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사면 지적하는 보수야당, 한상균·이석기·강정마을·세월호 누락 지적하는 진보야당

▲ 법무부는 29일 오전 9시30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0일자로 ‘BBK 저격수’ 정봉주 전 국회의원,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망 사건 가담자 25명 등 총 6,444명에 대한 특별사면·복권 등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여야의 입장은 항상 엇갈린다. 어떤 사안이든 정부여당이 하는 일은 절대 찬성할 수 없고 어떤 핑계를 찾든 반대를 위한 근거나, 논리찾기에 급급하다.
 
특히 보수야당이라 불리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가끔은 국민의당도 가세한다. 특히 예산정국을 거치면서 이런 경향성의 경직성은 더욱 강화돼 왔다. 반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이들과 결이 달랐으며, 대부분의 사안에서 정부안을 찬성하거나, 지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2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특별사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정봉주 전 의원과 용산참사 관련자의 사면에 대해 문제를 삼는데 집중해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에 비해 그다지 낯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의당은 달랐다. 꼭 포함되어야할 대상이 빠진데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였고, 여기에는 이제 원내 1인 정당이 됐음에도 발언 빈도와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민중당도 가세했다.
 
결국 이번 사면에 대해 여당을 제외하면 모든 정당이 다 나름의 아쉬움과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사면발표와 민주당의 환영
법무부는 29일 오전 9시30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0일자로 ‘BBK 저격수’ 정봉주 전 국회의원,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망 사건 가담자 25명 등 총 6,444명에 대한 특별사면·복권 등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또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생계형 어업인의 어업 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165만 2691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도 함께 시행했다.
 
법무부는 행정제재 감면 대상 검토 과정에서 음주운전, 사망사고 야기자, 난폭·보복운전자 등도 제외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 반대 집회 참가자 등은 제외됐는데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은 "여론이 관심을 가지는 사건 중 용산참사 사건 당사자 사면 이외에 다른 사건은 모두 사면 대상자에서 제외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새해를 앞둔 문재인 대통령의 첫 특별사면 조치를 환영한다”면서 “이번 특별사면은 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에 대한 원칙을 준수한 사면으로, 뇌물, 횡령, 알선수재, 배임, 반부패 사범과 반시장 범죄를 저지른 재벌의 사면을 배제했으며, 사회적 갈등 치유와 서민 부담 경감,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뤄진 사면 조치라 평가한다”고 의미를 뒀다.

이어 김 대변인은 “정봉주 전 의원은 장기간 공민권을 제한받아 왔으면서도 지난 사면에서 제외된 점이 이번에 반영된 것으로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특히 용산참사 관련자들을 사면한 것은 사회적 갈등과 국민통합 차원에서 꼭 필요한 조치로 환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첫 사면이 민생안정과 국민통합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사면이 법치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그 누구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정 전 의원과 용산 철거현장 사건 가담자들의 포함으로 사면의 본래 취지가 희석되는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정봉주 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 DB
◆정봉주에 화력 집중하는 한국·국민·바른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특별사면 명단에 정봉주 전 의원이 포함된 것에 대해 “이번 사면에서 경제인 정치인들은 배체하는 원칙 하에서 됐다고 발표했다”면서 “그럼 유일하게 포함한 한 분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정 전 의원은 개인적으로 저와 친하고 또 MB정부 때 탄압받는 등 고생도 많았다. 사면의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면서도 “정치권 인사의 사면복권은 항상 여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관행인데 그런게 맞춰지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정 전 의원의 사면자체를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바른정당은 정 전 의원이 사면대상에 포함된 것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사면이 법치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그 누구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정 전 의원과 용산 철거현장 사건 가담자들의 포함으로 사면의 본래 취지가 희석되는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유 대변인은 “정 전 의원의 경우는 현재 집권여당 소속 복수의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불의한 정권에 의해서, 불의한 검찰과 사법에 의해서 살지 않아도 될 징역을 1년 살고 정치적인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며 “현 정부도 그 주장과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 그래서 정 전 의원을 사면한 것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 도전이자 배임”이라고 지적했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 때 일은 모두 다 뒤집어야 속이 시원한 문재인 정부의 삐뚤어진 속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불법 폭력시위로 공권력을 유린하고 코드에 맞는 사람을 복권해서 정치할 수 있게 해준 문재인 대통령의 ‘법치 파괴 사면’ ‘코드 사면’은 국민 분열과 갈등만 불러올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정 대변인은 “선량한 준법 시민을 우롱한 문 대통령의 첫 사면은 법치 파괴 사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의 강도를 보면 국민의당-바른정당-자유한국당의 순이지만, 이런 스탠스는 익숙한 풍경이다.
 
