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흑자 거두었으나, 시련 또한 만만치 않아

하이닉스반도체가 3분기 연속 흑자행진으로, 회생의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하이닉스는 29일 경영설명회(IR)를 열고 지난 1/4분기 해외법인을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천500억원, 영업이익 3천800억원, 경상이익 3천83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9%, 영업이익은 54% 늘어난 것으로, 창사이래 최고치이기도 하다. 3분기 연속·창사이래 최고치 흑자 기록한 하이닉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3/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경상이익은 전분기 8천620억원의 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경상손실의 흑자 전환은 지난해까지 자구계획 등으로 대폭 반영됐던 비경상 항목들이 대부분 소멸되어, 영업외 비용이 이자비용 등 경상적인 비용으로만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이번 실적 호전이 판매수량 증가 및 D램 가격의 안정으로 메모리 부문의 매출이 증대된데다 비메모리의 경우도 파운드리(수탁가공생산) 라인 가동률 증가 및 LDI, CMOS이미지센서 등의 판매 호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IT 경기회복에 따른 안정적인 반도체 시황을 바탕으로 계획을 상회하는 생산량 증가, 고부가가치 제품판매 확대 및 원가경쟁력 향상으로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닉스의 본사기준 실적은 매출 1조2천970억원, 영업이익 2천910억원, 경상이익 3천510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51% 증가했으며 경상이익은 흑자전환 했다. EU 국가 늘어나, 상계관계도 그만큼 부담 커 그렇지만 하이닉스에겐 '경사' 못지 않게 암담한 소식도 들려온다. 5월 1일 유럽연합(EU)에 10개국이 새로 편입됨에 따라, 상계관세 범위가 늘어나는 하이닉스가 D램 전략을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디지타임즈'가 4월 29일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지난 해부터 하이닉스의 D램 제품에 34.8%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유럽연합에 신규로 가입하는 국가에도 동일한 관세를 물어야 한다. 하이닉스는 현재 동유럽 국가의 D램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기록중이다. 다음달 1일 유럽연합에는 사이프러스와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몰타, 리투아니아, 폴란드, 솔로바키아, 솔로베니아 등 10개국이 새로 편입된다. 하이닉스가 고율의 관세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지 변경. 상계관세 35%를 떠안은 상태에서 가격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디지타임즈는 "하이닉스의 유일한 대안은 미국 오리곤 공장에서 생산량을 늘려 관세를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다른 판매라인을 개척하거나 유럽에 갈 물량을 현물시장에 푸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D램 현물시장은 공급 증가로 가격 하락이, 고정거래시장은 공급 감소로 거래가 상승이 점쳐진다. 채권단, '아직 투자 확대는 무리' 하이닉스의 '곤혹'은 유럽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다. 하이닉스가 추진중인 중국 공장설립 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최근 하이닉스 채권단은 하이닉스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중국 반도체 공장설립 등 해외공장 추진안을 최종 부결시켰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제외하고 산업은행, 우리은행, 조흥은행 등 주요 채권은행들이 대부분 하이닉스의 해외공장 설립 건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 이처럼 다수의 채권단이 반대하는 이유는 투자리스크가 너무 큰 탓.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할 경우 출자전환 등으로 자칫 경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공장 설립이 이루어지더라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는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황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오히려 이자부담만 늘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하이닉스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보다는 빠른 채권회수를 원하는 채권단의 기본적인 입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닉스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언제까지 D램의 가격호조에만 의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하면서 "중국 공장설립을 통해 메모리 부분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적극적으로 이번 중국 공장 설립을 찬성하고 있는 것은 외환은행이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주채권은행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 그러나 시장과 업계에서는 "채권단에게 투자자의 역할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 아니냐"며 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설립 계획이 결국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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