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제1당 자리-지방선거 승리 ‘두 마리 토끼’ 잡는 과제에 고심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6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월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6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의 탄생으로 원내 구도가 신4당 체제로 재편된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 같은 정치권 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사실상의 미니총선급인 보궐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6·13지방선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율 반등과 함께 원내 주도권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는 한국당 지도부가 어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렇지만 얼마 전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둘러싸고 여당과 신경전을 벌이던 끝에 국회 보이콧까지 단행했음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국회 파행에 대한 비판만 받고 결국 정상화하기로 선회한 데다 내부적으로는 당 중진의원들이 홍준표 대표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장차 순탄하게 풀릴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 민주당과 ‘5석’ 차이…한국당, 원내 제1당 확보할 수 있을까

우선 지방선거 못지않게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정계개편인데, 이미 바른미래당과 민평당이 나오면서 ‘신4당 체제’가 이뤄진데다 1당을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2당인 한국당 간 의석 수 차이가 5석에 불과해 원내 1당까지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앞서 오는 5월로 민주당 출신인 현재의 정세균 국회의장 임기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 양측은 이제 의석 수 확보에 전념하는 분위기다.

현재 121석인 민주당은 일찌감치 추미애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국회 내 의석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것도 집권당으로서 중요하다”라며 현역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를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전남지사에 도전하려는 이개호 의원에 재고할 것을 요청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 중이지만 이런 호소가 무색할 정도로 현재 17곳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현역의원들이 출마를 선언한 곳만 10곳에 달하고 있다.

만일 이들 10명이 끝까지 출마 의사를 번복하지 않고 강행할 경우 민주당 의석수는 111석으로 줄어들면서 한국당이 오는 5월 의장직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게 되고 이렇게 되면 여당은 향후 쟁점법안 처리 등에 있어 의장의 직권상정 등을 야권 압박 카드로 쓰게 될 수 없어 앞으로 원내 주도권을 적잖이 한국당에 빼앗기게 된다.

또 원내 1당 지위를 지켜내지 못하면 6월 지방선거에서 ‘기호 1번’ 배정도 한국당 몫이 될 가능성이 높기에, 지난 2015년 2월 만들었던 ‘임기의 4분의 3 이상을 마치지 않은 선출직 공직자가 각급 공직 선거에 출마할 경우 경선에서 10%를 감점한다’는 당규를 이전과 달리 현역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할 만큼 최근 들어 의석수를 지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 출마자도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일각에선 정치적 색채가 유사한 민주평화당이나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들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민주당의 설훈 의원은 지난 8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민평당에 대해 “(민주당과) 통합의 절차로 가는 것이 정도(正道)”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당장은 민평당의 조배숙 대표가 20일 민주당과의 지방선거 연대조차 “전혀 생각도, 계획도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기에 쉽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여당이 이 정도로 의석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 못지않게 경쟁정당인 한국당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미 홍 대표는 지방선거 인물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2일 당사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인재난을 겪고 있지만 현역의원 차출은 본인이 스스로 나오지 않는 한 차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역의원을 차출 안 해도 외부에서 선거 이길만한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다 경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의원이 의원직 사퇴란 배수진을 치자 이를 직접 설득해 ‘의원직 사전 사퇴’ 입장은 철회하게 만들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12일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홍문표 사무총장이 대화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12일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홍문표 사무총장이 대화하고 있다.

여기에 같은 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19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에 대해 “동참은 했는데 가보니까 좀 아쉬웠더라 하는 분들이 계신다. (한국당으로 넘어오려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신 건 틀림없다”며 “지방선거 전이 그분들도 원하는 거고, 저희들도 그렇게 원한다”고 추가 이탈자가 나올 거란 관측을 내놓는 등 의석 확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지금도 민주당은 지지율이 야권에 비해선 높은 편이다 보니 당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지방선거에 서로 나서려는 분위기인 반면 한국당에선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 외에는 현역 의원들의 적극적인 출마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의원직이 줄어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원내 1당 탈환에 있어 청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선거법 위반 등에 대한 수사·재판 결과로 인한 의원직 상실이 현재 의석 수 유지에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김성태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20대 국회에 들어서 한국당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5명이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단 한 명도 의원직 박탈이 없었다”면서 “오로지 한국당 의원들만 때려잡는데 혈안이 돼 있는 검찰은 과연 누굴 위한 검찰인지 되묻고 싶다”고 격하게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홍준표 대표와 당내 중진들 갈등은 또 다른 변수

