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김영철 방한 반대’ 장외투쟁 전개…야권 반응 제각각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도지사, 홍문표 사무총장, 나경원 의원 등이 26일 열린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도지사, 홍문표 사무총장, 나경원 의원 등이 26일 열린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한하는 데 대해 정치권이 저마다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얼마 전 간신히 정상화된 2월 임시국회가 다시금 공전 위기를 맞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이라며 지난 24일 북측 대표단이 내려오는 길목인 통일대교 남단에 나가 1박2일간 밤샘 농성을 벌이며 장외투쟁을 시작했고 끝내 이들이 우회로를 통해 방한하자 청계광장에서 규탄대회를 열면서 북한 대표단을 받아들인 문재인 정부를 맹렬히 성토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김영철 방한을 수용한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내놓으며 한국당과 한 목소리를 냈지만 국회 정상화에 있어선 온도차를 보였고, 거꾸로 민주평화당의 경우엔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 동조함에 따라 안보 사안만으로도 정당마다 합종연횡하는 분위기다.

이렇듯 김영철 방한으로 다시금 정치권이 양분되어버린 가운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어느 쪽이 6월 선거 전 민심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당, 김영철 방한 ‘협조’한 정부 맹비판…안보정당 색채 강화

명목상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김 부위원장을 포함한 북측 대표단이 25일 방한하면서 북핵 문제를 풀 북미간 대화가 이뤄질 것인지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제1야당인 한국당에선 전범을 한국 땅에 들일 수 없다면서 이들의 방한을 막고자 통일대교를 선점하는 실력행사에 나섰는데, 정부가 우회로를 터주면서 결국 막지는 못했지만 홍준표 대표는 “대한민국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우리가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앞서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회’까지 결성해 강력대응을 예고했던 한국당은 천안함 유족들과 함께 청와대를 압박하며 북측에 대한 정부여당의 수용적 태도를 맹비난해왔는데, 김 부위원장에 대해선 ‘사살·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데 이어 문 대통령을 향해선 ‘반역행위’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면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음을 분명히 해 ‘안보정당’이란 색채를 강조하고자 했다.

사실상 ‘신4당 구도’로 원내 상황이 한층 복잡해진 가운데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인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에게 있어 이번 김영철 방한은 보수정당으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힐 계기로도 비쳐질 수 있는데, 그래선지 이들은 여당의 반박에도 일일이 맞대응하면서 적극 역공도 펼쳤다.

◆ 한국당, 與 반격에 맞대응 수준 넘어 역공까지…원내투쟁도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특히 김영철을 지난 2014년 박근혜 정권 당시에도 판문점에서 남북군사회담을 통해 마주했던 점을 들어 여당이 ‘내로남불’이라고 한국당을 비판한 데 대해 김성태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판문점에서 이뤄진 회담은 적국과 적국이 만난 자리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의 책임을 묻고 국민적 사과를 촉구하기 위한 회담”이라며 “한국당이 당시 회담을 환영했던 건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후 평화로 넘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김영철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고 남북정상이 무산됐다”며 “무턱대고 환영하는 문재인 정부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히려 한국당은 당초 예정됐던 북측 대표단의 방한 경로인 통일대교를 막자 대신 이들이 전진교를 통해 방한한 점을 꼬집어 문 정부를 거세게 몰아붙였는데,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학용 의원은 26일 “전진교는 1984년 민통선 내에 군사 목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이 일대는 군 시설물이 즐비한 군사구역”이라며 “김영철에 노출된 군사구역에 대한 정보는 어떤 형태로든 결코 있어선 안 될 도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단 점에서 국방부와 군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북측 대표단이 내려온 도로가 군사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라며 “전진교가 372번 지방도로상에 설치된 교량으로 민간인도 통행이 가능한 시설”이라고 해명한 국방부를 재차 겨냥해 김 의원은 “이적행위를 했음에도 국방부는 김영철 행적 물타기에 급급한 모습”이라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군이 먼저 무장해제를 한데서야 말이 되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김영철 방한 저지 투쟁위원장’인 김무성 의원도 25일 “저희가 통일대교를 막고 있으면 (김영철이) 열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들어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우리 주적인 북한군에게, 수괴인 김영철에게 군사작전 도로를 제공해 우리나라로 들어와 워커힐(호텔)로 가게 했다”고 비난을 퍼부었고, 강석호 의원 역시 “일반 지도상에 나와 있지 않은 교량이고, 관할 부대장 승인 받아야 통과될 수 있는 도로”라며 “이마저 김영철에게 전부 공개해야 하는가. 엄청난 굴욕”이라고 문 정부를 성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국당은 장외투쟁과 별개로 원내투쟁도 병행할 의사를 내비쳤는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는 국방위, 정보위, 외교통일위, 그리고 운영위를 소집해서 민족의 원흉 김영철 받아들인 배경과 사전 정지작업 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남북협력기금 등 북한 대표단이 사용한 금액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면서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다.

