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깊어지는 내홍’에 바른정당도 ‘탈당 사태’ 재발로 충격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좌)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우)가 당내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합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 아니면 '상처 뿐인 영광'이 될지 양당 통합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양당 통합을 추진하는 데 점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아직도 걸림돌이 될 변수는 상존하고 있어 당장 통합 성사 가능성은 물론 설령 이뤄진다 해도 당초 기대했던 효과는 있을 것인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 내에선 통합 반대파 측이 본격적으로 별도의 신당 창당 준비에 들어가면서 분당이 가시화되는 상황이고, 이학재 의원의 잔류선언으로 간신히 안정되는 듯 했던 바른정당은 예상치 못한 박인숙 의원의 탈당으로 다시금 뒤숭숭해진 분위기이다 보니 이제는 사실상 ‘통합’은 뒤로 물릴 수도 없는 외통수가 됐는데, 위기 상황을 양당 지도부가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 창당 발기인 대회 준비…‘결별 수순’ 돌입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정치 인생을 모두 걸었는지 최근 당내 중립파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에서 통합이 부결되면 한국에서 살 수 없다”며 사실상 배수진을 친 것으로 전해지자 통합 반대파 역시 전당대회 저지 외에 신당 창당 추진 작업도 병행해나가기로 하면서 최후의 치킨게임에 돌입했다.
 
그동안 안 대표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론 통합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길 호소하는 등 ‘양동작전’식으로 대응해왔던 통합 반대파 측도 갈등수위가 더 이상 안 대표와 함께 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지자 결국 이르면 1월 말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이혼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실제로 통합 반대파 모임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의 최경환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일정을 준비하고 조직 등 여러 가지 준비키로 했다”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히며 개혁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대회 개최가 사실임을 확인시켜줬다.
 
또 최 의원은 그간 알려진 대로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대표인 조배숙 의원을 창당준비위원장으로 하고 김경진 의원을 창당기획단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라면서 “6개 위원회와 3개 특위 인선, 창준위 발기인대회 등 2가지 축으로 개혁신당 창당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해 더는 통합파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결별 준비에 나서는 것임을 한층 분명히 했다.
 
▲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대표인 조배숙 의원은 “이제 안 대표와는 더 이상 정치를 함께 할 수 없다. 안 대표와 시시비비를 가리고 다투는 것도 시간낭비”라며 “개혁신당 창당 얘기를 듣고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우린 갈 길 가겠다”고 ‘분당’을 기정사실화 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변화된 분위기를 보여주듯 창준위원장인 조 의원 역시 앞서 같은 날 있었던 오전 전체회의에서 “이제 안 대표와는 더 이상 정치를 함께 할 수 없다. 안 대표와 시시비비를 가리고 다투는 것도 시간낭비”라며 “개혁신당 창당 얘기를 듣고 전국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우린 갈 길 가겠다”고 ‘분당’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뿐 아니라 그동안 안 대표에게 입장을 번복하라고 적극 호소해왔던 통합 반대파 측의 박지원 전 대표조차 이 자리에서 “안 대표에게 이야기한다. ‘가라! 제발 당을 나가서 홍준표-안철수-유승민 삼박자 노래를 부르면서 사시라’”라며 통합에 실패하면 한국에서 살 수 없다던 안 대표를 겨냥 “불법 전당대회는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고 이상돈 전대 의장께선 합법적 절차로 진행해서 안철수를 외국으로 보내는 길을 선택하자”고 완전히 안 대표에 각을 세웠다.
 
이들은 신당 창당 준비와 별개로 통합파의 전당대회 개최 시도엔 일단 법적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려는지 같은 날 오전 중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당규 효력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이와 관련해 대변인 격인 최경환 의원은 “전당대회 소집권자인 의장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으며, 당비를 내지 않는 당원의 대표당원 배제는 소급입법 원칙을 위배한다. 복수 전대 개최 또한 허가할 수 없다는 등의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반대파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내달 4일 전국 시도당위원회가 있는 17개 권역 23곳에서 전당원대표자대회를 동시 개최하려던 통합파 측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는데, 안철수 대표는 “한 마디로 도를 넘고 있다”며 “반대하는 의사를 가진 분들은 열심히 반대운동하시면 된다. 그리고 전당대회 결과를 모두 받아들이고 단합해 나가는 게 민주적 정당의 모습”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안 대표는 이날 개혁신당 창당 결의대회를 전북 전주에서 개최하는 통합 반대파 측 움직임에 대해서도 “해당행위를 넘어 당을 와해시키려는 것”이라며 “더 이상 이런 일들이 진행되지 않도록 엄중하게 경고한다. 다른 당을 창당한다든지 전당대회를 무산시키려 하는 것이야 말로 반민주적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만 그는 통합 반대파 측이 당무위 당규개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데 대해선 “당내 일을 법원으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면서도 “저희가 법적으로도 정말 문제가 없도록 꼼꼼하게 검토에 검토를 거쳐 회의 자료로 내놓고 당무위의 동의를 받았다”고 역설하며 어느 정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 박인숙 탈당에 ‘어안 벙벙’ 바른정당, 불안감 확산될까
 
