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 막바지…통합 반대파는 속속 탈당 나서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상) / 5일 오전 서울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민주평화당 정강정책 설명 및 기자간담회에서 윤영일(정면 오른쪽)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하)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를 계기로 정치권 내 정계개편 기류가 다시 흐르게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당초 4일 예정됐던 ‘바른정당 통합 의결’ 전당대회가 국민의당에서 이중 당적 문제로 중단되자 우선 바른정당부터 5일 국민의당과 합당할 것을 가결하면서 사실상 ‘미래당’으로의 통합을 공식화한 반면 국민의당에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집단 탈당을 감행하면서 안철수 대표와 완전히 결별해 분열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로써 국민의당 통합파와 바른정당이 새로이 창당하는 미래당과 통합 반대파가 따로 세운 민주평화당의 구도로 갈라지는 모양새인데 본래 두 당이 통합했지만 통합 문제를 이유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다시 두 당이 생기면서 향후 정계개편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바른정당, 창당 1년여만에 ‘미래당’ 통합 의결
 
바른정당은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당원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국민의당과의 합당안을 가결하면서 양당 통합을 위한 준비작업을 마무리했는데, 이날 소집대상인 404명의 위원 중 303명이 참석해 진행된 회의에서 찬성 300명, 반대 3명으로 본 안건은 최종 가결됐다.
 
유승민 대표는 합당안 의결에 앞서 “오늘 합당안이 가결되면 이제 바른정당이란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미래당으로 거듭나게 된다”며 “제 마음 속에는 바른정당이란 이름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미래당의 성공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뒤섞여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유 대표는 “오로지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만을 생각하며 사즉생의 결기를 다지자. 바른정당의 이름은 더 이상 쓸 수 없어도 훗날 바른정당이 한국정치와 보수를 바꾼 씨앗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신당의 성공은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고 우리가 대한민국의 밟은 미래를 위해 바른 길을 간다면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현명한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미래당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날 회의에선 국민의당과의 합당 결정 뿐 아니라 합당 수임기구 설치의 건도 가결시켰는데, 국민의당과의 합당 논의 과정에서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를 이유로 반대표가 3개 나왔던 ‘합당 결정의 건’과 달리 양당의 합당 관련 전체 사항을 처리하는 수임기구를 설치하는 데에는 이의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른바 양당 수임기구는 오는 13일 합동회의를 통해 합당을 선언하는 것은 물론 신당 로고를 결정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고 절차까지 처리하게 될 예정인데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원외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대표자, 사무총장 등 7명으로 구성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합당 의결을 마무리하면서 양당 통합을 위한 절차는 국민의당 전당원투표와 앞서 언급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수임기구 합동회의만 남은 상황인데, 두 당이 합쳐 만들 미래당의 의석수는 30여 석으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에 이어 제3의 원내교섭단체가 될 전망이다.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오신환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그래선지 한자리수 의석의 정당으로까지 크게 줄어들었던 바른정당은 이제 제3정당으로서의 자신감과 존재감을 벌써부터 드러내려 하고 있는데,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오신환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가 민생에서 멀어지게 된 근본 원인은 오래된 양당구도에 있다. 한쪽 극단에는 반공주의에 갇힌 수구 보수가 있고 반대쪽에는 민족주의에 발목 잡힌 낡은 진보”라며 기존 양당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였다.
 
또 오 원내대표는 “보수가 정권 잡으면 종북몰이 시대가 오고, 진보가 정권 잡으면 적폐몰이 시대가 온다. 하나의 정치 보복이 또 다른 정치 보복에 자리를 물려준다”며 “이제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정치공학적 통합이 아니라 가치의 통합을 이루고, 미래를 위한 통합과 개혁의 정치를 시작하고자 한다. 경제에 있어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개혁의 길을 추구하고,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평화통일의 가치를 담는 제3정당을 건설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그는 거듭 “국민의 한 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마트 정치를 건설하려면 정치독과점 구도를 다당제 경쟁 구도로 바꿔야 한다. 오래된 구식 양당구도를 최신형의 3당 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며 “지금까지 적대적 공존으로 정치적 이익을 취해왔던 수구 보수와 낡은 진보의 양당 구도를 온몸으로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 한국당,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에 극도 경계
 
