호 투쟁본부를 방문했다. ⓒ자유한국당

심지어 홍 대표는 18일 국회 장외농성장을 찾은 자리에서 “특검으로 가지 않으면 우리는 국회 보이콧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전망에 한층 무게를 실었는데, 다만 국회 파행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었는지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이 자리에서 “한국당은 맹목적인 국회 파행은 원치 않는다”며 “(민주당에서) 특검법과 방송법 (수용과 같은) 4월 국회 정상화되는 사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입장이 나와야 한다”고 여당 쪽으로 공을 넘겼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여느 야당보다 먼저 ‘국회 보이콧’ 가능성을 내비치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이유는 이번 논란이 김기식 전 금감원장 의혹 때와 달리 지방선거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인데, 지방선거와 무관한 김 전 원장과 달리 이번 조작 사건에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인물은 친문재인계 인사이자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하는 김경수 의원이라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경남지역은 홍 대표가 직접 당 대표직을 걸고 지방선거 목표로 내세운 광역자치단체 6곳 중 하나이자 불과 얼마 전까지 스스로 지사직을 맡기도 했기에 이 지역에서의 승패가 한국당에게 미칠 영향과 의미는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이들 입장에선 이번 댓글 조작 논란이 장기화될수록 선거 국면에 있어서도 유리한 위치를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변화된 기류를 의식했는지 여당 후보로 나서는 김 의원 본인 역시 18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은 탄핵 국정에서 치러진 대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진 곳”이라며 “이번 경남지사 선거에서도 5 대 5 싸움이 될 것 같다. 한국당 김태호 후보에 맞서 선거막판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라고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 바른미래당·평화당, 對與 압박하면서도 국회 정상화는 모색

이런 가운데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댓글조작 논란과 관련해 검경에 항의방문을 하고 특검을 요구하는 등 한국당과 연일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래도 차이가 있다면 보이콧을 시사하는 등의 극단적 대응보다는 나름 국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이 야3당 개헌성사 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이 야3당 개헌성사 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를 보여주듯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18일 개헌성사 촉구대회를 열고 ‘여야 개헌협상 회의 추진’, ‘TV 끝장 토론’을 제안하면서 한국당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과시했는데,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에 발목 잡혀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양당 책임론’을 제기했으며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은 야3당이 공동으로 내놓는 안에 적극 응답해 개헌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렇게 장 원내대표가 지적했듯 개헌안 처리를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에는 여당 내에서도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같은 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낸 국민투표법 관련 답신을 소개하며 “선관위는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이 늦어도 오는 23일까지 개정 공포돼야 한다고 답했다. 23일 공포되려면 4월 20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 원내대표는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6월 개헌은 물 건너간다. 3일 남았다”며 “한국당은 6월 개헌 동시투표를 무산시킨 주범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도 경고했다.

비단 개헌 외에 추경 등 다른 현안과 관련해서도 야권 내에서 한국당의 비협조적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18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대한민국 국회가 한국당에 의거해서 좌지우지 하는 그런 국회가 아니다”라며 “홍 대표의 공깃돌 취급을 당하는 국회를 유지해선 안 된다. 한국당을 빼고 다른 당이 힘을 합쳐 임시국회를 속개하고 추경예산안을 심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 각 정당, 선거전략 차원서 대응하다보니 실질적 국회 정상화 난망

하지만 중소 야당들의 이 같은 목소리도 결국 거대 양당 사이에서 자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기저에 깔려 있기에 정략적 차원의 접근이란 점에서 진정성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일부 나오고 있는데, 일례로 그간 범진보진영으로 분류됐던 평화당이 ‘민주당원 댓글조작 논란’과 관련해 정부여당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건 6·13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을 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여야 될 경쟁자라는 점을 벌써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선 평화당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의 경우 한층 더 확연히 드러냈는데,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안철수 예비후보는 18일 자신이 나오지도 않는 경남지사에 출마한 김경수 민주당 의원을 겨냥 “김 의원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사 출마가 아니라 검찰 출두”라고 압박한 데 이어 “댓글 조작뿐만 아니라 여론조사를 조작했을 수도 있다”고 지난 대선과 관련해 추가 의혹까지 제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발맞춰 같은 당 유승민 공동대표도 이날 “지난 대선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두고 ‘갑철수’, ‘MB아바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보고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 그 진실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 이번 드루킹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라며 “국민께서 지난 대선 때 불법과 비리로 안 위원장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똑똑히 헤아려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판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 사실상 지방선거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줬다.

흥미로운 점은 그동안 줄곧 야권 내에서 몇 안 되는 여당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해왔던 정의당조차 점점 다른 야당들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건데, 앞서 김기식 전 금감원장 의혹 때 소위 ‘정의당 데스노트’로 마치 캐스팅보트와 같은 존재감을 은연중에 드러냈던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8일 드루킹 댓글 논란에 대해 “이 문제가 정국의 블랙홀이 돼선 안 된다”라면서도 “경찰은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로 범죄행위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당과 무관하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사실관계를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여당을 압박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렇듯 야권이 이번 댓글 논란을 화두로 여당을 공동 압박하면서도 실상 동상이몽하고 있는 가운데 ‘댓글 조작 논란’ 관련 의혹 보도도 잦아들기는커녕 새로이 더 쏟아져 나오고 있어 4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끝날 것이란 관측이 점차 중론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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