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그 성과를 두고 여야의 공방은 다시금 거세질 듯

▲ 민주당은 ‘평양올림픽’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공세를 펼치며 정쟁화해 온 한국당에 대해 문단속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반발만 유발한 듯하다. 사진은 평창올림픽 개막축제.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이 이번 주 금요일에 시작된다. 불과 4일 앞으로 다가온 개막식을 앞두고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설전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개막식 5일 전인 4일, 일요일임에도 두 당은 공방을 주고받았고 다음 날인 5일 월요일에도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평양올림픽’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공세를 펼치며 정쟁화해 온 한국당에 대해 문단속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반발만 유발한 듯하다.
 
 
◆민주당, 한국당에 ‘올림픽 정쟁’ 중단 요구
민주당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하기 위해, 외국선수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는 상황에서, 줄곧 ‘평양올림픽’이라며 비난을 이어 온 한국당에 자제와 협력을 요구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4일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평화의 제전, 평창 동계올림픽 D-5 성공 위한 노력 있어야’한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제 대변인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막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개최국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전 세계 스포츠 제전을 개최하는 입장에서 무엇보다 원만한 대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특히 이번 동계올림픽은 남북 선수단이 일부 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고, 마지막 훈련도 남북을 방문해 진행하는 등 남북 교류의 물꼬를 여는 중요한 자리가 되고 있다. 남북 문화예술 교류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동계올림픽이 남북 평화 정착의 마중물이 되고 나아가 한반도 문제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되는 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서 “남과 북, 국제사회의 협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내 정치권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온 국민과 전 세계가 평화의 축제를 만드는데 정작 우리 정치권 안에서 화합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제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게 간곡히 당부한다”면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의 미래를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여야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지금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며 그동안의 기량을 점검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하나 된 마음으로 평화 올림픽을 염원하고 있다”며 “오늘 이후 우리 정치권도 보다 성숙한 자세로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성공과 남북 스포츠 교류 성공을 위해 합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페이스북에 “평양올림픽이 끝나면 문재인 정권은 민노총, 전교조, 좌파 시민단체, 문슬람, 탈취한 어용방송, 좌파신문만 남을 것”이라고 주장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모든 정책과 입장에 전가의 보도처럼 ‘색깔론’으로 도배하고 있다. 최저임금도, 개헌도 심지어 올림픽까지도 색깔론 타령”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도 부족할 판에, 이런 무책임한 자유한국당의 선동이 자칫 대회장 근처에서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제발 자유한국당은 이성을 찾으시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김 대변인은 “평창올림픽대회가 평화와 번창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불철주야 노력하는 강원도민의 명예과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하는 발언을 자유한국당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5일 오전 논평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한은 지극히 의전적인 것이고, 이는 곧 북한이 올림픽 참가에 대해 큰 정치적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반어법, 역설법으로 맞받아치는 한국당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호소’ 또는 ‘당부’에 대해 역설법으로 비꼬며 단서를 다는 식으로 북한과 우리정부를 비난했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4일 오후 즉각 논평을 내고 “평창 올림픽 유치는 우리가 IMF에서 재기의 몸부림으로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추진되었다”며 “진보 정권과 보수정권을 넘나들며, 국민 마스코트 김연아 선수부터 이건희, 조양호 회장까지, 저 이름 없는 경로당의 할머니부터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까지 모두 자랑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창의 성공을 위하여 많은 돈과 노력을 들였다. 경제적 타당성 없는 KTX도 조기 착공하고, 아름다운 숲이 우거진 산허리를 잘라내어 환경 파괴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지었다”며 “평창 올림픽만 치르면 우리가 더 행복해지고, 더 단합하고, 더 좋은 나라가 될 줄 알았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정 대변인은 “그러나 축제의 분위기는 간데없다. 리북에서 온 동무들 이야기만 난무하고, 개막식 내용보다 하루전날 평양 열병식 때 김정은 동무가 무슨 무기를 선보일지가 더 관심사다”라며 “젊은이들은 냉소하고 국민은 분열했다. 유치의 주역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을 걱정하며 태극기 없는 개막식을 지켜보고, 이건희 회장 아들은 감방에서 눈물 짖으며 슬픈 곡조의 아리랑을 들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대변인은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평창올림픽이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 우리국민 대한민국민을 더 없이 사랑하기 때문”이라며 “자랑스러운 태극 마크를 단 우리들의 사랑스런 젊은이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지난 6년간의 어렵고 힘든 훈련을 이겨냈다. 그들의 땀과 열정과 노고에 보답이 있기를 기원한다. 자유한국당은 6.25당시 태극기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젊은이들이 피흘린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2018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반어법인지 역설법인지 모호한 표현으로 조소(嘲笑)인 듯, 비소(非笑)인 듯한 표현을 했다.
 
