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구·프론티니·황진성·최태욱과 주전 경쟁

▲ 이동국 선수(포항 스틸러스)
이동국이 돌아왔다.

지난 4월 포항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십자인대 파열을 당해, 독일월드컵 대표팀에서 탈락한 지 7개월 만이다. 지난 5일 2번째 복귀 경기에서는 후반 8분 교체기용돼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마침 소속팀 포항 스틸러스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내친 김에 K리그 우승을 위해 다시 한 번 활약을 펼칠 기세다.

지난 4월 5일의 일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전기리그 7라운드 경기가 열린 스틸야드구장. 전반 선제골을 넣으며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이동국은 후반 38분 방향을 틀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지 못했고 바로 교체되어 나갔다.

시련의 스트라이커

독일월드컵이 고작 2달 여 남은 시점이었다. 정밀진단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다음날 조간신문 헤드라인은 “이동국, 월드컵 또 못 뛰나”였다.

이동국과 월드컵은 불화의 연속이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기대를 모았던 이동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도 개막 직전에 부상당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경기운영과 맞지 않아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지난 1월부터 아드보카트호의 붙박이 원톱으로 자리 잡은 이동국의 각오는 남달랐다. 이번만큼은 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정밀진단 결과는 십자인대 파열.

처음에는 2, 3주면 재활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어느 새 ‘수술 후 6개월 재활치료’라는 진단으로 정정됐다. 독일월드컵을 마지막 선수생활로 삼아도 좋다는 결의를 비쳤지만, 독일 스포렉스포츠재활센터의 대답은 “뛸 수가 없다”였다.

그리고 7개월 후. 월드컵은 이미 끝나 있었지만, 이동국의 앞에는 소속구단의 K리그 포스트시즌 우승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이동국의 복귀전이었던 지난 10월 29일 경기의 상대 수원 삼성 블루윙스는 12일 플레이오프 상대로 예정된 팀. 이른바 ‘미리 보는 플레이오프’.

이날 이동국의 복귀가 미리 예고돼 있었기 때문에 관중들은 후반이 15분을 지나자 ‘이동국’을 열렬히 연호했다. 이동국은 이 경기에서 후반 23분 교체 출장해 22분간을 뛰었다.

시험가동에서 경기감각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22분 동안 공격포인트는커녕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2-0으로 이기던 상태에서 기용돼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처음 10분은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는 이동국에게 기자들은 대표팀 복귀에 관한 질문을 당연스럽게 쏟아냈다. 그리고 이동국은 “컨디션이 회복되고 좋은 기량을 보이면 베어벡 감독도 자연스럽게 부르지 않겠나”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담담한 대답에 담담한 반응. 부상에서 복귀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부상 직전 4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던 예전의 위세를 되찾으려면 조금 시일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많은 이들은 예측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경기. 지난 5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 호랑이와의 경기에서 후반 8분 교체 출장된 이동국은 5분 만에 헤딩골을 넣었다. 결승골이자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었다.

이 득점으로 이동국은 시즌 7호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7개월을 쉬고서도 박주영 데닐손과 함께 K리그 득점 공동5위에 올랐다.

‘사자왕’의 부활은 대서특필됐고, 인터넷 인물검색순위 1위에도 올랐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이동국의 부활로 팀 분위기도 좋아졌다.

▲ 이동국 선수(포항 스틸러스)
이번 포스트시즌은 이동국에게는 생애 첫 포스트시즌이다. K리그에 데뷔한 것은 지난 1998년으로 벌써 9년차가 됐지만, 번번이 출장기회가 따르지 않았던 것.

1998년에는 청소년대표로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차출됐고, 2004년에는 상무에 있었다. 내년 3월에 계약이 끝나면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타진해볼 계획이어서 K리그 포스트시즌 기회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크다.

포항을 이끄는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포메이션은 3-4-1-2이다. 이동국이 이탈했을 때 파리아스 감독은 주로 고기구와 카를로스 프론티니를 투톱으로 기용했다.

고기구는 올 시즌 26경기에 출장해 9득점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구단의 확실한 주력 스트라이커로 자리 잡았다. 프론티니도 28경기에 출장해 8득점 4어시스트로 외국인선수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여기에 황진성도 확실한 백업요원으로 떠올랐다. 황진성은 올 시즌 22경기 4득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최태욱도 시즌 막판 경기감각을 회복했다.

그렇다면 이동국은 이들과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골맛을 봤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전문가마다 포항이 어떤 공격 패턴으로 플레이오프에 나서야 할지는 의견이 갈린다. “황진성을 플레이메이커로 두고 고기구와 이동국을 투톱으로 선발 출장시킨 뒤 프론티니를 조커로 활용하라”는 이도 있고, “이동국을 선발로 내보내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는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의견은 갈리지만 결국 체력부담이 있는 이동국을 선발로 내보낼 것이냐 교체선수로 기용할 것이냐에 경기운영, 심지어 경기결과까지 뒤바뀔 것이다. 그만큼 이동국은 중요한 변수다.

K리그 챔피언을 향해

K리그 플레이오프는 단판승부다. 단판승부를 ‘축구도시’ 수원에서 원정경기로 벌여야 한다는 것이 포항에게는 가장 큰 부담이다. 그러나 이제는 K리그 최대규모의 서포터스 ‘그랑블루’의 일방적인 응원공세에 든든한 스타플레이어가 팀의 중심에 서서 맞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동국의 존재감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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