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기반에 주택사업으로 성장한 부영‧호반
이중근 회장 비자금 조성 혐의에 그룹 최대 위기
김상열 회장, 대우건설 인수로 전국구로 발돋움

▲ 호반그룹 김상열 회장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두 회장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부영그룹과 호반그룹 총수에 대한 희비가 갈리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인수를 거의 확정하면서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반면 같은 호남 기반을 두고 있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100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세금탈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선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어 그룹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17년 기준 호반의 자산 규모는 8조원으로 재계 47위고, 부영은 자산 규모 21조원으로 재계 16위다. 호반이 대우건설 인수를 완료하면 재계 18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호남에 기반을 둔 그룹 중 금호아시아그룹을 제치고 부영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호남 기반 그룹 중 맏형격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승자의 저주’에 걸려 위기를 겪으면서 한때 10위 안에 들었던 재계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계열사였던 금호타이어가 계열 분리되면서 20위권으로 추락했다.

부영이 호남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자리매김 하는 상황에서 이중근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여부는 부영그룹 이미지 뿐만 아니라 경영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번 구속된 이중근 회장 또 구속 위기…부영 '뒤숭숭'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호남을 기반으로 주택사업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라는점과 안정에 기반을 둔 경영을 고수하는 공통점이 있다.
▲ 이중근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 검찰 조사에 이르면서 그룹 내부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9일 검찰은 서울 한남동의 이 회장 자택과 서울 태평로의 부영그룹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 부회장은 전남 순천 출생으로, 재계 순위 16위까지 오르기까지 숱한 부침과 위기의 고비를 넘기면서 성장해 왔다. 1972년 우진건설산업을 설립 주택사업에 진출한다. 70년대 중동특수로 건설 붐이 일면서 순풍을 타던 회사는 상장까지 했지만 경쟁사간 과열 경쟁과 세계 경기 침체와 맞물리며 1978년 부도를 맞게 된다.

이후 1983년 삼신엔지니어링 인수에 성공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며, 임대주택사업에 뛰어든다. IMF위기 시절 부영에는 기회가 됐다. 건설사 부도로 물량 부족을 겪는 사태에서 정부의 전세난 해소를 위한 정책과 맞물리며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호재로 작용, 1998년 민간 주택 건설 실적 1위로 올라 2002년까지 이어진다.

이중근 회장의 경영 수환이 빛을 발휘한 순간이지만 2004년 200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되면서 부영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결과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사건으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이 회장은 2011년 복귀했다.

승승장구하던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와 탈세 의혹에 휩싸이고 검찰 고발까지 되며, 결국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 지난달 31일 검찰 조사에 이르면서 그룹 내부 분위기도 술렁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9일 검찰은 서울 한남동의 이 회장 자택과 서울 태평로의 부영그룹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이 부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를 계열사 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100억원 대의 '통행세'를 챙기고 이를 비자금 조성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친인척을 서류상 임원으로 올려 급여 등을 빼돌리거나 특수관계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은 채 ‘일감몰아주기’로 공정거래·조세 규제를 피해간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외에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실제로 투입된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가를 매겨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부당이득을 챙긴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부영연대는 임대보증금과 분양전환 가격 산정이 잘못됐다며 전국 곳곳에서 부영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부영연대 관계자는 “전국의 수십만 부영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은 지난 십 수년간 공공임대사업자라는 양의 탈을 쓴 악덕기업 부영으로부터 온갖 착취를 당해왔다”며 “사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부영그룹 공공임대주택사업 악행의 몸통인 이중근회장의 구속조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호소했다. 이어 “부영그룹 이중근회장에게 그동안의 불법행위를 은폐할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며 “즉각 구속 조사를 통해 전국 수십만 부영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의 피해가 이제는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우가 고래 삼킨’ 김상열 회장, 호남 ‘맹주’에서 전국구로
검찰이 부영그룹에 대한 압수수색과 이중근 회장이 구속 위기에 처하면서 내부가 술렁이고 있는 반면에 같은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는 호반은 대우건설을 통해 호남의 맹주에서 전국구로 발돋움할 준비를 맞췄다.
▲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는 호반은 대우건설을 통해 호남의 맹주에서 전국구로 발돋움할 태세다.ⓒ호반건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 건설업계 13위인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로 업계 3위로 뛰어올라 삼성물산, 현대건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건설업계 중심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호반그룹 재계 순위도 47위에서 18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라는 업계 평가 속에 김상열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김 회장은 1989년 광주에서 자본금 1억 원으로 호반건설을 세우고 광주 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를 지으며 성장했다.

김상열 회장은 부영 이중근 회장처럼 안정에 기반을 둔 경영스타일을 고수중이다. 부영과 마찬가지로 호반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안정경영을 중시하는 김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설사들은 은행 대출을 끼고 부지를 매입 하는 방식이라면 호반건설은 차입금을 되도록 쓰지 않는 ‘무차입 경영’으로 부채 비율을 관리하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의 누적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을 경우 신규분양을 하지 않는 이른바 ‘90%룰’을 철저히 지키는 독특한 사업방식도 고수하고 있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 덕분에 부채비율은 50% 안팎으로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유동성 현금도 풍부하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비해 과감하게 기존의 사업 방식을 버리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면서 "넓은 시각으로 적극적인 신규 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를 포함한 호반의 미래 비전 찾기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평소 정주영 명예회장을 존경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척정신’이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로, 주택사업에 머물던 호반이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해외 개척에도 나설지 업계는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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