정태옥 대변인은 김현 대변인의 브리핑에 대해서도 또 다시 논평을 내어 반박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은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북에 대한 끝없는 저자세와 비굴함, 비상호주의(非相互主義)와 안보에 위험함을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며 “더 무엇이 궁금한가? 물타기 하지 마라”고 반문했다.
 
또 “태극기와 애국가 없는 입장식, 북한 선수 데려 오려고 UN결의를 우회하여 전세비행기까지 띄우는 과공(過恭), 리북 동무들은 누가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는 깜깜이 소통, 선수 틈에 간첩양성 기관원까지 같이 와도 그저 반가워만 하는 비굴함은 차라리 사소하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창건 기념일을 2월 8일로 옮긴 것과 “열병식에 핵과 ICBM을 과시해도 한반도는 계속 무사할거라 생각하는가”라고 되물으며 “개막전야 나흘 앞두고 진짜 궁금해서 묻는다. 평양 열병식에 대하여는 진짜 아무 입장이 없는가?”라고 비꼬았다.
 
 
▲ 정태옥 학국당 대변인은 “태극기와 애국가 없는 입장식, 북한 선수 데려 오려고 UN결의를 우회하여 전세비행기까지 띄우는 과공(過恭), 리북 동무들은 누가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는 깜깜이 소통, 선수 틈에 간첩양성 기관원까지 같이 와도 그저 반가워만 하는 비굴함은 차라리 사소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평창올림픽 참가국 국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계속되는 한국당의 문제 제기
‘평양올림픽’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공세는 5일, 평창올림픽 개막 4일을 앞두고도 계속됐다. 빌미는 전날 밤 알려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한이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한은 지극히 의전적인 것이고, 이는 곧 북한이 올림픽 참가에 대해 큰 정치적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장 대변인은 “북한의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형식적인 의전서열일 뿐 현송월 보다 정치적 위상을 가지지 못하는 김영남의 방한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두는 것은 또 다시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휘둘리는 것”이라며 “오히려, 올림픽 전야의 열병식 강행 여부가 올림픽을 대하는 북한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봐야 할 것”이라고 김 위원장의 방남을 폄훼했다.
 
이어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은 지난 9개월 간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무능과 실정을 집중 부각시켜 할 말하는 제1야당으로서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며 “자유한국당은 제1야당으로서 권력의 맛에 취해서 올림픽을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이 시점까지도 끊임없는 정치보복 기획은 차질 없이 올림픽과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는 이 정부의 오만방자한 국정운영방식에 정말 환멸을 느낀다”고 올림픽 보다 정쟁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덧붙여 이은재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정부가 북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면서 세계인의 축제가 되어야 할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변질되고 있어 실로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고백인지 비판인지 모를 발언을 했다.
 
 
▲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이 평화를 평양으로 매도하며, 아직까지 국익을 저해하는 정치공세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차라리 당명을 ‘국익자해당’으로 바꾸는 것이 자유한국당이 평창을 대하는 태도에 어울려 보인다”고 꼬집었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당, '국익자해' 자제 거듭 요구
더불어민주당은 거듭 ‘국민합심’을 강조하면서도 한국당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건드려 봤자’ 득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듯도 하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이 평화를 평양으로 매도하며, 아직까지 국익을 저해하는 정치공세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차라리 당명을 ‘국익자해당’으로 바꾸는 것이 자유한국당이 평창을 대하는 태도에 어울려 보인다. 평화와 화합을 뜻하는 올림픽 정신을 개최국 제1야당이 부정하는 모습을 과연 전 세계가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이 앞설 뿐”이라고 비꼬면서 ‘자유한국당이 국익자해의 루비콘 강을 건너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추미애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들도 이제는 온 국민이 어렵게 유치한 평창올림픽에 대해 트집과 생떼를 끝내고 70억 세계인의 평화 제전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라며 “평창올림픽은 곧 평화올림픽이며 민생올림픽이고 경제올림픽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오후에도 거듭 브리핑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 화해모드’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평창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를 밝힐 소중한 불씨가 만들어졌음을 알리는 ‘평화의 메시지’다”라며 “한반도의 정세가 전쟁이 아닌 평화와 번영의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다시 한 번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북한이 헌법상 국가수반에 해당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결정하면서 평화올림픽 성공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얼어붙은 동토에도 어김없이 입춘이 찾아왔듯이,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전 세계에 평화의 봄바람으로 불 수 있도록 온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평양올림픽’ 공방을 주고받던 여야가 평창올림픽 개막식 5일을 앞두고, 민주당이 먼저 정쟁의 자제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커진 설전이 4일과 5일 이어졌다. 하지만 개막이 가까워 올수록 민주당도 한국당을 더 이상 자극하지는 않을 듯하고, 한국당 역시 정쟁의 당사자로 비춰질 모습은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림픽 이후 그 성과를 두고 여야의 공방은 다시금 거세질 듯하다. 이런 국가대사를 치름에도 시간이 갈수록 지방선거는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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