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와 '시비' 속에 휘말린 피곤한 삼성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원건과 관련, 참여연대는 금융감독위원회를 감사원에 감사청구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실상 삼성 구조조정본부를 겨냥하는 일련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여전히 삼성은 피곤하다 시민단체와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크게 세 건의 특혜가 삼성에게 주어졌다고 한다. 첫째, 관련 법률을 개정해서 삼성전자의 기흥공장 증설을 허용한 것. 둘째, 삼성카드에 대한 삼성생명의 대출한도를 법에 규정된 한도의 12.5배에 달하는 5조원으로 늘려줌으로써,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원을 승인한 것. 셋째,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법을 어겼다고 하면서도 처벌은커녕 처리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 삼성카드 정상화는 특혜?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 기흥공장 증설 문제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백 번 양보해도,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원을 승인한 것과 삼성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원건과 관련, 참여연대는 금융감독위원회를 감사원에 감사청구 했다. 참여연대는 삼성카드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주주의 감자 등 구조조정을 위한 어떠한 손실분담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구조조정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카드에 대한 용공여 한도를 법정한도의 10배를 초과한 것은 관련 법규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 한 것으로 위법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LG카드의 경우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부실책임을 일부 부담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삼성카드의 경우 기존 대주주에 대한 감자는 물론 실질적인 그룹 총수책임을 배제한 채 우량 계열사를 동원해 부실한 삼성카드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특혜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에버랜드 직접 고발 검토" 또한 참여연대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혐의를 확인하고도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추후 에버랜드를 상대로 직접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특히 금감위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지주사 인가 때 공정위와 협의토록 돼 있기 때문에,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별도의 일정을 갖고 사안을 검토할 이유도 없다며 결국 금감위는 거대재벌인 삼성에 대한 감독권 행사를 유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는 또 금감위는 법 위반 혐의가 있는 에버랜드에 대한 고발 조치를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유보했으나, 이 같은 형사처벌의 실익여부는 감독당국이 예단할 수 없으므로 금감위는 엄정한 금융감독 법 집행을 위해 고발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은 공정위에 이어 금감위까지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공은 삼성그룹으로 넘어갔으며, 삼성그룹이 과연 어떤 해결책을 내놓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도 공정위와 금감위가 삼성에버랜드를 금융지주회사라고 규정하고 시한까지 못박은 이상,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시간이 촉박한 만큼 우선 공정위에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됐음을 신고한 다음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처분하거나 아니면 삼성에버랜드의 부채를 늘려 일단 금융지주회사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금감위가 지정한 6월말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일부를 매각하거나 회사채 발행, 차입 등을 통해 자산을 늘리는 방법 등도 고려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투자한 회사의 주식가치가 올랐다고 금융지주회사로 지정하고, 주식가치가 떨어졌다고 금융지주회사에서 벗어난다는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모순이 많다"며 "이후 추가적인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금융지주회사법이 빠른 시일 내에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참에 구조본도 손을 보자!' 삼성그룹 내에서 최고 권력기관으로 통하는 '구조조정본부'. 이 무소불위의 본부가 최근 두 가지 문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는 재벌 가운데 삼성그룹만이 유일하게 노무현 정부의 구조조정본부 폐지 정책에 맞서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기 구조조정본부장 선임에 대한 것이다. 구조조정본부 폐지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주요한 재벌정책의 하나로 추진해온 것이다. 그 결과 과거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각 재벌 구조본들이 폐지되거나 다른 형태로 변화됐다. 재벌 서열 2위의 LG그룹과 3위의 SK그룹은 아예 구조본을 폐지했다. LG그룹의 경우, 지난해 3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서 구조본을 폐지했다. 그 대신 지주회사인 ㈜LG가 자회사에 대한 효율적 자원배분, LG 브랜드관리 등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구조본을 폐지하고, 그 대신 SK(주) 투자관리실에서 계열사 투자, 재무, 인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관리실장을 상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승격시키면서 최태원 회장의 시카고대 동문인 박영호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을 임명해 위상 강화에 나서고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과 금호그룹 등은 구조본을 전략경영실이나 전략경영본부 등으로 바꾸면서 기능을 축소했다. 현대차의 경우 구조본을 없애는 대신 '전략조정실'을 신설해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인 최한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초대 실장에 임명했다. 금호그룹은 구조본을 없애면서 기능을 축소한 전략경영본부를 신설했다. 이처럼 재벌들이 모두 구조본을 폐지하거나 다른 형태로 변화시킨 것과 달리 삼성그룹은 구조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히려 위상을 강화했다. 삼성그룹은 올해 초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이학수 구조본부장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차장직을 부활시키면서 김인주 재무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임명했다. 현재 삼성그룹 구조본은 그룹 계열사의 자금 및 정보흐름을 통제하면서 이재용 후계구도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계 관계자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업무추진계획에서 재벌 구조본의 기능과 비용 분담 내용을 공개토록 하기 위해 결합재무제표의 주석에 관련 내용을 기재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은 삼성그룹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결합재무제표에 공개하는 방식으로도 투명성이 제고되지 않는다면 공정거래법을 고쳐 구조본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없는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제외한 다른 그룹들은 사실상 구조본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번 공정위의 방안은 삼성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구조본부장에 촉각을 곤두서 삼성그룹 구조본이 주목을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차기 구조본부장으로 누가 선임될 것이냐 하는 점. 현재 구조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학수 부회장은 올해 초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위상이 높아졌지만 큰 오점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 300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장본인이라는 점. 최근 검찰의 움직임을 볼 때 이학수 부회장은 잘못하면 구속, 최소한으로 보더라도 불구속 기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이학수 부회장이 구조본부장을 계속 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관측. 그렇다면 누가 차기 구조본부장이 될 것인가?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과 김순택 삼성SDI 사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장은 삼성카드 사장을 맡고 있던 중 올해 2월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CEO자리를 박근희 사장에게 넘기고 현재는 그냥 사장 직책만 갖고 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유 사장을 요직에 중용되기 위해 현재 대기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왜냐하면 유 사장에 대한 그룹 내부 평가가 좋은데다, 유 사장이 사장단 중 '시니어 그룹'에 속하는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룹의 전반적인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삼성그룹 내 뛰어난 CEO 가운데 한 명으로, 이건희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학수 부회장이 물러날 경우 김 사장이 가자 유력한 차기 구조본부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삼성 관계자는 "이학수 부회장이 만약 교체된다면 차기 구조조정본부장 자리는 이재용 상무의 경영 승계 체제를 가시화, 가속화해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어 막중한 자리라 할 수 있다"면서 "이건희 회장의 판단과 함께 이재용 상무 본인의 결심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분위기로는 차기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후보로는 김순택 삼성SDI 사장과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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