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법에 대한 각 당의 태도는 개헌에 대한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척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민투표법을 위헌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당장 헌법 개정은 물론이거니와 필요시 국가 안위에 관한 중대한 정책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며 국민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민투표법을 위헌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당장 헌법 개정은 물론이거니와 필요시 국가 안위에 관한 중대한 정책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며 국민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민투표법 개정촉구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국민투표법 개정 여부는 국회의 개헌 의지를 확인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국민투표법은 2014년 7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위헌 상태에 놓여있다”며 “2016년부터 효력이 상실되어 2년 3개월째 국민투표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국민투표법을 위헌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당장 헌법 개정은 물론이거니와 필요시 국가 안위에 관한 중대한 정책에 대해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며 국민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헌논의의 토대마련과 진정성확인을 위해 국민투표법 개정을 요구한 것이다.

◆한국당, “국민투표법으로 청와대발 개헌 물타기를 하고 있다”

역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권은 청와대 발표에 항상 그렇게 반응해왔듯이 반발부터 하고 나섰다. 한편으로는 논점을 흐리려는 물타기도 시도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4일 구두논평에서 “관제 개헌안을 쪼개기 발표한 정치 쇼로도 모자라 이제는 국민투표법으로 청와대발 개헌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국민 개헌’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국민투표법 개정은 순리대로 그 논의와 맞물려 살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개헌합의가 우선이라며 대통령과 여야 4당의 개헌회동을 요구하며 역공을 취했다.

신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늘 임종석 비서실장은 국회를 향해 국민투표법을 위헌상태로 방치하고 있다며 국회를 싸잡아서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며 “누차 밝혔듯 국회의 개헌 합의가 되는대로 개헌로드맵에 따라 절차를 밟아 국민투표법 처리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되받았다.

이어 “정책혼선으로 국민 불안을 야기하는 청와대의 직무유기부터 반성하지 않고, 국회를 상대로 겁박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며 “국회의 개헌논의를 무시하고선 대통령 개헌안을 막무가내로 발의한 것부터 청와대의 독선이자 대의기관에 대한 횡포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어떤 폐해를 보여주는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또 “청와대가 이토록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데 국회가 가만히 있을 순 없다”며 “‘눈 가리고 아웅’하며 청와대 뒤에 숨으려는 여당의 모습도 한심하다. 개헌 합의를 위한 재량과 결기가 없는 여당과 협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을 함께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에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통령과 여야 4당의 개헌 회동을 제안한다”며 “청와대는 개헌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국회 윽박지르기를 중단하고 실질적인 대화테이블을 즉각 마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사진/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신보라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임종석 비서실장은 국회를 향해 국민투표법을 위헌상태로 방치하고 있다며 국회를 싸잡아서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며 “누차 밝혔듯 국회의 개헌 합의가 되는대로 개헌로드맵에 따라 절차를 밟아 국민투표법 처리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되받았다.  사진 / 이광철 기자

 

◆바른미래당, “권력에 취해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하는 제왕적 비서실장”

바른미래당은 임종석 실장을 겨누면서 ‘제왕적 비서실장’의 ‘비서정치’가 국정운영에까지 미치고 있다며 문제를 삼으며 ‘메세지’ 보다 ‘메신저’를 공격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누가 대통령이고 누가 비서인지 헷갈릴 지경”이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에 취한 문재인 정권의 비서정치가 임종석 비서실장의 만기친람 국정운영에까지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권 대변인은 “UAE 관련 논란부터,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이어, 하다못해 재활용 쓰레기 문제도 주무장관이 아닌 임종석 실장이 주재하더니 급기야 생뚱맞은 긴급 브리핑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을 국회에 주문하고 나섰다”며 “헌정특위에서 개헌과 정치개혁 전반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 만큼 여야 의원들이 국민투표법 또한 개헌안과 함께 다룰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 실장의 입장발표에 대해 “굳이 국회에 요청하겠다면 여당이나 정무수석 통해 협상하면 될 일”이라며 “권력에 취해 낄 데 안 낄 데 구분 못하는 제왕적 비서실장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마저 깨고 있음을 자신만 모르는 듯하다.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비서들의 국가권력 장악은 어김없이 국기문란으로 이어졌다”고 집중 공격했다.

권 대변인은 “그렇게도 비판했던 전 정권의 ‘문고리 3인방’을 넘어 아예 문 안을 차지하려는 임종석 실장의 행태가 심히 우려스럽다”며 “‘비서는 입이 없다’는 말이 왜 정치권 명언이 되었는지 각성하고 본분에 충실하기 바란다”고 독설을 가했다.

민주평화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사진/시사포커스유용준 기자>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가 국민투표법 개정을 압박하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 개헌안을 밀어 붙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국회가 위헌 상태로 국민투표법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비판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평화당, ‘개헌안 밀어붙이려는 청와대’ ‘국민투표법 방치한 국회’ 모두 비판

민주평화당은 ‘청와대의 밀어붙이기’ ‘국회의 국민투표법 방치’ ‘민주당의 자체 개헌안 제시’ 등을 지적하며 양비론 또는 ‘다(多)비론’을 펼쳤다.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가 국민투표법 개정을 압박하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 개헌안을 밀어 붙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국회가 위헌 상태로 국민투표법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투표법은 조속히 통과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런 식으로 청와대의 일방적 압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먼저 민주당은 대통령 발의 개헌안만 안고 있지 말고 자체 개헌안을 제시해 5개 정당 간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질책했다.

