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VS 열린우리당’ 막바지 접어든 당청갈등

▲ 청와대
여당 비대위가 본격적인 ‘친노’ 기반 허물기(?)에 나섰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1월 21일 저녁 비상대책위를 열어 기존 당원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당헌, 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다음 날 개정안을 확정했다. 결국 ‘당원이 주인 돼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던 정치실험은 공염불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우리당의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의 기간당원을 대체하는 기초당원의 자격요건이 대폭 완화돼 당비를 내지 않고도 상향식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기초당원이 되려면 최근 3개월간 당비를 납부하거나, 연 2회 이상 당 행사나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기존의 자격요건(기간당원)은 최근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고 당원 연수 또는 당 행사에 연 1회 이상 참여해야 했다.

이와 함께 이 개정안의 독특한 특성은 ‘공로당원’을 도입한 것. 이는 기초 당원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15%에 한해 당원협의회가 공로를 인정한 당원에게 기초당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실상 진성당원제가 폐지된 것에 관해 친노직계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사모나 국민참여연대는 반대시위를 펼치며 반발하는 한편 참여정치실천연대는 법적 투쟁까지 불사할 태세다. 이들에게 이번 비대위의 결정은 ‘폭거’와 진배없기 때문이다. 통합신당으로 가기 위해 친노직계의 조직적 기반을 붕괴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지적하고 나선 기간당원제의 맹점은 이른바 종이당원 및 당비대납 문제가 주를 이루었다.

우리당 출범 초기 ‘국민 참여’를 기치로 문을 열었지만 제대로 틀을 잡지 못하고 특정계급이나 이익단체에 기반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폐쇄적 공동체’가 돼버렸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와 관련 우상호 대변인은 “기간당원제를 도입한 지난 지방선거 과정서 당비 대납 사건 등 여러 가지 폐단이 야기됐다”면서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개정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해 당 일각에서 일고 있는 정치적 음모론(?)을 전면 부인했다.

불거진 당내 갈등 ‘친노 VS 반노’

하지만 김형주 참정연 대표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공로당원으로 끌어들여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우리당을 합법적으로 해산하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비대위의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을 두고 우리당 내부의 친노세력과 비노세력간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대립은 표면적으로는 진성당원제의 정착 여부를 놓고 벌어지는 양상을 띄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친노와 비노 세력간의 권력투쟁이라는 게 정가의 중론이기도 하다.

우리당 한 관계자는 “이미 정치적 생명을 다한 식물정당이나 마찬가지인 여당은 흩어져야만 살 수 있다. 따라서 통합신당의 탄생과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궁여지책”이라며 “여기서 걸리는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즉, 통합신당 추진 과정서 일각을 담당할 민주당에 대한 전면적인 배제를 요구하고 있는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이 내년 초 전개될 정계개편 과정서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그는 또 “비대위의 결정은 청와대와의 결별 수순의 단초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어차피 친노그룹과는 함께 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 노무현 대통령
이러한 비대위 및 당내 통합신당파들의 움직임에 맞서 친노그룹은 두 가지 영역에서 맞불을 지피고 있다. 당내와 당외에서 투쟁을 벌이는 것.

먼저 당내에서는 참정연이 전방위 포격에 나섰다.

지난 11월 23일 ‘기간당원제 폐지는 당원에 대한 도발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비대위의 당헌개정 강행은 당원에 대한 도발이자 당을 안으로 허물려는 시도”라며 “당 비대위가 당헌을 개정할 적법한 권한을 가진다고 보지 않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한 법률적 검토를 착수했다”고 밝혀 사실상 법적 소송을 예고했다.

이날 참정연의 핵심 관계자는 본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변호인단에 문의한 결과, 이번 결정은 법률적으로 원천무효에 해당”한다며 “비대위의 결정은 당의 혼란만을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당내 친노 그룹이 공동연합전선을 형성했다. 참정연의 주도로 ‘전국당원대회 준비위원회’가 결성돼 오는 8일 영등포 당사 앞에서 전국의 당원 1천명 이상이 참가하는 ‘전국당원대회’를 개최해 비대위의 개정안 처리가 원천무효임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 준비위에 참여하는 모임은 신기남 전 의장이 이끄는 신진보연대 및 자생적 당원 조직인 ‘중단 없는 개혁을 위한 전국당원연대’ 등이다.

노사모의 재등장

이와 함께 원외에서는 노사모가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비대위 결정에 항거해 촛불집회를 비롯, 노무현 대통령과의 지난 8월 회동 녹취내용을 공개하면서 다시금 ‘노무현 살리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녹취 내용에 의하며, 노 대통령의 사회경제적 전반을 아루르는 인식의 체계를 엿볼 수 있다. 어려운 경제난에 대해 “성장에 빨간불 안 켜졌다. 세금 낮고 국가부채는 아주 낮다” 등의 자신감을 표출했고, 부패·기득권 층을 겨냥해 날선 비판을 가함과 동시에 구태 정치와 거리를 두며 “나는 창의적인 대통령”이라고 자신했다.

“끝까지 한번 할랍니다”란 말에서 알 수 있듯 노 대통령은 향후 여권발 정계개편에서 주도권을 절대 놓칠 생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이미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전쟁은 시작됐다. 이 대목에서 노 대통령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당내 일각에서는 오래 전부터 “향후 정계개편에 신경 쓰지 말고 남은 국정이나 잘 마무리하라”는 고언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전격회동을 비롯, 정계개편 3대 원칙 제시 및 목포 방문을 통해 호남 민심 끌어안기 등의 정치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여권발 정계개편과 맞물려 닥쳐올 ‘레임덕 조기화’를 걱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임기 내내 ‘당정분리’ 원칙의 역효과로 불협화음은 끊이지 않았고 매주 최저치를 경신하는 낮은 국정지지도를 고려할 때 여권발 정계개편 과정에서까지 소외된다면 자신이 그토록 강조하던 ‘개혁정부’는 막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노 대통령의 머릿속에 박혀 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승부수는 결국 열린우리당의 다수가 친노직계를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창당주역인 정동영 전 의장과 ‘왕의 남자’로 분류되던 천정배 의원이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자인했다. 특히 천 의원은 표면적으로는 친노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공언하고 있지는 않지만, ‘4대 개혁입법’에 대한 실패 등을 거론하며 통합신당론 쪽에 확실히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제 최후의 당청전쟁은 두 세력 간 분열로 종결될 전망이다.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상책이란 소리.
열린우리당은 기존의 기간당원의 입지를 대폭 줄인 것을 바탕으로 통합신당으로 갈 공산이 크고, 노 대통령은 확고한 ‘왕의 남자’ 유시민 복지부 장관 등의 참정연 및 연말까지 1만명의 회원을 확보해 개혁정권의 맥을 잇겠다는 ‘신진보연대’등과 살림을 따로 차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 이상 여당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 철군 계획서’ 요구를 당론으로 확정한 것에서 보면, 여당은 이제 청와대의 정책 및 방침에 전면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낮아진 인지도 회복 및 정권 연장을 위한 나름의 길을 갈 것으로 풀이된다.

세력분화 일어날까?

차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지막 당·청 갈등.’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당 내부 세력간 내홍의 결말에 세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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