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월러스의 "큰 물고기"

악동 감독 팀 버튼에 의해 영화화되어 화제를 모은 "빅 피쉬"의 원작. "큰 물고기"는 보통 영화와 제목을 같이 하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여늬 졸속 '영화 문학'과 달리, 찬찬하고 정확한 번역과정을 통해 훌륭하게 재현된 형태이며, 소설 나름의 재미와 형식을 영화와 '차별화'하여 맛보게 하기 위해 제목을 달리 한 것으로 보인다. 환상 시퀀스와 현실 시퀀스의 차이가 분명치 않게 얼기설기 흩어져 있는 영화에 비해, 원작 "큰 물고기"는 훨씬 복잡다단한 구조를 태피스트리처럼 정교하게 서술해내고 있으며, 결국 '신화'의 일부로서 남게 된 '아버지 이야기'를 비극과 희극이 공존하는 형태의 기묘한 감수성으로 해석해내었다. 놀라운 점은, 이처럼 감각적이면서도 무게감있는 소설이 작가 다니엘 월러스의 데뷔작이라는 점. 영화를 보고 큰 감흥을 얻어 그 상상력의 근원을 알고자 했던 이들이나, 영화를 보며 풀리지 않는 의문감이 시달리던 많은 '불만족 관객'들, 그리고 영화와는 관련없이 놀랍고 흥미로운 상상력을 뿜어내는 소설을 유난히도 사랑하는 독자들 모두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을 법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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