또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이 당론인 것처럼 버티고 있는 민주당에게 야당과 적극 협의하도록 주문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아울러 4월 국회의 공전이 되고 있는 방송법 개정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민주당에게 분명한 지침을 주고 협상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청와대에게 다시 책임을 돌렸다.

최 대변인은 “야당일 때는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더니 여당이 되자 법 개정에 유보적이고 깔아뭉개려는 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개헌안이든 국민투표법 개정이든 이렇게 압박과 밀어붙이기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밥송법을 슬쩍 끼워 넣으면서 민주당을 비판했다.

정의당 상무위원회<사진/시사포커스유용준 기자>
추혜선 전의당 대변인은 “그럼에도 지금 국회의 논의는 개헌의 내용과 국민투표 시기에만 매몰되어 있다”며 “정의당은 국회가 국민투표법 개정을 조속히 논의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고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정의당, “국민투표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개헌의 추진 과정이 불투명해져”

반면 정의당은 “국회가 국민투표법 개정을 조속히 논의할 의무가 있다”며 청와대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보수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국민투표 개정 촉구에 대해 “개헌의 내용과는 별개로,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개헌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해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며 “이처럼 국민투표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개헌의 추진 과정이 불투명 할 수밖에 없다”고 호응했다.

추 대변인은 “그럼에도 지금 국회의 논의는 개헌의 내용과 국민투표 시기에만 매몰되어 있다”며 “정의당은 국회가 국민투표법 개정을 조속히 논의할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고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현행 국민투표법이 위헌 상태에 있다는 것”이라며 “중앙선관위또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표인 명부조차 작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행 공직선거법과 어긋나는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 국회가 개헌논의를 진행하면서 정작 위헌상태의 법을 방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급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개헌안 합의가 우선이며, 국민투표법은 그 이후에 처리해야한다고 또다시 발목을 잡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법이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의무를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개헌을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선 안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혜선 대변인은 “국회가 개헌안의 내용을 합의하는 것만큼이나, 이에 대한 절차인 국민투표법을 개정하는 논의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며 “국회가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 앞에 증명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야지도부간의 개헌협상과 무관하게, 국민 참정권이 훼손되고 부정되는 위헌상태를 해소하는 것은 국회의 책무”라며 “국회가 스스로 헌법적 위반 상황을 해소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규정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민주, “개헌 저지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면 국민투표법 개정에 협조해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국회가 더 이상 정치공방으로 직무유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면서, 보수야당의 공세를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4일 임종석 실장의 입장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국회의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입장에 적극 동의하며,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여야가 우선적인 국민투표법 개정에 힘을 모아야 함을 강조한다”고 찬성입장을 밝혔다.

제 대변인은 헌법재판소가 국민투표법이 재외국민의 국민투표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단한 것을 거론하며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개헌 국민투표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개헌을 위한 선행조건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정치권이 개헌을 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국민투표법 개정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이율배반적인 태도라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즉각 국회를 정상화시키고 최우선적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을 위한 상임위 진행 절차에 협조해야 한다. 국회가 더 이상 정치공방으로 직무유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내용과 형식, 절차의 모든 부분에서 국민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법 개정촉구는 다음날인 5일에도 계속됐는데,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야지도부간의 개헌협상과 무관하게, 국민 참정권이 훼손되고 부정되는 위헌상태를 해소하는 것은 국회의 책무”라며 “국회가 스스로 헌법적 위반 상황을 해소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규정했다.

법 개정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우 원내대표는 “우리가 느끼는 대로 국민투표법 개정을 막아 국민개헌을 무산시키겠다는 발상이라면, 이는 국민참정권을 볼모로 개헌을 가로막겠다는 무책임한 직무유기”라며 “투표인 명부 작성 등 실무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늦어도 4월 중하순까지는 개정안이 처리되어야 한다. 이제 허비할 시간이 없다. 행안위 심사를 오늘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박홍근 원내소석부대표도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와 바른미래당 김동철 대표가 각각 발의한 국민투표법 반드시 처리해 주시기 바란다”며 두당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국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박남춘, 김영진, 소병훈, 표창원, 김병관 이재정, 김영호 의원 일동과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은 국민투표권 보장을 위한 국민투표법 처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민투표법은 2016년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여 현재 국민투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국민투표법 개정 없이는 국가안위에 관한 주요한 정책이나 헌법 개정 등에 대한 국민의 소중한 의사를 물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투표권 보장에는 관심도 없고 6월 개헌을 저지하기 위하여 국민투표법 처리를 미루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실제로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반대로 인하여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진정으로 개헌을 원한다면 자유한국당은 국민투표법 개정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개헌 저지라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국민투표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자유한국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헌재의 불합치 판정에 의해 개헌투표를 위해서는 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국민투표법에 대한 각 당의 태도는 개헌에 대한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척도로 떠올랐다. 따라서 한국당의 법 개정 거부는 명분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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