▲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박인숙 바른정당 최고위원이 지난 16일 돌연 탈당을 선언하면서 한국당으로 복당함에 따라 바른정당은 9석이라는 한 자리수 의석의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측 통합 파트너인 바른정당의 사정 역시 썩 좋지 않은 실정인데,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자유한국당 복당으로 연쇄탈당 재발 우려가 일어나던 시점에 극적으로 이학재 의원이 잔류 선언을 하면서 그간 불안하던 당 내부가 다시 안정을 찾는 듯 싶었으나 지난 16일 돌연 박인숙 의원이 한국당 복당 의사를 표명하자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지난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젠 정말 갈 사람 없다. 탈당은 없다”며 “안철수, 유승민 대표는 더 이상 우물쭈물하면 죽는다. 이제 썰물이 빠졌으니 통합이란 밀물이 들어올 때”라고까지 외쳤던 박 의원이 그 발언을 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16일 갑자기 입장문을 통해 “지역 주민 여러분과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한국당으로 복귀하려 한다”고 하니 바른정당 의원들은 황당하다 못해 배신감에 못 이긴 격한 반응까지 내놓고 있다.
 
당장 탈당 당일인 16일 하태경 최고위원부터 “아침 연석회의에도 나왔는데 탈당 관련 얘기는 전혀 못 들었다. 상의도 없었고 납득되지 않는다”며 “추가로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데 이어 같은 날 지도부의 다른 의원 역시 “오전에 정부의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정책에 대한 간담회에 참석해 좌장 역할을 해놓고 느닷없이 탈당이라니 황당하다”고 당황스럽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루 뒤인 17일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선 이보다 한층 수위 높은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며 한 목소리로 박 의원을 성토했는데, 권오을 최고위원은 “변절로 국민을 우롱한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성동 사무총장은 “당원과 국민의 여망을 짓밟고 나갔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물론 유승민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주요 일원들은 이보다 다소 발언수위는 낮은 편이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었는데, 유 대표는 “저를 포함해서 아무도 몰랐다”고 했고 오 원내대표도 “어제 탈당은 갑작스러웠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우리가 가는 길이 뭐가 문제인지 고민했다”며 “어젯밤 몹시 잠을 설쳤다. 가까스로 잠들었지만 악몽에 시달렸다”고 충격 받은 심정을 솔직히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이번 탈당 사건이 통합에 방해요소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듯 당내 중진인 정병국 의원의 경우 “지금 우리는 구태정치와 전쟁에 나섰다. 1~2명의 이탈자가 있다고 이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마련한 바른정당이란 진지가 부족하다면 새 진지를 구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신당 창당이다. 여러분 한분 한분이 전투원이 돼 달라”고 독려하는 입장을 내놨다.
 
마찬가지로 유 대표도 “우리가 갈 길은 흔들림 없이 계속 가겠다”고 못을 박은 데 이어 하태경 최고위원까지 “이미 신당은 창당됐다고 생각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지지를 많이 받을 수 있는 당이 되도록 모든 지혜를 모으자”고 곧바로 수습국면으로 돌입했는데, 자칫 생각지도 못했던 박 의원의 탈당으로 인해 자신의 거취를 고심하던 당내 다른 인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에선 이 같은 바른정당 상황을 놓고도 상반된 반응을 내놓으며 신경전이 이어졌는데, 박인숙 의원 탈당을 호기로 여긴 통합 반대파 측의 박지원 전 대표는 바른정당이 이제 한 자리 의석수로 떨어진 점을 꼬집어 “유승민 의원은 꼬마 바른정당 대표가 됐다”고 비아냥한 데 반해 안 대표는 “당내 문제들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 양당 통합까지 험악일로…강행 추진 효과는 있나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으로 새로운 정당구도가 이뤄질 경우 통합신당은 10.7%의 지지율을 얻어 기존 두 당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수치보다 0.3%포인트 높은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이렇듯 반대파 측에 호재로 작용할 상황이 일어나 통합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통합파 측은 어차피 당무위에서 의결한 전당대회 개최는 막지 못할 거라 보고 있어 과연 둘 중 어떤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당 전준위는 이를 매듭짓기 위해 최근 통합 반대파 측인 이상돈 전당대회 의장에게 17일 자정까지 전당대회 세칙 등을 정한 공고문을 공고하라고 최후 통첩한 바 있다.
 
문제는 이 의원이 끝내 전대 공고를 하지 않을 경우 당무위 권한을 위임받은 최고위를 통해 전당대회 의장 역할 해태를 이유로 교체 혹은 경질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통합 찬반 간 잡음이 일고 충돌도 불가피한 만큼 통합 강행으로 얻게 될 상승효과보다 도리어 국민들에게 ‘야합 인상’만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설사 두 당을 통합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서 별 다른 반전을 노리기 어렵게 될 수 있는데,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 25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월 2주차 ‘신정당구도’ 잠재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당은 10.7%의 지지율로 3위에 머물러, 양당 개별 지지율을 단순 합산한 것보다 겨우 0.3%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치기도 했다.
 
그래선지 벌써 일각에선 통합으로도 별 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성사되기 전까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여전히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의석수가 줄어들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도 밀어붙이는 양당 지도부의 통합 행보에 아직도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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