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쫓아가 확인사살 한다'이 갈아

삼성그룹의 계속되는 참여연대의 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윤종용 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에게 모욕을 당하고, 심지어 삼성측 경비원들에게 폭행까지 당한 이후 참여연대의 삼성그룹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삼성그룹 일부에서는 참여연대가 아니라 '삼성공격연대'라며 '삼성 타깃설'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 "삼성이 참여연대 표적에서 벗어난 적 있었나" 우선 삼성전자 주총 이후 삼성그룹에 대한 참여연대의 공세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삼성전자 주총 무효소송 및 손해배상 소송 ▲ 삼성카드에 대한 계열사 출자 비판 ▲ 삼성생명 계열사 대출확대 허용에 대한 감사청구 ▲ 삼성증권 사장이었던 황영기 씨의 우리금융 회장 선임 비판 ▲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사 요건을 갖췄다며 금감위에 에버랜드 및 회사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할 것을 촉구 등. 이 같은 일련의 공세 가운데 삼성그룹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참여연대가 삼성과 관련한 대대적인 공격무기 발굴작업을 진행중인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삼성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은 "삼성이 언제 참여연대의 표적으로부터 벗어난 적이 있었냐"며 구체적인 평가를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참여연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시민단체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도가 지나치다"며 "참여연대가 '삼성공격연대'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삼성그룹 내 불만에 대해 참여연대는 삼성그룹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지난 삼성전자 주총 때 생긴 감정이 최근 삼성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 건만 해도 처음 금융지주회사법 위반혐의를 포착한 것은 지난해였다"며, "건수를 잡기 위해 최근 집중적으로 삼성을 연구한 결과물이 아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때문에 충격과 고민에 빠진 삼성 한편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사 문제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조차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삼성그룹이 받은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에버랜드의 초과지분을 시정하지 않으면 비금융사 지분을 모두 매각하도록 명령하겠다고 나섰으며, 금감위는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6월내에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은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재무팀, 법무팀 등 핵심임원들이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 규정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그룹 내에서는 삼성에버랜드의 자산을 늘리는 방법, 삼성생명 지분을 줄이는 방법 등 두 가지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을 늘리는 방법의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자산을 재평가한 지 꽤 많은 연수가 지난 데다 그동안 부동산가격이 올라 손쉽게 자산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지주회사를 피하기 위해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삼성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출이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산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당장 큰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효율적이다. 더군다나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오를 경우 자산을 늘려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고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자니 이것도 후계구도와 관련돼 문제가 많다. 삼성그룹의 후계구도는 이재용-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한다면 후계구도 자체를 새로 짜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삼성에버랜드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러한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삼성생명 같은 거대 금융사를 총수 일가의 비상장 가족기업(삼성에버랜드)이 규제와 감독 없이 지배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본질적 문제는 삼성에버랜드를 핵심 고리로 해서 (이재용 상무에 대한)그룹 전체 지배권의 유지·승계를 기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 요건 충족 시비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을 축소하는 방안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출자여력이 있는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에게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기에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며, 우선 삼성에버랜드의 자산을 늘려 시간을 번 다음 후계구도까지 감안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버랜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지주회사 한편 삼성전자의 주가급등이 에버랜드의 지주회사화 문제를 일으켰다는 삼성측의 해명과 달리 이미 지난해 상반기 말부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형식요건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에버랜드는 지난해 말이 아닌 지난 해 상반기 말에 이미 자산이 3조1021억원이었고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의 평가액은 1조6723억원으로 자산대비 자회사 지분가치의 비율이 53.9%였다. 이는 삼성생명, E-삼성, E-삼성인터내셔널, 올앳 등 4개사에 대한 평가금액이며 이중 삼성생명이 1조6621억원으로 관련 법상 '자산 1000억원 이상, 총자산 대비 자회사 주식평가액 50% 이상'의 지주회사 요건을 넘어선 셈이다. 문제가 된 에버랜드 보유 삼성생명 지분 19.34%의 가치도 2002년 말 1조1048억원에서 작년 상반기 말 1조6621억원으로 늘어나 1조7000억원대인 연말 평가액에 근접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이 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게 된 주요 원인이라는 삼성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2002년말 31만4000원에서 2003년 6월말 35만5000원으로 4만1000원 상승한 반면 연말에는 45만1000원으로 하반기에 상반기의 두 배가 넘는 9만6000원이 상승했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의 순자산 가치 증가에서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결국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의 일부를 팔거나 부채를 늘려 일시적으로 지주회사 규제를 벗어날 수는 있겠으나 매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삼성그룹은 지배구조의 틀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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