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부의 ‘한반도기 공동입장·남북 단일팀 구성’ 결정에 비판 쏟아

▲ 평창 올림픽에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입장하거나 단일팀을 구성하는 등의 사안을 놓고 정치권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어 이번 논란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얼미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응원단이 참가하는 사안을 놓고 남북한 양측은 고위급 회담 등 10차례에 걸친 회동 끝에 17일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고 올림픽 개막식에는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기로 하는 등의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내놨다.
 
공동보도문 내용에 따르면 개막식 ‘한반도기’ 입장과 남북 단일팀 구성 외에 북한 응원단 230여명과 별개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조총련) 응원단 및 30여명 규모의 북측 태권도시범단 방한도 허용키로 했으며 금강산에선 남북 합동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도 국가대표가 아닌 남북 스키선수의 공동훈련장으로 활용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번 합의안이 나오기 전부터 이 같은 논의 내용 자체를 놓고 치열한 설전이 일어났는데, 무엇보다 북한과 연계된 이슈이다 보니 안보·이념 문제로 결부되면서 점차 정쟁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 보수야권, 정부 겨냥 “평창 아닌 평양올림픽” 맹비난
 
당장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18일 홍준표 대표가 인천 부평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를 겨냥 “지금 저 사람들은 평창 올림픽이 아닌 평양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정은의 위장평화공세에 같이 놀아나고 있다”고 합의 결과에 혹평을 쏟아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대표는 평창 올림픽 유치 역시 자당에서 집권하던 시절에 이뤄졌다는 사실을 들어 “저 사람들은 다 지어놓은 밥에 숟가락만 들고 오는 것으로,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며 “남북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이번 남북 합의를 평가절하 했다.
 
홍 대표 뿐 아니라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하루 전인 1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평창 가는 버스가 아직 평양에 있다고 엄포를 놓는 북한에 제발 좀 와주십사 하는 구걸로도 모자라서 정부는 일찌감치 태극기를 포기하고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것을 공식화하고 있다”며 “북한에 올림픽을 갖다 바치며 평화를 구걸할 이유는 없다”고 정부 태도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북핵을 애써 외면한 가상평화의 자기최면에 빠져서 주최국이 주최국 국기를 내세우는 자기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마디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라며 “남북화해와 평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그 매개가 반드시 평창올림픽이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재차 꼬집었다.
 
특히 한국당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렸던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특위에서도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을 향해 개막식에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들고 선수단이 입장하는 점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았는데, 이철규 의원은 “과거 잘못된 관행 때문에 한반도기가 문제없다는 장관 주장에 많은 분들이 공감 못할 것”이라며 “북한은 인공기 들고, 우린 태극기 들고 하면 된다. 정치 논리로 태극기가 입장하지 못하는 참사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 바른정당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역시 16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유승민 대표가 ‘한반도기 공동입장’ 기조를 분명히 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을 겨냥 “남남갈등을 대한민국 장관이 부추기고 있다. 태극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든다는 사실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도 장관은 태극기를 들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거세게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당 차원에서도 같은 날 권성주 대변인이 “정부는 북한이 요구하기도 전 개막식에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겠다며 개최국 자존심을 북한에 자진 헌납했다. 삼수 끝에 유치한 올림픽 초점이 온통 북한에 맞춰져 있다”며 “이쯤 되면 우리가 올림픽을 왜 개최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북한을 위해 유치한 올림픽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 국민의당, 北 올림픽 참가 논란으로도 ‘내부 분열’
 
이렇듯 보수야당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를 성토하는 입장을 내놓은 반면 그동안 내홍이 계속되어온 국민의당에선 이 사안을 놓고도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려는 통합파 측과 ‘햇볕정책’을 강조해온 통합 반대파 측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양측 간극만 한층 뚜렷이 확인하게 됐다.
 
통합파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 참석 직후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한반도기 입장에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힘들게 전국민적 열망을 모아 유치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상징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며 “인공기 입장에 대해선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당장 통합 반대파 측에선 “남은 태극기를, 북은 인공기를 들고 입장하며 세계만방에 분단을 과시하자는 거냐”고 지적하고 나섰고, 중재파인 같은 당 박주선 국회 부의장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83조와 85조에 있는 규정을 들어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건 현행법에 저촉된다”고 안 대표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안 대표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기로 합의가 됐을 때, 그럼에도 북한이 만약 인공기를 흔들고 계속 그런 활동을 하게 되면 우리가 그걸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라며 “북측에서 과한 요구를 하지 않을까 우려 때문에 드린 말씀”이라고 일단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측에서 모든 경기에서 다 한반도기를 써야 한다고 요구할 경우엔 어떻게 되나. 그러면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 태극기를 게양하지 못하고 애국가를 연주하지 못한다”며 “만에 하나 그런 과한 요구가 없길 바라지만 그런 요구가 있으면 안 된다. (정부가)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실무회담에 잘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안 대표의 반응에 또 다시 반대파 측에선 맞불공세에 나섰는데, 지난 16일 “한반도기 반대, 북한이 인공기 들지 말라는 발언은 기본 상식이 없는 무뇌상태”라고 안 대표를 맹비난했던 박지원 전 대표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선 “한반도기로 입장하더라도 메달 수여식에는 남북 국기가 각자 게양되고 각자의 국가가 연주된다”며 “무식하고 소아병적인 트집으로 평화올림픽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아예 직격탄을 날렸다.
 
◆ 올림픽 관련 北 논란에 여론도 정부 아닌 ‘野 주장’ 지지
 
▲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15~17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때 남북 선수단이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0.5%에 그친 반면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답변은 49.4%로 앞서,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비중이 약간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리얼미터

다만 한반도기 공동입장엔 긍정적인 박 전 대표조차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선 “저는 일찍이 단일팀 구성은 어렵다는 저의 의견을 밝혔다”면서 난색을 표해 의외의 반응이라 풀이되고 있는데,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을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권에선 한반도기 공동입장 사안과 마찬가지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17일 “평창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은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한 배려 없는 또다른 정치쇼”라며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로지 올림픽 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매진했다. 이들의 노력은 외면한 채 정부의 일방적인 남북 단일팀 구성 발표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흘릴 눈물은 누가 닦아 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었다.
 
또 바른정당 역시 유승민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2.1%가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반대하고 (개막식에서) 태극기를 못 드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절반 가까이라고 한다”며 “남북이 단일팀에 합의했더라도 이 문제를 재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선수 개인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야말로 전체주의”라고 정부의 입장 변화를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유 대표의 주장이 빈 말은 아닌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15~17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때 남북 선수단이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0.5%에 그친 반면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답변은 49.4%로 앞서,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비중이 약간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에서도 보수층 뿐 아니라 중도층 역시 과반인 54.8%가 태극기·인공기를 각각 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는데다 이번 조사에서 문 대통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까지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 논란의 승자는 결국 정부여당이 아닌 야권이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데, 그동안 수세에 몰려왔던 야권이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정국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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