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론은 여전히 우세하나 의외의 인상도 배제못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예금은행 지급준비율을 16년만에 인상함으로써 다음달 7일 열리는 12월 정례 금통위에서 콜금리 조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잉유동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콜금리 인하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며 남은 카드는 동결과 인상뿐이다.

여태까지는 콜금리 동결론이 다소 우세했다.

부동산 광풍으로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콜금리 인상 `주문'이 쇄도했던 11월초 금통위는 전반적인 경기상황과 물가 수준 등을 고려, 소신껏 콜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12월 금통위 직전에는 한은 조사국이 내년 경기전망을 발표한다.

내년 성장률이 4% 중반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상황이며, 그렇게 밝지 않은 경기전망을 제시하는 것과 때맞춰 금통위가 자신있게 콜금리 인상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여전히 유효한 편이다.

지난 8월 콜금리를 연 4.50%로 인상할 당시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3명이 강력히 반대, 결국 한은 총재가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상황까지 연출됐기 때문에 향후 경기가 완연한 상승세를 타지 않는 한 콜금리의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압도해왔다.

그러나 지준율 인상이라는 돌발 카드가 이러한 전망 자체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작년말 이후 지금까지 5차례의 콜금리 인상만으로도 과잉유동성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자 시중은행을 통해 공급사이드에서 대출을 억제하는 형태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지준율 인상이 이뤄졌다.

그만큼 시중에는 유동성이 과도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 콜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지준율 인상으로 각 은행들이 필요지급준비급을 추가로 4조8천억원 가량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콜 차입으로 적립에 나설 경우 단기자금시장에서 콜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따라서 콜금리가 한은이 책정해놓은 목표수준인 연 4.50%를 훨씬 웃도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도록 한은이 적절한 공개시장 조작에 나서야 한다.

만약 금통위가 12월에 콜금리를 추가로 인상한다면 공개시장조작의 부담이 한결 덜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은은 지준율 인상과 콜금리 조정을 직접 연결지어 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잘못 짚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은의 박재환 부총재보는 24일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콜금리 조정은 수요쪽에서 통화수요를 조절하기 위한 정책인데 반해 지준율 인상은 공급 쪽에서 통화량 증가를 억제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성격이 다르다"면서 "콜금리 조정은 경제전반에 아주 광범위하게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이번 지준율 조정에 따른 금리인상 효과는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콜금리 인상이라는 연마된 큰 칼을 쓰지 않고 16년간 장롱속에 넣어 뒀던 녹슨 칼을 끄집어낸 것은 그만큼 콜금리 인상이 초래하는 부담이 크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12월에도 부동산 광풍이 계속 이어지고 지준율 인상 조치가 시장에 아무런 심리적 효과도 발휘하지 못한 채 유동성 급증세가 계속될 경우 한은이 제대로 된 칼을 빼들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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