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국회에 힘 싣고 대통령 권한 일부 축소…野 반발은 여전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처리될 수 있는 통과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정치권에 집중되고 있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처리될 수 있는 통과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정치권에 집중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3차례로 나뉘어 소개되는 청와대의 대통령 개헌안 내용 중 이전부터 가장 이목을 끌어온 부분이자 정치권 내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방향과 관련해 22일 당초 알려졌듯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했다고 발표됐으나 이전보다 대통령의 권한을 일부 축소한 반면 총리와 국회에는 대폭 힘을 실어주는 형태로 밝혀져 그간 대통령 개헌안에 반대해왔던 야권의 동태에 변화를 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靑 개헌안, 대통령 권한 분산하고 총리와 국회에 힘 실어

조국 민정수석이 22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 내용에 따르면 총리 선출은 현행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대통령의 권한은 축소하는 한편 국회의 권한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대통령 권한을 축소시킨 부분으로는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삭제하고 특별사면권은 사면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권한을 제한했으며 헌법재판소장 임명권도 삭제해 헌법재판관 중 호선에 따라 정해지도록 했고, 감사원 역시 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국회와 대통령, 대법관회의에서 각 3명씩 선출 또는 지명하게끔 독립기구화 했다는 점이 우선 꼽히고 있다.

또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행정에 관한 대통령의 명을 받도록’이라고 명시된 기존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총리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이처럼 대통령의 권한이 일부 축소된 반면 국회와 관련해선 정부가 법률 발의 시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했고 국회가 정부제출 예산안을 심의해 예산법률로 확정하는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했으며 감사위원 3명을 선출할 권한도 국회에 부여했을 뿐 아니라 국회 동의가 필요한 조약의 범위도 법률 추가를 통해 확대할 수 있게 하는 등 전반적으로 권한을 강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뒀다.

다만 쟁점이 되어온 대통령 중심제 자체는 ‘4년 연임’ 형태로만 변형해 유지하는 것은 물론 국무총리 선출권도 현행 그대로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인준하는 식으로 명시해 그간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부여하는 방식의 개헌을 요구해온 야권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조 수석은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 4년 연임 또는 중임 대통령제가 다른 어떤 정부 형태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며 “국회에게 국무총리 선출권을 주는 것은 ‘분권’이란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대통령제 하에서는 관계정립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할 경우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는 항상적 긴장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 또는 추천한 총리가 정당을 달리할 경우 이중권력상태가 계속되어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 위기상황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충돌할 경우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통령 중심제를 고수하려는 이 같은 내용은 향후 재선을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조 수석은 “4년 연임제로 개헌해도 문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말씀드린다”며 “이를 보다 분명하게 하기 위해 개헌안 부칙에 ‘개정헌법 시행 당시의 대통령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로 하고 중임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개헌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이 중심이어야 한다. 대통령 4년 연임제가 지금 채택되면 4년 후부터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함께 치를 수 있어 대통령과 지방정부가 함께 출범하고 총선이 중간평가 역할을 하게 되며 대통령 임기 중 치르는 전국선거도 3번에서 2번으로 줄여 국력낭비를 막을 수 있다”며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국회의 권한에 따라 대통령이 제안한 헌법개정안을 충분히 토론하고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회에 공을 넘겼다.

◆ 대통령 개헌안에 野 반발 여전…靑 수석 ‘국회 예방’에도 냉대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개헌안 발표 형식 뿐 아니라 내용 자체를 갖고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시사포커스 / 이광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개헌안 발표 형식 뿐 아니라 내용 자체를 갖고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곤 야권에선 대부분 청와대를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듯 당장 개헌안 전문을 들고 이날 직접 국회까지 찾아온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은 예방 자체를 거부했고 그나마 맞이한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에서도 국회와 타협할 필요가 있었음을 먼저 꼬집었다.