 
▲ 민중당은 한상균 위원장에 더해 이석기 전 의원과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사드 배치 반대, 세월호 관련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빠진 것은 ‘국민통합과 민생안전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무색한 실망스러운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한상균 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 DB
◆정의당, 한상균...민중당, 이석기·강정마을,밀양 송전탑 집회참가자 누락 지적
정의당은 부족함과 미흡함, 문제점을 먼저 지적하면서 ‘쭉정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렇다 할 긍정평가는 내놓지 않았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우선 용산 참사 철거민들에 대한 사면복권이 이뤄진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런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친여권인사인 정봉주 전 의원을 사면하면서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배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대변인은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사면은 시민 사회와 종교계,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사항”이라며 “특히 한상균 위원장의 징역형이 지난 정권의 잘못된 노동정책으로 말미암은 것을 생각하면 이번 사면에 반드시 포함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이번 사면의 목적으로 사회적 갈등의 치유와 통합을 들었지만 핵심은 쏙빠진 쭉정이 사면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사면의 목적을 재고하여 조속한 시일 안에 한상균 위원장을 석방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민중당은 한상균 위원장에 더해 이석기 전 의원과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사드 배치 반대, 세월호 관련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빠진 것은 ‘국민통합과 민생안전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무색한 실망스러운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연 민중당 대변인은 “적폐 청산을 국정운영의 기조로 선언한 정부라면 지난 정권의 정치 탄압으로 수년째 수감 중인 양심수들을 곧바로 석방시키는 것은 상식”이라며 “1945년 8월 15일 조선총독부 정무총감과 행정권 이양 교섭을 벌인 여운형 선생은 정치범 석방을 첫 번째 조건으로 내걸어 관철했고, 역대 정권들도 취임 직후 정치범과 양심수들을 대거 사면해왔다”고 상기시켰다.
 
김 대변인은 “2015년 민중총궐기에서 희생된 백남기 농민이 모교의 명예 졸업장을 받는 시대에, 그 집회를 주도했다고 지목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과 이영주 사무총장은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다”고 또 “박근혜 청와대와 국정원의 정치 공작 범죄가 수두룩하게 드러난 판국에 있지도 않은 ‘내란음모’라는 누명을 썼던 이석기 전 의원도 4년 넘게 수감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지난달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일선 검찰청의 검토가 진행됐던 제주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사드 배치 반대, 세월호 관련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특별사면이 빠진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사안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과 인권 유린의 생생한 증거이고, 그 피해자들은 구제받아야 마땅하다. 검토까지 발표했던 이들을 사면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누구의 눈치를 본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사회적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걸었지만 그 실상은 이러하니 이번 특별사면은 생색내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힘으로 탄생했다. 더이상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촛불의 요구에 먼저 화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면은 서민생계형 사범을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을 처음부터 큰 틀에서 그림을 그리고 진행했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사면권자인 기준과 원칙을 지키는 게 사회통합과 국가 운영에 훨씬 더 많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며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노력은 그것(사면)이 아니더라도 진심을 갖고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특별사면에서 아무리 많은 대상자가 나왔다고 해도 포함되지 않은 누군가는 아쉽고, 이를 바라던 이들에게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면의 기준은 법의 논리 보다는 정의의 논리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법이 살피지 못한, 살피지 않는 부분을 살피려는 것이 사면의 이유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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