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탄핵철회 시효 지나"...박근혜 "탄핵철회 뺀다면 기꺼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간 여야 대표회담이 오랜 신경전 끝에 빠르면 내달 초 열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 의장은 2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시효가 지났으며 무의미해졌다"면서 "탄핵철회의 의미가 많이 없어졌고 박근혜 대표가 탄핵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탄핵철회를 위한 회담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생의 정치와 민생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는 논의를 위해 만날 필요가 있다"며 탄핵 문제를 제외시킨 상생정치 회담을 박 대표에게 제의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대통령 탄핵문제를 빼고 민생과 경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라면 응하겠다"면서 "민생투어를 마친 뒤 하자"고 사실상 제안을 수락했다. 박 대표는 "현재 제가 당선 사례를 겸한 민생투어를 하고 있는 만큼 이를 끝내고 하면 민생과 경제실태를 많이 파악해서 심도 있는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전국 민생현장을 둘러본 후 정 의장과 만날 계획이어서 여야 첫 양자 회담이 이르면 내달 초에 이뤄질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대표회담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진 만큼 양측은 일단 시기를 5월초가 될 것으로 밝혔다. 이는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재 판결이 이르면 내달 중순 내려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또한 정 의장도 "탄핵이 기각된 이후에는 만나기가 좀 껄끄러운 대목들이 있어 탄핵 결정 전에 만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당 김영춘 대표비서실장과 전화 접촉을 가진 한나라당 진 영 대표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구체적인 일정 등을 협의했다. 결국 양측 비서실장과의 접촉 결과 "당에서 29~30일 연찬회가 있어 빨라도 5월 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제는 민생회복과 정치개혁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의장은 "국민소환제와 불법자금환수, 재래시장육성, 연기금 관리, 고령사회 대책, 장애인차별금지, 식품안전에 관한 법률 등 원내에서 다룰 것은 물론이고 `윈-윈', 즉 같이 얻고 같이 승리하는 그런 정치의 첫 그림을 만드는 것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은 대표회담에서 현재 당이 추진중인 국회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의 초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진 영 비서실장은 "박 대표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정치문화를 업그레이드하는 문제와 경제 살리기, 민생 살리기를 하겠다고 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16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민생법안에 대해 17대 국회에서 정부나 의원입법 형식으로 조속히 처리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으며, 이런 제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정 3자협의회를 재개해 활성화하자고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나라당은 양당이 총선기간 제시한 공약 가운데 공통분모에 대해서는 여야 공동입법 방식으로 조속히 처리하는 방안도 적극 제기키로 했다. 신용불량 해소대책이나 대입자율화 확대, 보육시설 확대, 중소기업 육성, 연구개발(R&D) 활성화, 여성 고용확대 등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예측 가능한 경제운용을 여야 양당이 대표회담을 통해 민생경제 주력 방침을 선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대표회담의 정치적 성격을 고려해볼 때 상생정치 실현의 첫 단계로 한나라당에 대한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현 시점에서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매듭짓는 방안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또 남북국회회담 등 국회 차원의 남북교류 문제도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양당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같이 총선 이후 여야 대표가 `상생정치'를 위한 회담을 갖기로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17대 국회의 여야간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정치실험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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