이 같은 통합 행보가 의식됐는지 당장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견제구를 던지는 듯한 발언이 쏟아져 나왔는데, 김성원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오 원내대표의 발언을 겨냥 “본회의 발언은 국회를 구성하는 정당의 대표가 국민에게 비전과 목표를 말하기 위해 있는 시간이지 합당 결정하고 작별인사 하라고 있는 시간이 아니다”라며 “합당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 이름으로 국회 연설한 것부터 국민에 예의조차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대변인은 “바른정당은 소수라는 것 말고는 새로운 가치도 없었고, 새로운 행동도 없었다. 소수란 이유만으로 정의이며 선하다고 믿는 바른정당의 태생적 한계가 바로 소멸의 첫 번째 이유”라며 “자신의 문제와 한계를 직시하지 못하고 남탓만 계속한다면 바른정당이 가는 길은 통합이든 아니든 막다른 내리막길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하루 전인 4일엔 홍준표 한국당 대표 역시 국민의당과의 통합으로 새 출발하는 바른정당을 겨냥 “우리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배신자다. 더 이상 배신의 정치가 개혁으로 포장돼 국민을 현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홍 대표는 작심한 듯 새로 창당될 미래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에서 내부 총질 하다가 떨어져 나간 사람이 우리 당에서 내부 총질만 하다가 떨어져 나간 사람과 합친들 그 당은 내부 총질 전문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깎아내렸다.
 
▲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까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왜 정체성도 모호하고 이념도 모호한 국민의당과 함께 하려고 하나. 지지고 볶더라도 한국당과 함께 채우고 바꾸며 우리가 꾸던 보수의 꿈을 실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정당 M&A만 하고 다니는 안철수 대표와 함께 하려고 하나”라고 바른정당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지어 한때 바른정당 소속으로 활동했었던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까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왜 정체성도 모호하고 이념도 모호한 국민의당과 함께 하려고 하나. 지지고 볶더라도 한국당과 함께 채우고 바꾸며 우리가 꾸던 보수의 꿈을 실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정당 M&A만 하고 다니는 안철수 대표와 함께 하려고 하나”라고 바른정당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 국민의당, 통합 추진 분위기 속 반대파 탈당 줄이어
 
이렇듯 아직 창당되기도 전부터 정치권의 촉각이 통합할 양당의 동향에 곤두선 가운데 국민의당에서도 비록 전당대회는 일정대로 치를 여건이 안 돼 중단했지만 이를 대체할 전당원투표를 실시하고자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통합 절차를 매듭 짓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10일까지 전당원투표를 실시하고 11일 중앙위에서 이를 추인하면 13일 열리는 통합 전대를 통해 양당 합당을 최종 마무리 짓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당 간 이견이 있었던 미래당 대표직 문제와 관련해서도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2일 열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위원회 3차 확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이 추천하는 분들은 제가 존중해야 하고, 또 저희들이 추천하는 분은 국민의당이 존중하는 방식이 맞다”며 사실상 더는 안 대표와의 공동대표 주장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면서 어렵지 않게 해결됐다.
 
다만 국민의당 내 통합파가 안 대표가 내린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민주평화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면서 탈당까지 감행해 통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데, 지난 1일 탈당계를 제출한 이용주 의원을 필두로 4일까지 박지원·유성엽·김광수·김경진·김종회·박준영·윤영일 의원이 줄이어 탈당했으며 5일에는 천정배·정동영·조배숙·장병완·황주홍·정인화·최경환 등 7명의 의원도 탈당계를 제출해 우선 비례대표인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을 제외한 통합 반대파 의원 15명이 민평당 쪽에 몸을 실었다.
 
여기에 당내 중재파인 손금주·이용호 의원은 아직 거취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지만 이 의원의 경우 5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무소속으로 있는 방안, 이런 것들을 여러 가지 놓고 고심을 좀 더 해보겠다”면서도 “미래당으로 합류는 어렵다. 민평당 가는 것을 더 우선순위”라고 밝혀 추가 탈당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당장 이날 15명의 탈당 때문에 39석에서 24석으로 의석수가 줄어든 국민의당으로선 통합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탈당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기 전에 하루빨리 미래당 창당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6일 창당대회를 여는 민평당은 일단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어려워진 만큼 향후 6석인 정의당과 연계하는 정계개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새로 탄생할 두 정당 중 누가 캐스팅 보터 지위를 쥐게 될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