먼저 제1야당인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개헌 논의를 위해 가진 의원총회에서 청와대를 겨냥 “개헌 가지고 장사하는 정권은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처음이다. 3일 동안 (나눠 공개해) 언론에 개헌 당위성을 확보하고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쇼를 벌인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정말 쇼를 잘한다. 노골적인 관제 개헌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오로지 한국당이 중심이 돼 야4당은 국회가 국민 개헌안을 완성하고 완성된 개헌안을 반드시 5월 중에는 야4당과 발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나가겠다”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하는 주 1회 논의를 다음 주부터 주 2회로 해 개헌 논의에 박차를 가져갈 것”이라고 맞대응에 나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이날 의총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정당 대표가 앉아서 (정부 개헌안을) 받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라고 거듭 청와대와 날을 세운 뒤 “개헌의 본질과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고 분산해 불행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지 말자는 것인데 이를 무시하고 국민에게 다른 내용을 갖고 개헌을 호도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하고 승자 독식의 폐단을 끊기 위한 고민이 전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렇듯 한국당의 경우 개헌안 내용 자체까지 문제 삼았다면 마찬가지로 한 수석의 예방을 거절한 민주평화당은 조금 다른 이유를 내세웠는데, 이날 논평을 낸 최경환 대변인은 “청와대 개헌 입장의 내용에 대해선 큰 틀에선 존중하나 형식과 진정성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며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국회의 합의를 무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 靑 개헌안, ‘내용’이 문제인가 ‘발표 형식’이 문제인가

최 대변인에 따르면 평화당은 ▲국회 주도의 개헌, 집권여당과 한국당의 개헌 협상 테이블 참여 ▲국회의 총리 추천 등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극복위한 권력 분산 포함 ▲개헌은 국회 모든 정당 합의로 추진 등 3가지 자체 원칙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최고의 개혁, 개헌은 발의가 목표가 아니라 통과가 목표”라며 “국회가 개헌을 주도, 합의해야 한다”고 개헌 주도권은 국회에 있다는 점을 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평화당 헌개특위 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의 경우 이날 청와대 발표에 앞서 같은 날 오전 가졌던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우리가 이제 내각제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적어도 총리추천제 정도를 받아야만 이번 개헌도 이뤄질 가능성도 있고, 그동안 문 대통령께서 스스로 약속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 조정에도 맞는 것”이라고 청와대 개헌안 내용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만큼 이번 대통령 개헌안은 한국당 뿐 아니라 평화당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체로 비판 일색인 다른 야당 반응과 달리 대통령 개헌안 내용에 대해 일부 긍정적 평가를 내놔 온도차를 드러냈다.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대체로 비판 일색인 다른 야당 반응과 달리 대통령 개헌안 내용에 대해 일부 긍정적 평가를 내놔 온도차를 드러냈다.

그나마 한국당이나 평화당처럼 총리 추천제를 주장해온 정의당에선 이날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이정미 대표가 “정치권에서 권력구조 문제에만 집중하고 그것이 개헌의 모든 것인 것처럼 하는데 정의당의 생각은 다르다. 근로 개념을 노동으로 바꾼 것이라든가 18세 선거권 도입, 토지공개념, 선거비례 원칙을 명시한 게 좋았다”고 긍정적 반응을 내비치면서 “아무리 좋은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훌륭한 개헌에 이어 훌륭한 타협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야권과의 협조를 촉구한 점이 정부여당으로선 몇 안 되는 위안거리가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정의당 외엔 별 달리 대통령 개헌안에 호의적인 야당이 사실상 없다는 건데, 일례로 바른미래당에선 같은 날 김동철 원내대표가 조 수석의 대통령 개헌안 발표에 대해서조차 “국무 위원인 법무부 장관을 배제한 채 대통령 개인 비서에 불과한 민정수석 주도로 이벤트 하듯 발표하고 있다. 이런 행태야말로 국민을 호도, 여당을 침묵의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야당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라며 “대통령 개헌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한 헌법 89조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위헌 가능성까지 주장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1일 성인 500명에게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관련 찬반 조사를 진행해 22일 발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개헌안 발의에 찬성한다는 주장이 59.6%로, 반대인 28.7%의 2배를 넘는 수준이어서 일단 문 대통령이 발의일로 못 박았던 26일 이전까지 야권에서 극적인 타협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리얼미터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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