◆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김영철 방한에 온도차 뚜렷

이처럼 한국당이 김영철 방한에 맞서 대정부투쟁을 강력하게 이끌었다면 다른 야당들에선 이를 놓고 저마다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극명히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바른미래당에선 유승민 공동대표가 26일 의원총회를 통해 “천안함 전범 김영철에게 한마디도 못하고, 북미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된다는 말하려고 국군통수권자가 전범 마주한 것이냐”라며 “지금 제재와 압박을 우리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한국당과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심지어 호남 출신인 박주선 공동대표조차 “천안함 주범인 김영철에게 사과와 사죄를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정부가) 이를 받아내지 못하면 국민적 분노는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주권국가의 수모”라고 유 대표와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박 공동대표는 총공세에 돌입한 한국당을 향해 “김 부위원장이 방문한 이상, 사죄와 사과를 요구하는 역할로 바꿔야 한다”며 “기왕에 여야 간 합의됐던 2월 임시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거리투쟁에서 일어나 국회에 와 진지한 토론장을 만들어 달라”고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반면 ‘햇볕정책’을 중시하는 호남 중진의원들이 다수인 민주평화당에선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조배숙 대표가 “김영철 부위원장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북미 대화에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며 “불씨를 살려 한반도 평화를 일궈내는 게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조 대표는 김 부위원장의 방한을 저지하려 했던 한국당에 대해서도 “평화올림픽에 상처 입힌 정치권”이라며 “한반도 평화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전향적 사고와 동참을 요구한다”고 입장을 내놔 보수야당들과 확실하게 대조를 이뤘다.

아울러 햇볕정책을 강조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같은 당 박지원 의원까지 한국당이 ‘김영철 방한 저지’ 밤샘 농성을 시작한 24일부터 일찍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미 간 사전 조율 없이 최휘, 김영철 등 북한 제재 인사들이 개막식, 폐막식 등에 참석할 수가 있겠나”라며 “왜 당신들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황병서 총정치국장, 대남강경파 실세 최룡해 부위원장, 김양건 비서 겸 통전부장이 인천공항으로 방남할 때 그들의 비행기가 우리 땅에 못 내리도록 공항 활주로에서 농성하지 않았나”라고 한국당의 태도를 꼬집었다.

특히 박 의원은 26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바른미래당이나 한국당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7·4 공동성명,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남북기본합의서, 보수 정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 되기 이전에 북한 가서 김정일 만났지 않나”라며 “그런데 왜 이렇게 미국도, 북한도 나서는 이 마당에 그런 (저지하는) 일을 하는가 이해할 수 없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북미 대화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은 비핵화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이날 오후 전국 각지에서 당원들을 끌어 모아 청계광장에서 주최 추산 15만명 규모(경찰은 3만명으로 집계)의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를 열고 북한 대표단을 맞이한 문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북핵 폐기 추진 특별위원회를 새롭게 만들어서 북핵을 반드시 폐기시킬 것”이라고 천명해 북측 대표단이 오는 27일 귀환한 뒤에도 정치권 내 파장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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