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금융사기’에 휘말린 ‘우체국’ 진상

‘우체국’은 지금 ‘벌집 쑤셔놓은’분위기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12억 금융사기’의 유력한 용의자인 임모(50)씨와 우체국 계약직 보험 관리사 김모(40)씨 등 3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하고 신모(53)씨를 수배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유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12억 원대의 보험 해약환급금을 챙긴 것이 수사결과 드러났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이와 관련 김씨 등은 지난 8월 11일 강남구 모우체국 분소에서 위조한 현모(51)씨의 주민등록증과 증권번호를 제시하며 현씨가 계약한 15건의 보험을 해약해 미리 개설해둔 은행 계좌를 통해 해약환급금 12억 1천 여 만원을 인출해 나눠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씨는 우체국 분소에 소장 1명과 여직원 2명만 있을 뿐 청원경찰이 없어 보안이 허술하고, 신분증과 증권번호만 있으면 보험 해약 시 별 다른 당사자 확인절차가 없다는 점을 신씨 등에게 알려줘 범행을 계획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 큰’ 범행...

이들은 단기간에 거액이 입금 됐다가 인출된 점을 수상히 여긴 한 은행 직원이 현씨에게 알려주는 바람에 범행이 탄로 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경찰은 임씨 집에서 1천만원권 자기앞수표 14장과 시가 1억원 상당의 외제차량 2대 등을 압수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단순히 ‘일회성 사건’으로 간주해 버리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이와 비슷한 우체국 관련 범행이 작년에도 경찰에 적발 됐기 때문이다.
“관리·감독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사회 일각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온 듯 하다.
작년 초, 우체국 집배원이 상인들의 예금을 대신 적립해주는 것처럼 속이고 10억 여원을 가로챈 뒤 달아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더구나 사기행각이 3년 넘게 계속됐는데도 정작 우체국은 직원의 비리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범인으로 드러난 서울 중앙우체국 직원 조모씨(34)가 피해자인 최모씨 등 도매상인 3명에게 접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가을.
운동 동호회에서 만나 안면을 익히게 된 점을 빌미로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다.
집배원인 조씨는 장사로 바쁜 피해자 최씨 등 상인들 대신 공과금을 내주고 입출금 심부름을 해주는 수법으로 환심을 샀다.

한 해쯤 지난 2001년 말 조씨는 “우체국에서 비공개로 소수의 예금고객을 모집한다”면서 본격적인 사기행각에 들어갔다.
피해자인 최씨 등은 “1억원을 3년간 예치하면 매년 12%의 이자를 얹어준다”는 조씨의 말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우체국장 직인이 찍힌 공문까지 받아본 상인들은 집배원 조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지금까지 10차례에 걸쳐 모두 10억 여원을 입금했다.
상인들은 “비공개 예금이기 때문에 추적당할 우려가 있어 입금할 돈은 반드시 현금으로 준비하라”는 조씨의 말을 한 점 의심 없이 그대로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조씨는 ‘입금사례’라면서 1억원짜리 계좌를 개설할 때마다 100만원이 들어있는 가짜 정기예금 통장까지 만들어 보여주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던 것으로 경찰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왜 못 막나?

그 결과 우체국은 인사관리와 금융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지적을 받았고, 이어 불과 일년여 만에 또 다시 이번 ‘12억 금융사기’에 휘말림에 따라 적지 않은 보안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노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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