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9년 극복 위해 그 만큼 인내와 노력,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 일깨워”

▲ 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장을 비롯한 북한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2일 오후 공연장 점검을 위해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으로 들어서며 시민의 '환영합니다'라는 말에 손을 흔들며 화답한 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남북은 지난 15일 북측 예술단 파견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남측에 파견해 강릉과 서울에서 각 1회 공연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 등 7명의 사전점검단이 20일 방남하기로 했다. 그런데 돌연 방남 하루 전날 늦은 오후에 북측은 이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오지 않는 그녀,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
북측이 20일 예정된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訪南)을 중지한다고 19일 오후 10시경 알려오자 평창올림픽의 북측 참여와 단일팀 구성 등을 놓고 논란을 벌여오던 여야는 다시금 정치공방에 불이 붙었다.
 
앞서 북측은 19일 오후 2시 45분경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등 7명의 대표단을 20일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파견하며 체류일정은 1박2일로 한다고 통지했고, 우리 측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10시 경 통일부 당국자는 “통지문에서 북측은 내일(20일)로 예정됐던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우리 측 지역 파견을 중지한다는 것을 알려왔다”며 “북측이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을 중단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예기치 못한, 급작스러운 북측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방남계획 취소는 평창올림픽이 북한에게 이용되고 있다며,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구성, 한반도기 입장 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가 됐다.
 
 
▲ 자유한국당은 “평창동계 올림픽개막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또다시 북한의 어깃장 놀음에 말려들었다”며 “이것이 국내의 북한 참가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한 북한의 배짱부리기, 대한민국 길들이기라면 그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국당 “북한의 배짱부리기, 대한민국 길들이기라면 책임은 문재인 정부”
자유한국당은 “평창동계 올림픽개막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또다시 북한의 어깃장 놀음에 말려들었다”며 “이것이 국내의 북한 참가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한 북한의 배짱부리기, 대한민국 길들이기라면 그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올림픽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있지만 평창도 사라지고, 올림픽도 사라지고, 북한만 남아있는 형국”이라며 “오죽하면 평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라는 말이 나왔다”며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의 입장을 반복했다.
 
전 대변인은 “애초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의 여론과는 무관하게 북한의 장단에 보조를 맞춰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며 “이 과정에서 민의를 거스른 공동 입장 시 한반도기 사용, 남북 단일팀 구성 등을 밀어 붙일 때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북한은 북핵·미사일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안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만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데 급급했다”며 "저들의 위장 평화 놀음에 장단을 맞춘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20일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던 남북대화가 어느 순간부터 북의 일방적인 통보에 좌지우지 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아이스하키단일팀, 한반도기 입장 등 대한민국은 그 문제로 논쟁이 뜨겁다”며 그간 국내에서 발생한 논란을 상기 시키며 우려를 나타냈다.
 
유 대변인은 또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대화상대와 어디까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지도 회의감마저 든다”고 북측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도 20일 논평에서 “북한의 갑작스런 점검단 파견에 중단에 유감”이라면서 “정부는 더 이상 북한에 끌려 다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북한은 이런 밀당으로 평창올림픽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남북협상의 주도권을 갖고자 하는 생각이라면 오판”이라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지 등 요구를 위한 것이라면 정부는 단호하게 거부해야한다. 정부는 더 이상 북한에 끌려 다니며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켜보자는 민주,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야당의 지적에 반발하며, 이 문제에 대한 남북협의가 긍정적으로 진전되길 바라며 지켜보자는 입장을 내놨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20일 구두논평에서 “현재 정확한 이유를 모르지 않느냐”며 “상황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정부가 하는 걸 신중하게 봐야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북측의 사전점검단 방남 취소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던 사이 북측은 이날 오후 6시 40분 경 판문점 채널을 통해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을 1월 21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파견하며, 일정은 이미 협의한 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통지해왔다. 통일부는 오후 7시 58분 경 북측에 동의의사를 전달해 점검단 방문은 애초 합의에서 하루가 지난 21일 가능하게 됐다.
 
북측은 우리 측이 그 ‘중지’ 결정 이유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청했으나,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그 하루 동안 보수여당은 우리 측이 북측에 이끌려 다닌다고 한껏 정부를 비판한 뒤였다.
 
