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검찰·시민단체의 3중 압박 '인정 사정 볼 것 없다'

'호사다마'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에 적용되는 것일까. 삼성전자가 국내외 안팎으로 거두는 엄청난 성공과 정확히 비례하여, '압박' 또한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다. 특히 '후계구도'와 '정치자금'이라는 삼성의 양대 '고질병'이,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파헤쳐지는 형국이다. 4월 20일, 참여연대는 이수빈 씨 등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 6명을 배임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고발 대상자는 이수빈 현 대표이사 회장, 배정충 현 대표이사 사장, 김헌출 전 대표이사 사장, 조용상 전 전무이사, 황영기 전 전무이사, 김상기 전 상무이사 등. 참여연대,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 고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교수)는 "피고발인들은 지난 97년부터 99년까지 삼성생명의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과 비상장 주식에 대한 저가매각 행위로 금감위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은 바 있다"며 "지난 2001년에는 제재조치를 받은 임원의 명단과 제재 사유를 확인할 수가 없어 삼성생명 임원진을 고발하지 못했으나 최근 관련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금감위의 제재 조치가 있었지만 이수빈·배정충 씨의 경우 회사 경영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임에도 불구하고 주의적 경고에 그치는 등 제재가 미약했고, 특히 황영기·조용상 씨 등은 제재 당시 이미 삼성투자신탁운용과 삼성증권 등으로 자리를 옮겨 실질적인 제재의 실효성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배임행위에 대한 제재는 행위자 본인에게 직접 부과돼야 하며 향후 유사한 범법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피고발인에 대한 형사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빈 씨 등 삼성생명 임직원 6명은 지난 99년 적절한 채권보전 조치 없이 삼성자동차에 4200억원을 신용 대출해주고, 은행의 특전금전신탁과 후순위채 등으로 계열사 유가증권을 매입해 부당 지원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또 보유 중이던 한일투신운용 및 한빛투신운용 주식 각각 30만주를 한빛은행이 보유한 삼성투신운용 60만주와 맞교환 해 삼성투신 주식은 이재용 씨에게 매도하고 한일투신운용 및 한빛투신운용 주식은 한빛은행에 저가로 매각한 비상장 주식 저가매각 행위도 제재 대상이었다. 금감위, '에버랜드는 수상해' 또한 금융감독위원회가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이 새로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에버랜드의 주주인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지난 1월 말 합병인가를 받았으나 새 합병 법인인 삼성카드가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 정한 지분 취득인가를 받았는지가 문제되고 있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대거 매각해야 하는 입장에 몰려, 올 들어 불거진 삼성생명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익 배분 문제, 에버랜드의 지주회사 문제와 함께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후계 구도 논란에 또 다른 불씨가 될 전망이다. 4월 21일 관계 당국과 참여연대에 따르면 금산법은 재벌계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소유하고 동시에 같은 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지분과 합쳐 해당 회사를 지배할 경우 금융 감독 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은 합병인가 전인 지난해 말 현재 그룹의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의 지분 14.0%와 11.6%를 각각 소유하고 있었고, 양사가 합병된 삼성카드는 현재 에버랜드 지분이 25.6%에 이르고 있다. 또한 이건희 회장 일가와 다른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합칠 경우 삼성그룹의 에버랜드 지분율은 총 95.44%에 달해 금산법의 규정을 충족하고 있다. 이 조항은 지난 1998년 1월부터 시행된 것으로 삼성카드의 대차대조표상 에버랜드 지분 취득일자는 지난 1999년 4월이므로 금산법 상 승인대상이 된다는 게 당국과 시민단체의 해석이다. 특히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이 아남반도체 주식 9.68%를 취득했다가 이 규정에 걸려 4.68%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금감위의 명령을 지난해 7월에 받은 바 있어, 이 조항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20.6%를 매각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는 사실상 끊어지게 된다. 당국자는 "동부그룹 시정조치 이후 유사한 경우가 있는 지를 살피다 이 건도 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나, 지난 99년은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이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에 몰두하던 때라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 문제에 대해 현재 법률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벌계 금융기관이 의결권 있는 타사 주식을 20% 이상 소유할 때에는 금융 감독 당국의 승인을 얻도록 한 금산법 규정의 적용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양사가 합병 전에는 각각 10%대의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합병으로 25.6%의 지분을 갖게 된 만큼 이 조항에도 해당될 소지가 크다는 것.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사견임을 전제로 "해당 법령은 동부의 사례에서 보듯이 재벌들이 계열 금융회사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할 경우를 염두에 둔 조항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법 위반 여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까닭을 모르겠다!" 한편 이에 대해 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은 23일 "삼성 에버랜드 사태는 삼성그룹 재벌구조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수한 회계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에버랜드가 의도하지 않은 금융지주회사법상 자격 요건을 갖춘 것은 재벌의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가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과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에 대한 위반 여부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며 "삼성의 정확한 의도 등에 대한 소명도 참고해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측은 일련의 정부 지적과 조치에 대해 과거부터 인정돼 온 관행을 느닷없이 문제삼으려는 까닭을 알 수 없다는 반응.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의 관행이더라도 잘못이 있다면 고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룹의 신인도나 경쟁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에 대한 '압박'은 검찰 쪽에서도 나오고 있다. 4월 23일, 대검 중수부(안대희 부장)는 이번 주 중 삼성그룹의 불법자금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삼성이 마련한 채권 규모는 700억원대 가량 된다고 하는데, 그 채권의 행방이 딱 떨어지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삼성채권의 행방 등에 관한 정밀 대조작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법률고문을 지낸 서정우 변호사가 삼성측으로부터 받은 채권 300억원 중 현금화과정이나 용처 등이 불투명한 95억원 가량의 채권에 대해서도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