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공개해선 안되는 중요한 영업기밀”
고용부 “모든 정보 공개 되는 것 아니다”
산업부 “다음 주 전문위원회 열어 국가 핵심기술 여부 판단”

삼성 반도체공장 보고서 공개를 놓고 정부와 삼성간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평택공장.  ⓒ삼성전자
삼성 반도체공장 보고서 공개를 놓고 정부와 삼성간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평택공장. ⓒ삼성전자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삼성 반도체공장 보고서 공개를 놓고 정부와 삼성간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쪽인 삼성은 “국가 핵심기술이라 공개하면 안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은 정보가 공개되면 20~30년 노하우가 경쟁국인 중국에 노출돼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다. 삼성은 일단 고용부가 지난 2월부터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잇따라 공개하기로 하자 최근 공개 중지를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반도체 공정의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해 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한 것으로 9일 뒤늦게 알려졌다.

◆삼성 VS 고용부, 핵심 쟁점은 국가 핵심기술 여부

해당 보고서는 유해물질의 노출 정도, 사용 빈도 등을 측정한 결과를 적은 것으로, 삼성과 고용부가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며 공개를 놓고 대립하는 쟁점은 △측정 위치도·라인별 근로자 수·라인과 공정 이름 △측정 대상인 유해인자 목록과 측정위치 및 결과 △공개 여부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핵심 쟁점은 보고서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측정 위치도·라인별 근로자 수·라인과 공정 이름, 유해인자 목록 측정 위치 및 결과 공개에 대해 고용부는 기업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 생명·신체·보건과 직결된 정보이므로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 정책국장은 “보고서는 해당 공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질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유해물질로써 건강상 직업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에 대해서만 측정하게 돼있다” 며 “근로자 수, 해당 공장 라인 배치도나 화학물질 등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은 반도체 라인 구조, 공정 배치 순서가 드러나 공정별 면적, 설비 배치, 규모 추정이 가능하다며 공개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업계 관계자라면 공정에 활용되는 화학제품 이름, 제조사, 점도 등은 얼마든지 알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삼성 반도체공장 환경보고서 공개 논란이 커지자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지난 6일 공개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기남 사장은 “공개해선 안되는 중요한 영업기밀”이라며 “우리의 20년, 30년 노하우가 들어 있는 보고서를 공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제 3자 공개 여부다. 삼성은 3자에게 공개할 경우 핵심 기술 유출을 우려한다. 현행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삼성의 반도체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이고 해외로 유출돼선 안 된다. 이 때문에 삼성은 반도체공장 환경보고서 내용 역시 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개 반대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산재 신청 당사자에게는 외부 유출 방지 전체로 자료는 물론 현장까지 공개할 수 있지만 제 3자에게는 공개하는 것은 핵심기술 유출 위험이 크다 안된다”고 정부 입장에 맞서고 있다.

반면 고용부는 법원 판결과 정보공개법 취지에 따라 이해불문하고 정보 공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박용만 국장은 “현행 정보공개법에서는 정보공개 청구권이 신청인의 신분이나 상황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 부여되고 있다”며 “일반인과 산재 당사자를 구분해 공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각종 질병을 얻거나 사망한 근로자를 알리는 반올림 기자회견 모습  ⓒ반올림 페이스북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각종 질병을 얻거나 사망한 근로자를 알리는 반올림 기자회견 모습 ⓒ반올림 페이스북

 

◆삼성 반도체공장 정보 공개 진원지는 고법 판결

반도체공장 환경보고서 정보 공개 여부를 놓고 삼성이 고용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발단은 고법 판결에서부터 시작됐다.

논란의 진원지는 지난 2월1일 대전고등법원의 판결 내용이다. 대전고법은 삼성전자 아산캠퍼스(온양공장)에서 일했던 백혈병 사망자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의 1심 판결을 뒤집고 2007~2014년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대전고법 판결이 나오자 고용부가 해당 보고서 내용 공개를 결정한 것이다.

4년 만에 판결이 뒤집히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탕정 공장, 삼성전자 구미 공장, 평택공장을 비롯해 기흥ㆍ화성 공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가 줄을 이었다. 이 가운데 삼성이 행정소송을 낸 것은 기흥ㆍ화성ㆍ평택공장이 정보공개 청구 대상에 오르면서다. 기흥·화성, 평택공장은 삼성의 미래 반도체 핵심 기술이 집약된 곳으로 이 곳 정보가 공개될 경우 경쟁사에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흥ㆍ화성ㆍ평택 공장은 삼성의 미래 반도체 핵심 기술이 집약된 곳이라 더 민감한 정보가 많은데 무방비로 노출될 위기”라고 말했다.

◆산업부, 고용부의 반도체공장 정보 공개 방침 우려

삼성은 반도체 공정의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해 달라고 산업부에 요청하자 판단 절차에 돌입한다. 산업부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 전문위원회를 열어 심의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부는 고용부의 정보 공개 입장에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무분별한 정보 공개 여부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염려 섞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부 전자부품과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주에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전문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면서 “삼성 반도체공장 환경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는지 판단할 예정으로 판단 결과가 나오기 까지 국가 핵심기술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모습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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