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친박과 비박 모여 중립지대 형성…‘반홍 후보’ 단일화 기류 확산

▲ 오는 12일 개최될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계파색이 옅은 후보들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오는 12일 개최될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계파색이 옅은 후보들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홍준표 체제에 더 힘이 실리느냐 아니냐를 결정하게 될 하나의 가늠자로 작용할 수도 있어 자칫 정치공학적으로 비칠 수 있는 합종연횡도 주저하지 않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홍 대표 사당화를 우려하는 의원들까지 계파를 뛰어넘어 손을 잡으면서 구도가 한층 복잡해진 가운데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과 친홍, 반홍 등 3파전 형태로 가열되고 있다.
 
◆ 반홍 진영, 단일화 분위기 주도…경선 판도 뒤흔들까
 
한국당은 지난 선거에서 모두 계파 내홍이 문제가 되면서 주요 패인으로 지적받은 바 있어 그간 계파 청산이 화두이자 당에서 해결해야 될 급선무로 꼽혀왔는데, 이를 위해 새로이 당권을 잡은 홍준표 체제를 향해서도 최근 당내 일각에선 사실상 인적혁신을 내세워 ‘홍준표 사당화’하려는 의도 아니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이들끼리 중립의원 모임까지 갖기에 이르렀다.
 
원내대표 선거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들은 즉각적으로 행동에 들어갔는데, 지난 1일 나경원, 신상진, 이주영, 조경태 의원 등 4명은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약 50분간 논의한 끝에 나 의원과 신 의원이 경선 출마 의사를 접고 범친박계인 이주영 의원에 힘을 실어주기로 뜻을 모았다.
 
여기에 사흘만인 4일엔 오로지 ‘홍준표 사당화’를 저지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공언해온 한선교 의원까지 참여해 이 의원, 조 의원과 마찬가지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후보 단일화를 놓고 논의한 결과 일단 오는 6일 단일화 토론회을 가진 뒤 당일 오후부터 다음 날인 7일까지 책임당원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단일후보를 내놓기로 합의했다.
 
앞서 첫 중립의원 회동 결과 경선에 불출마하기로 결단을 내렸던 나 의원은 이날 회동에선 3명 후보들의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단일화 추진위원장으로 추대됐는데, 이날 회동 직후 그는 브리핑을 열고 “계파청산과 사당화 방지가 당을 향한 당원과 국민들의 절체절명의 요구”라며 “원내대표 선거로 당이 또 분열과 계파갈등으로 가선 안 된다고 여겼다”고 단일화 추진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나 의원은 자신이 불출마한 이유와 관련해선 5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중립성향을 가진 후보들이 굉장히 다수가 되다 보니 여기서 잘못하다가는 선거의 흐름과 결과가 국민들이 원하는 것에 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제가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중립성향의 후보들이 단일후보를 냄으로써 선거 결과를 좀 더 의미 있게, 앞으로 당의 미래를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예전엔 친박 비박 하더니 이제는 친홍 친박 이런 계파갈등이 있어 이런 것을 넘어선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립후보 단일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대표께서 당을 운영하는 방식에 있어서 당헌당규가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당이 좀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견제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립후보가 의미있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나 의원은 “중립이라는 건 실체가 없다, 이런 걱정들도 많이 하고 물론 각 계파를 지지하는 분들이 단단하게 몇 분씩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의원들도 상당히 있기 때문에 중립성향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또 초재선 중에 이런 부분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께서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말씀하시기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16석의 한국당 의원들 중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은 중립지대 의원들은 절반이 넘는 70명 안팎으로 분류되고 있고 이들이 친박과 친홍이 아닌 이 제3지대 후보에 지지를 보낼 경우 경쟁후보들을 긴장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 친박계에선 홍문종, 유기준 의원이, 친홍계에선 김성태 의원이 출사표를 던져 설령 중립지대 후보까지 포함한다 해도 단번에 과반득표를 할 만큼 상대를 압도하는 무게감 있는 인사는 이번 경선엔 없다 보니 결국 결선투표까지 갈 1, 2위 안에 누가 드는지를 놓고 접전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중립 후보는 계파색이 옅기에 1차 투표 결과가 어떻든 결선투표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어 유리해진다.
 