비단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닌데, 홍준표 대표의 ‘스트롱맨’ 리더십에 불만을 품은 당내 중진들이 최고중진연석회의 개최를 요구하며 거듭 성명서까지 내고 홍 대표를 공개 비난하고 있는 내부 갈등 사안 역시 중요한 시기에 한국당의 운명을 뒤흔들 변수로 꼽히고 있다.

앞서 계속된 당 내홍으로 보수정당 분당이란 초유의 사태도 겪었던 만큼 더는 분열이 일어나지 않을 법도 하지만 정갑윤, 이주영, 심재철, 정우택, 홍문종, 유기준, 나경원 등 과거 출신 계파를 막론하고 4선 이상 의원들이 모두 홍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독선, 비호감 정치’라면서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김 원내대표까지 나선 중재에도 불구하고 쉽게 진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원내전략수립중진회의를 제안하며 김 원내대표가 상황을 수습하려 했음에도 일부 중진의원들은 홍 대표와의 소통과 김 원내대표의 소통은 차이가 있고, 원내대표가 중진연석회의를 주재한 전례가 없었다며 상당기간 최고위원회의보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입장을 내놓고 있는 홍 대표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로 이명수 한국당 의원(3선)의 경우 20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당내 문제는 당내에서 해결하고 대화가 돼야 하는데 대표도 그렇고 중진 의원들도 하고 싶은 얘기를 언론하고 직접 하는 방식에 이런 문제가 있다”며 “당 대표가 풀어야 한다. 당의 얼굴이니까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홍 대표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는 당의 비공식 기구를 통해 민심을 잘 접하고 있다며 자신의 소통 방식을 문제 삼는 중진 의원들을 비판한 데 이어 과거 중진회의처럼 여과 없이 지도부를 겨냥한 공개 발언을 하다 보면 또 ‘봉숭아학당’이란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이들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어 선거를 앞두고 결집해야 할 시점에 당 분열을 일으킬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이처럼 지도부와 중진들 간 불화는 벌써 지방선거 준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한데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산시장 후보난과 관련해 “공천으로 가장 좋은 시절 편안하게 3~4선씩이나 하신 중진들이 뒷짐만 지고 있는 것 같아 열불 난다”며 “경선이라도 뛰어들어 당의 경쟁력을 높이는 불쏘시개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중진들이 없다는 게 우리당의 현실”이라고 중진의원들의 비협조적 태도를 지적했다.

◆ 지방선거 인물난 겪는 한국당, 바른미래당과 연대 가능할까

장 의원이 언급한 부산시장 후보의 경우 현재 현역인 서병수 시장과 이종혁·박민식 전 의원이 있는데, 최근 한국당으로 복당한 김세연 의원마저 고심 끝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인물난을 겪고 있다 보니 경선도 언감생심인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물난 속에 선거일이 임박하다 보면 결국 보수 색채를 공유할 수 있는 바른미래당과도 선거연대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없진 않지만, 일단 바른미래당 측에선 한국당과의 연합은 물론 선거연대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현 시점에선 성사되기 희박해 보인다.

심지어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6월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나오는 대신 한국당에서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단일후보를 내는 묵시적 선거연대론도 일부 흘러나오고 있지만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20일 의총 직후 “한국당이 극복의 대상이지 연대나 연합의 대상은 아니라고 얘기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홍 대표도 일찍이 지난달 22일 “미니정당과는 연대 없다”고 공언한 바 있어 양당이 선거를 이유로 손잡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기에 재신임까지 내건 홍 대표가 어떤 식으로 지방선거란 난국을 돌파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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