 
▲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현송월 대표단, 마음대로 일정 바꾸고 해명 한마디 없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해서 유감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로 노동신문에는 ‘인기 빵점인 평창올림픽이 북한 때문에 인기가 올라갔다, 우리가 평창올림픽 성공시켜주고 있다’며 큰 소리를 치고 있다. 북한이 지금 평창 올림픽 슈퍼 갑이 됐다”고 꼬집었다. 사진 / 오훈 기자
◆현송월 방남, “무례에 대해 말 한마디 못하고 사전 검열까지 받는 처량한 모습”
하루만의 해프닝이 있었으나, 막상 현송월 단장을 포함한 사전점검당의 방남 일정이 일오일인 21일부터 시작되자 이를 지켜보던 자유한국당은 22일 점검단 일정이 진행 중임에도 현송월 단장 등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저자세라고 문제를 삼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22일 오전 페이스북에 “아침 뉴스를 보니 온통 북에서 내려온 여성 한명에 대한 아무런 감흥 없는 기사로 도배 되어 있다”며 “우리가 유치한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이 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홍 대표는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남북 정치쇼에 활용하는 저들의 저의는 명확합니다만 평양올림픽 이후에 북핵제거를 추진하는지 북핵 완성에 시간만 벌어준 것은 아닌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라며 “후자가 되면 저들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깨어 있는 국민이 나라를 지킨다”라고 국민들을 향해 요청했다.
 
장제원 대변인도 21일 브리핑에서 현송월 단장 일행의 일정에 대해 “오늘은 아예 평양올림픽임을 확인이라도 하듯 일개 북한 대좌(대령급) 한명 모시는데 왕비 대하듯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다”며 “오고 싶을 때 오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있는 무례한 북한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체제선전 공연 준비 사전 검열까지 받는 모습이 처량하다”고 비꼬았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도 22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가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만 완전히 자존심을 버린 외교를 하고 있다”며 “현송월 대표단, 마음대로 일정 바꾸고 해명 한마디 없는데도 정부는 이에 대해서 유감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북한이 마치 상국인 것처럼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을 하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며 “실제로 노동신문에는 ‘인기 빵점인 평창올림픽이 북한 때문에 인기가 올라갔다, 우리가 평창올림픽 성공시켜주고 있다’며 큰 소리를 치고 있다. 북한이 지금 평창 올림픽 슈퍼 갑이 됐다”고 꼬집었다.
 
하 의원은 “문제는 북한을 평창올림픽 슈퍼 갑으로 만들어준 게 바로 한국 정부라는 거다. 완전히 100% 북한 마케팅만 해주고 있다”며 “국민들 수준이 매우 높다. 북한 마케팅 과도하게 하면 할수록 역풍이 불 수 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최고위원도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자존심을 상해하는 부분은 우리 정부당국의 태도”라며 “행여라도 현송월의 심기라도 거스를까 안절부절하며 저자세로 일관하는 당국자들의 태도는 참으로 봐주기 힘들다”고 비꼬았다.
 
장 최고위원은 “올림픽을 올림픽으로 보지 않고 ‘정치이벤트’로 보는 이상, 정부는 북한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과욕을 버리고 올림픽을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은 어제(20일) 북한의 사전점검단 연기결정에 대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의 어깃장 놀음에 정부가 말려들었다는 등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고 있다”며 “보수정권이 대결구도로 만들어 놓은 남북관계 9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남북간 인내와 노력, 상호신뢰를 위한 대화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 오훈 기자
◆참았던 민주당, 보수 3당 대표 비판...“국민적 염원 저버린 신중치 못한 말씀”
더불어민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간 한국당 등 보수진영이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데 대해 문제 삼고 비판해 온 것에 대해 반박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평창올림픽 남북선수단 ‘한반도기’ 공동입장에 반대 의견을 낸 데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두 당 대표의 잇단 발언은 평창올림픽이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에 충실하게 치러지길 바라는 국민적 염원을 저버린 신중치 못한 말씀”이라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본격적인 평화 분위기 속에 올림픽이 치러질 수 있도록, 야당은 평창올림픽 성공적 개최에 찬물을 끼얹고, 국민들 기대에 실망을 안겨줄 수 있는 정치적 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년 정책위 의장도 “보수 야당은 이런 역사적 의미와 상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오로지 색깔론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줄곧 김대중 정신을 외쳤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북한 선수단 입장 시 한반도기, 인공기 입장을 모두 반대하기에 이르렀다”며 “북한 선수단은 빈손 입장을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지 말라는 것인지, 매일 문재인 정부 반대만 하다 보니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감을 전혀 못 잡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김현 대변인도 21일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은 어제(20일) 북한의 사전점검단 연기결정에 대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의 어깃장 놀음에 정부가 말려들었다는 등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고 있다”며 “보수정권이 대결구도로 만들어 놓은 남북관계 9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남북간 인내와 노력, 상호신뢰를 위한 대화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북측의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일정 취소와 하루 늦은 방남으로 주말 내내 여야는 공방을 주고받았고, 일정이 끝나지 않은 월요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안 오면 안 온다고, 오면 온다고 문제를 삼는 여야의 신경전을 모를리 없음에도 북측은 ‘연기사유’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단지 남측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절 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환영하는 인파에는 엷은 미소로 손 흔드는 현송월 단장의 모습을 보면 ‘남남갈등’의 민낯은 훤히 다 들킨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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