◆ 친홍 진영, 중립후보 겨냥 견제구 던져
 
▲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중립의원이라 칭하는 진영을 겨냥 “당이 위기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 분들이 중도파라는 이름의 또 다른 계파를 만들어 패권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며 “급조된 중립지대에서 탈박세탁 쇼하면서 간판만 바꿔 다는 상투적 수법”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홍준표 대표가 힘을 실어주고 있는 친홍계 후보 측인데, 비록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 대다수와 바른정당에서 탈당해온 비박계 복당파 의원들의 확고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지만 강성 발언을 이어가는 홍 대표에 반감을 가진 중립 의원들이 3파전 구도에선 비박·반홍 후보에 몰표를 준다면 수적으로 밀려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김성태 의원은 5일 오전 개최한 시국 토크콘서트에서 소위 중립의원이라 칭하는 진영을 겨냥 “당이 위기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 분들이 중도파라는 이름의 또 다른 계파를 만들어 패권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며 “급조된 중립지대에서 탈박세탁 쇼하면서 간판만 바꿔 다는 상투적 수법”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다만 김 의원은 계파 청산이 당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현재 상황에서 특정 계파를 대표한 후보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는지 “보수의 이념을 지키기보다 계파의 이익을 내세우는 고질적인 계파주의는 한국당이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폐단”이라며 “또 다시 무리 짓기에 나서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계파주의는 청산하고 분열주의와는 완전히 결별하는 새로운 보수야당을 만들 것”이라고 천명했다.
 
비단 김 의원 뿐 아니라 심지어 홍준표 대표 역시 같은 날 중립 진영을 겨냥해 일침을 가하면서 사실상 지원사격에 나섰는데, 홍 대표는 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중도, 중립이라고 하는데 그럼 표를 중간에 찍나”라며 “그건 무효표가 되는 거고 중도층은 결국 스윙보트(부동층)”라고 지적했다.
 
도리어 홍 대표는 ‘홍준표 사당화’를 명분 삼아 뭉치고 있는 중립 후보 측을 겨냥 “나를 쫓아낼 명분이 없다. 책임당원의 74% 지지를 받아 당 대표에 당선됐다”며 “다음 원내대표가 되면 원내 일에도 관여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그러면서 그는 “친홍이라고 하는데 우리 당 기준으로 하면 90%가 저하고 친하지만 계파라고 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난 우리 당에 계파가 없다고 본다”며 “(계파가 없는데) 소위 중립이라는 게 있겠나. 그건 말장난”이라고 거듭 직격탄을 날렸다.
 
◆ 친박 후보들도 단일화 진행될지 촉각

 
이렇듯 홍 대표까지 중립진영의 단일화 기류를 의식하는 가운데 친박계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전보다 크게 입지가 위축된 상황에서 치르게 된 선거인만큼 지지세를 규합하기 위해 계파색을 강조하기보다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현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홍문종 의원과 유기준 의원이 단일화를 이뤄낼 것인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친홍계에선 김 의원을 내세우고 있고, 중립진영조차 후보 단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친박계에서만 두 명의 후보가 나오게 될 경우 그나마 있는 득표수를 더 분산시켜버리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유기준 의원이 5일 열린 장애인 이동성 제고를 위한 '장애인 운전재활 정책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후보가 단일화할 것이란 전망은 일찌감치 나오고 있지만 두 후보가 모두 출마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온도차가 감지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유기준 의원의 경우 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더 이상 친박이니 비홍이니, 이런 계파를 연상할 수 있는 용어 자제를 해야 하고 이거야 말로 이제는 옛날 말 사전으로 보내야 하지 않나”라며 “어느 계파의 대표로서 뭘 한다 이런 말 자체가 더 이상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견 친박계 후보로 비쳐지는데 대해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또 유 의원은 서독이 흡수통일한 현재의 독일에서 동독 출신인 메르켈 총리가 재임 중인 점을 들어 “이렇게 계속 계파를 얘기한다면 우리 당의 미래는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수습하고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리더가 필요한 것”이라며 “제가 그동안 의정활동도 다양하게 했고 여러 당직을 했었고 또 행정경험까지 살려가지고 우리 당의 재도약을 위해 원내대표직에 출마하게 됐다”고 역설해 친박계를 대표해 나서는 홍 후보와 별개로 출마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물론 당 혁신을 명분으로 홍 대표가 친박계에 대해 인적청산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친박계 후보로 나설 경우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어 당장 계파와는 거리를 두려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때 ‘원조 친박’이라 불리던 한선교 후보까지 중립진영 측으로 뛰어든 상황에서 ‘동·서독 화합’을 꼬집었던 유 의원 역시 친박후보 단일화보단 친홍을 저지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중립진영 측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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