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녀와 미녀'를 오가며 치룬 '첫 주연 신고식'

호리호리한 키, 가늘고 긴 팔다리, 자그마한 얼굴에 너무도 또렷히 박혀있는 이목구비, 거기에 뭔가 도도해 보이는 차가운 표정까지. 김아중을 보고 있으면 이제 막 박스에서 나온 바비 인형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데뷔 첫 주연을 맡은 김아중은 1인 2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며 스크린의 여왕으로 거듭날 채비를 갖췄다.

미녀와 뚱녀 사이, 여자의 변신은 무죄

두 여자가 있다. 축복받은 것이라고는 수정처럼 맑은 목소리 뿐, 상상 초월 보고만 있어도 부담스러운(?) 무대뽀 뚱녀. 외모 때문에 가수의 꿈을 포기하고 인기 가수의 노래를 대신 부르는 얼굴없는 가수로 살아가는 한나. 이와는 반대로 혜성같이 등장해 초절정 인기 스타로 급부상한 완벽한 S라인에 성격 좋고 황당, 엉뚱, 귀여운 무결점 미녀 가수 제니. 바로 김아중이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변신하게 될 두 명의 인물이다.

데뷔 후 첫 주연을 맡은 김아중은 베테랑 연기자들도 하기 힘들다는 1인2역을 표현하며 혹독한 ‘첫 주연 신고식’을 치뤘다.

“시나리오가 참 재미있었어요. 오히려 제가 해야 할 것들이 많고 어려워보여서 출연을 선택했죠. 첫 주연인데 쉽고 식상한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관객들이 찾아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주연을 맡았다는 기쁨보다 부담감이 더욱 컸어요.‘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와 줄까?’라는 걱정. 그런데 영화 작업을 하면서 영화는 결코 혼자 만들어지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중의 한 일원으로써 더욱 열심히 작업에 임하게 되었어요. 형식적인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몇 개월 동안 동고동락했던 스탭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너무 감사드려요.”

처음 ‘한나’ 역을 놓고 연출을 맡은 주진모 감독은 난항을 겪었던게 사실이다. 특수분장을 비롯해 노래, 춤, 거기에 연기까지 잘 해 낼 수 있는 배우를 찾는다는게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감독은 김아중의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으리라 확신 했다. 뿐만 아니라 김아중을 보는 순간 뚱녀 ‘한나’ 캐릭터 이미지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그렇다면 과연 그 결과는? 김아중은 왠만한 사람이라면 하기 힘든 작업도 묵묵히 잘 따라주는 열정을 보여주며, 시나리오보다 더 많은 감정을 이끌어내 주는 놀라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처음 제가 특수 분장을 했을 때 경악했어요. 그리고 주변에서 괜찮냐고 심각하게 묻기도 했고요. 7회차까지 찍을 때는 매우 힘들고, 신체적인 제약이 너무 많아 역할에 몰입하기가 힘들었어요. 사실 몰래 한의원에 가서 총명탕을 먹기도 하고…. 그런데 현장 편집본에 담긴 제 모습을 확인하자 100% 캐릭터에 몰입된 스스로의 모습에 반하게 됐어요. 다시 하라고 해도 또 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얻었어요.”

가수의 꿈, 그리고 연기

그런 자신감 때문일까? 김아중의 뚱보 모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녀 김아중’ 보다 더 애교스럽다는 평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극 중 가수로 나오는 김아중의 노래실력은 전 스탭들을 감동시켰다고.

“연기자가 되기 전 실제로 가수 지망생이었어요. 어쩌다 보니 연기자가 되긴 했지만 가슴에 품어온 꿈을 연기를 통해서라도 이룰 수 있게 되서 뿌듯해요. 가수 역할을 연기하면서 그것을 연기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실제로 내가 가수 지망생이라는 생각으로 데뷔를 한다고 생각하며 연기를 했어요. 가수들이 무대에서 느끼는 희열감을 모두 표현할 수 없어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연기했어요.”

가슴으로 품어온 ‘가수’라는 꿈을 이루게 해 준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그래서 김아중에게 더욱 특별하다. 김아중은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관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김아중’ 이 예쁘고 아름다워 보이는 연기자가 아닌, ‘배우 김아중’이 예쁘고 멋있어 보일 수 있는 연기자가 되자는 것이다. 역에 자신의 혼을 담아 최선을 다 할 때, 비로소 ‘배우 김아중’이 될 수 있다는 그는 지금 간절히 바란다. ‘한나와 제니’에 자신의 혼이 깊숙이 담겨있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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