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특사단, ‘비핵화·남북정상회담’ 등 결과 발표했으나 여야 평가 제각각

문재인 대통령은 7일 5당 대표와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약 1시간 반 동안 오찬 회동을 가졌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7일 5당 대표와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약 1시간 반 동안 오찬 회동을 가졌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으로 구성된 대북 특사단이 1박 2일에 걸친 방북 일정을 마친 뒤 돌아와 북측이 내비친 비핵화 의사와 판문점에서의 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 등 구체적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놓고 벌써부터 여야는 각 당의 노선에 따라 반응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데,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5당 대표 영수회담에서도 일부 이견 차가 좁혀지지 못한 모양새여서 일단 이번 방북 결과에 대해 미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명확한 평가가 나오거나 합의 결과 이행을 위한 북한의 실질적 태도가 감지되기 전까지는 한 목소리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특사 방북 결과 놓고 정부여당 ‘기대감↑’…호평 일색

지난 6일 평양에서 돌아온 대북 특사단이 풀어놓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결과에 대해 정치권에서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예상 밖의 파격적 결과를 놓고 정당마다 기대와 불신이 교차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앞서 대북수석특사로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정의용 안보실장은 지난 6일 저녁 약 7가지 내용으로 정리된 방북 결과 브리핑을 가졌는데, 회동 당시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발언했다면서 비핵화 의사를 내비친 것은 물론 북미대화 및 관계 정상화도 적극 임할 용의가 있다고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은 비핵화 역시 북미대화 의제로 논의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혀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조건이라 내걸었던 미국 측 입장을 일단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걸 이해한다면서 훈련 중단이나 재연기를 북측이 요청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던 우리 측 특사단의 우려 역시 기우였음을 확인시켜줬다.

이 뿐 아니라 김여정 특사 방남 당시 북측이 제안했던 3차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대해서도 4월 말경 판문점 내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여는 방향으로 합의됐으며 남북 양측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한 정상 간 핫라인 설치는 물론 향후 어떤 무기도 남측에 사용하지 않을 거라 확약하고 남측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을 평양으로 초청하겠다고 김 위원장이 공언해 정부여당에서도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기류를 보여주듯 당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희정 지사 건으로 대북특사단이 자칫 묻힐 뻔했지만 다행히 성과가 너무나 꽉 차고 크다”고 기대감을 드러냈고, 우원식 원내대표도 “한반도 정세를 뒤바꿀 중대한 전진”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얼마 안 남겨두고 터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으로 여론 악화를 우려하던 당내 일각에선 이번 성과가 정국 반전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같은 날 열릴 청와대에서의 여야 5당 대표 회동에 앞서 추 대표는 특사단의 방북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 야권, 긍정적 평가 속 신중론도…한국당은 혹평 쏟아

이에 야권에서도 한국당 외엔 대부분 기대해보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바른미래당에선 박주선 공동대표가 7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일단 이번 남북합의를 환영한다. 매우 진전된 합의”라며 “김정은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읽히는 상황인 만큼 미국이 속는 셈 치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다만 박 대표는 “북한은 그동안 수많은 남북합의를 파기해왔기 때문에 그 신뢰성에 대한 회의가 있다. 이번에도 무조건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를 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군사적 위협이 해소돼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언어유희”라며 “4월 정상회담에 덥석 합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성급히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데 일부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혹시 회담이 불발될 경우 남북간 불신과 긴장감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 하에 북미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달리 그간 햇볕정책을 강조해온 민주평화당에선 이번 특사단의 성과에 극찬을 쏟아내며 바른미래당의 신중론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는데, 조배숙 대표는 “북쪽에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며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고 한반도 평화의 결실을 맺도록 주도면밀한 준비를 정부에 요구한다. 미국이 대화의 문턱을 낮추도록 총력을 다해 설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뒤이어 장병완 원내대표 역시 “남북 관계가 새 국면에 접어들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룬 것을 높이 평가한다. 민주평화당은 햇볕정책을 계승해 정쟁과 핵위협 없는 평화 한반도를 만들 것”이라며 “이념과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으로 안보 협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정부여당에 협력할 의사를 드러냈다.

반면 한국당은 거의 대부분 날선 비판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대북 특사단이 남북 간 합의 사항을 발표했던 6일 즉각 장제원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비핵화도 조건부, 도발과 관련해서도 조건부, 모든 합의에 조건이 붙은 조건부 합의”라며 “달라진 게 없는 표현만 바뀐 합의”라고 평가 절하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장 대변인은 “특히 북한 체제를 보장하고 군사적 위협이 없으면 비핵화한다는 말은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맥락이 아닌지 무척 우려스럽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과 한미연합훈련 재개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교환이 있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남북정상회담과 별개로 우리의 안보태세가 흐트러져선 결코 안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날 김성태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예년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은 김정은 허락 받고 진행할 사안이 아니다. 한미연합훈련부터 재개하길 바란다”며 “오히려 북한은 이번 대화를 통해 핵보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어필할 기회와 명분을 찾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 청와대 회동서도 신경전 여전…문 대통령-홍준표 ‘정면충돌’

한국당의 이 같은 비판은 안보만을 주제로 열리게 된 7일 청와대 회동에서 극에 달했는데, 이미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핵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용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북핵쇼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또 한 번 세계와 대한민국을 기망하는 희대의 위장평화쇼”라고 주장했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100분 동안 이어진 문 대통령과의 여야 5당 대표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내내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신경전을 벌였다.

청와대 오찬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회동 결과를 브리핑한 장제원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번에 처음 청와대 회동에 참석한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과거에 북한에 속았던 전철은 이번엔 밟지 말길 부탁드리려고 왔다”며 “이번에도 평화를 내세워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북핵 완성에 시간을 벌어주는 회담이 돼선 정말 (안 된다)”고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홍 대표는 “이번 남북회담이 북핵완성을 위한 시간벌기용으로 판명난다면 대안이 있느냐”고 몰아붙인 데 대해 문 대통령이 ‘그러면 홍 대표는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응수하자 다시 “군사상황, 국제사회 정보 등 모든 정보를 망라하는 대통령이 그걸 제게 물으면 어쩌냐”고 맞받아쳐 문 대통령을 침묵시켰다.

이 같은 이견 차 속에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공동대표까지 “강력한 제재와 압박만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평화적 해법”이라며 “지금 북한이 얘기하는 비핵화와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와의 의미가 다를 수도 있다.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다고 해서 제재와 압박이 흔들릴 일은 없을 거라 (대통령이) 확실하게 발표해 달라”고 문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이날 회동에선 이번 특사단이 내놓은 결과에 대한 정치권 내 시각차만 재확인하게 됐다.

실제로 유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이 세 정당은 얘기하는 내용이나 이런 게 워낙 달라서 저나 홍 대표가 대통령과 충분히 대화하고 설명 듣기에는 상당히 아쉬웠다.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회동은 못 됐다”고 지적했으며 홍 대표도 회동 직후 “만족스러운 대답을 못 들었다”고 비슷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홍 대표는 이날 청와대 회동 결과 브리핑 자리에서 “북한은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이기게 되면 친북정책에 대한 동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자기 대화 파트너를 계속 격려해야 한다”며 “남북정상회담도 유독 다급하게 4월말로 잡은 것은 지방선거 직전에 평화모드를 조성해 선거에서 이기고자 하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주장해 사실상 남북 회담 결과를 떠나 선거 국면까지 정치권 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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