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 정계개편 ‘통합신당 창당론’ 집중분석

여, ‘대통령은 신경 끄시라’
청, 특보단 구성으로 응수


친노·비노로 대립 격화···힘 대결로 치닫나
쪼개고 뭉치고···신당 창당은 ‘창조적 파괴?’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여당발 ‘정계개편’으로 여의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정동영·김근태 전·현직 열린우리당 의장들이 ‘열린우리당 실패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북한 핵실험 이후의 비상상황을 대비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보경제 위기관리 체제 내각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은 널리 인재를 구해서 드림팀을 짜고 남은 임기 동안 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즉, 정계개편 논의는 당에서 알아서 할 테니, 노 대통령은 손을 떼고 국정 현안에 전념해달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정치 현안을 당이 주도해나가겠다는 공개 선언으로 봐도 무방하다.


물론 청와대에서도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 노 대통령의 ‘민주당과의 통합 불가’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중량급 인사들이 포진한 정무 특보단이 구성되고 친노 그룹의 노사모 재건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문재인, 오영교, 조영택, 이강철 등 이름만 들어도 거물급들을 대거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단순한 만찬초대가 아닌 ‘특보단’ 구성을 위해서다. 이는 당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정치현안들에 대해 그 중심추를 당이 아닌 청와대에서 움직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에 등용된 인물들은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당내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계개편, 열린우리당 재창당으로 이어질지, 신당으로 이어질지, 그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기전대로 통합신당 창당?
지난달 29일 오후 여의도의 한 호텔. 이날은 열린우리당이 ‘존폐위기’에 몰려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리였다.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는 향후 새판짜기 방향을 둘러싸고 ‘통합신당론’, ‘재창당론’, ‘유보론’이 첨예하게 맞서며 격론이 벌어졌다.


문제는 정동영·김근태의 열린우리당 실패론과 더불어 김한길 원내대표의 ‘노 대통령은 신경 끄시라’ 발언이다. 이들의 이런 발언에 대해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이광재 의원은 “자신들의 이해타산에 얽매여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당에도 손해가 될 뿐”이라며 “정치적 꿈을 갖고 있는 분들은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화영 의원도 “일부 중진 의원들이 자기들만 살려고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친노 그룹은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당분간은 열린우리당 고수로 나갈 것이 뻔하다. 이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조기전대론’으로 이어졌다. 한 친노직계 의원은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라며 “내년 2월에 치러지기로 했던 전당대회를 당헌에 보장된 절차에 따라 앞당기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참정연 대표인 김형주 의원은 “전대를 열어 전체 당원들의 뜻을 물어 통합신당을 하던, 재창당을 하던지 하면 된다”고 말해 조기전대론에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그러나 비·반노 성향의 통합신당파들은 조기 전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 반노 성향 의원은 “지금 조기 전당대회를 하자는 것은 당력의 낭비”라며 “실효성이 없고 전당대회보다는 반향설정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을 띈 안개모 소속의 한 의원은 “조기전당대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재밌는 것은 통합신당론을 지지하면서도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세력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문희상 의원은 “조기전대론은 통합신단파가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당대회를 빨리 치루고 통합신당에 대한 논의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는 조기전대를 통한 재창당, 조기전대를 통한 신당창당, 조기전대 반대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나 노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겨뤄보자’라고 말한 승부사식 발언과 겹쳐, 향후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힘 대결로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친 盧 VS 비·반 盧

갈등의 핵심이 노무현 대통령을 동승하느냐 안하느냐의 ‘동승론’으로 번지고 있다. 천정배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통합신당을 주장했으나 노 대통령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결국 당내 친노세력과 비·반노세력의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이미 지난달 2일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한바탕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보인다.


친노직계 그룹인 의정연은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친노직계 그룹인 참정연은 “노 대통령과 끝까지 뜻을 같이 하고 함께 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참여정부와 우리당의 창당정신을 지킬 수 있는 체제가 들어오면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다”는 신축적인 입장을 보여 친노직계 그룹 간에도 어느 정도의 이견이 있음을 보였다.


통합신당을 지지하는 비·반노 세력은 노대통령과의 선긋기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까지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노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거론하는 분위기다. 한 여당 의원은 “한반도 정세가 북 핵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대통령은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탈당해 국정해 전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통합신당을 지지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통합신당을 주장해온 천정배 의원의 경우 신당논의 기구를 주장하고 있지만 ‘대통령 동승론’에는 찬성했다.



신당창당은 최악의 시나리오?

문제는 신당창당을 주도하는 여당 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중진의원들이 과연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 그들이 ‘신당창당’이라는 깃발을 꼽았을 때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동참할 것인지, 국민적 공감대가 생길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열린우리당의 보이지 않는 최대주주는 노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갖고 있는 기득권과 아직도 건재한 친노직계 의원들, 특보단의 구성, 노사모의 결집 등이 총 동원되면 ‘신당창당’이 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만약 신당창당을 하더라도 과거 이인제의 ‘국민신당’ 꼴이 되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신당창당에 동참해 정치인생이 끝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도 정몽준 당시 16대 대통령 후보 캠프로 들어갔다가 현재 ‘유력 정치인’에서 ‘철새 정치인’이라고 한 순간에 정치인생이 뒤바뀐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열린우리당 핵심관계자는 “제아무리 대통령 후보군에 들어간다고 해도 쉽게 깃발(신당창당)을 꼽진 못할 것”이라며 “신당을 창당해도 결국 분당의 위기로 몰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해 신당창당은 악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정계개편의 의미마저 의문을 자아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간 열린우리당은 정책의 실패는 물론, 아마추어적인 행동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아왔는데 이렇다할 비전과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대선정국에 맞물려 ‘정권재창출’을 위한 새판짜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


김형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지 세력이 분열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이 실패한 원인의 근본적 대책, 당의 혁신, 가치의 재전략화, 비전 등을 국민이 인정할 만큼의 대안을 만든 후에 정계개편론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야는 발 빠른 대권행보

여당이 새판짜기에 빠져있는데 반해 야당의 대선주자들은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당이 정계개편에 눈을 돌린 사이 자신들은 한발 앞서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북핵과 국정감사 등으로 여론몰이가 힘들었던 관계로 앞으로 더욱 스피드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2일 강연을 시작으로 대선 행보를 재개했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추격이 본격화 되자 이를 저지시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럽운하 견학을 하고 돌아온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특강 정치를 시작했다. 이 전 서울시장은 2일 호남대학교를 방문, ‘청년의 꿈과 도전’이란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날 이 전 시장은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와 관련, “선거를 앞두고 인위적 정계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당은 정책을 중심으로 해야지 선거전략을 위해 사람 중심으로 모여서는 안 된다. 때로 여당이 될 수도, 야당이 될 수도 있는데 야당이 될 것 같다고 해서 정계개편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강연정치를 시작했다. 특히 2차 민심대장정를 병행해 연말까지 자신의 지지율을 두 자리 수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의 수동적인 행보에서 탈피, 공격적 성향으로의 변모를 꾀한다는 것이다.


한나라 빅3의 지지도가 연일 상한가를 누리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대선 주자들은 ‘신당창당론’에 휩싸여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신당창당’에 대한 논의는 12월 이후 정기국회가 끝나고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내 대선주자들의 발 빠른 행보는 앞으로 여·야의 지지도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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