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챔프리그 우승하면 15억 상금… 내친 김에 세계클럽선수권까지

▲ 최강희 감독(전북 현대 모터스)
전북 현대 모터스가 지난 11월 1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알 카라마를 2-0으로 꺾었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첫 골을 올린 후 동점을 만들려는 알 카라마에 빠른 역습을 당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일방적인 공세 속에 치러진 경기였다.

이번 대회에서의 성적은 열악한 환경에도 최강희 감독을 중심으로 뭉친 전북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한 결과라는 대체적인 평가다.

알 카라마와의 결승 2차전은 오는 9일 시리아에서 열린다. 무난히 아시아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오를 수 있을지, 오는 12월 일본에서 개막되는 세계클럽선수권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지 점검해본다.

사실 AFC챔프리그는 국내에서는 별로 지명도가 없는 경기였다. 지난 1일 국내에서 열린 결승전마저 공중파 중계방송이 외면할 정도였다. 지금 정도나마 AFC챔프리그가 관심을 끈 것은 유럽챔프리그에 대한 반사효과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전북이 보여준 명승부 덕이 크다.

‘역전승의 명수’라고 불리는 전북이지만 AFC챔프리그에서는 1차례 역전패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지난 2004년 4강 2차전에서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에게 2-0으로 이기다 후반 2-2로 비기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

특히 알 카라마는 이번 대회 8강경기 알 이티하드와의 원정 1차전에서 0-2로 졌다가, 홈 2차전에서 4-0으로 이긴 전적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역전패는 없다

2년 전을 기억하듯 1일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나선 최 감독의 표정은 옹골찼다. “시리아에서 하는 2차전은 백지 상태에서 다시 90분 경기를 하는 것”이라며 방심으로 역전패하는 일은 없겠다는 결심을 다졌다.

그 각오를 확인하듯 경기 다음 날인 2일 최 감독과 주전선수 14명은 전지훈련 연습장이 마련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행 비행기를 탔다.

최 감독의 합류는 지난 10월 22일 성남 일화와의 경기에서 받은 징계로 인한 것이라지만, 최진철·염기훈에 골키퍼 권순태까지 포함한 베스트11 전원의 조기 두바이행은, 5일로 예정된 수원 삼성 블루윙스와의 K리그 마지막 경기는 아예 버리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결승 1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염기훈을 넣은 전북의 주전 윙포워드. 호남대를 졸업하고 올 초 전북에 입단한 염기훈은 지난 10월 8일에는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결승 1차전이 끝나고 염기훈은 “K리그 성적이 좋지 않아서 이번 AFC챔프리그 우승으로 보상받고 싶다”고 말했다.

▲ 염기훈 선수(전북 현대 모터스)
사실 전북의 K리그 성적은 그저 ‘좋지 않다’고 표현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전북은 후기리그 2승 3무 7패 승점9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전후기 통합하면 승점25점에 13위로 꼴찌는 면했지만, 꼴찌 광주 상무와는 승점2점차에 마지막 남은 1경기를 버리기로 했으니, 탈꼴찌도 아슬아슬하다.

K리그에서는 꼴찌나 마찬가지인 전북이 AFC챔프리그 결승까지 진출한 공을 최 감독에게 돌리는 이들이 많다. 콩가루 같던 분위기의 선수단을 하나로 모은 ‘덕장’으로서의 풍모 때문이다. 올 시즌 전북이 보인 ‘극과 극 성적’에 대해서도 최 감독은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단기전에 집중하도록 독려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준 결과”라고 도리어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최 감독은 작년 7월 전북의 감독을 처음 맡았다. 현대자동차에 인수는 됐지만 아직 半시민구단이나 다름없던 당시의 전북은 엉망이었다. 선수들은 구단의 처우에 불만을 피력하며 생활이나 훈련태도에까지 문제를 보였다.

각각 울산 수원 같은 명문구단에서 이적해온 김형범과 권집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의 마음을 다잡은 이가 최 감독. “성적으로 네 실력을 입증하면 원하는 대로 트레이드를 추진해주겠다”고 설득했다. 끊임없는 대화로 신뢰가 구축됐고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 다른 구단으로 보내달라던 문제아들은 이제 전북을 떠나기 싫다며 팀의 주전선수로 자리 잡았다.

최 감독은 용병술에도 빼어나다 지난 1일 결승 1차전에서는 후반 교체투입한 보띠가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고, 인저리 타임에는 추가골까지 기록했다.

지난 10월 18일 울산 현대 호랑이와의 AFC챔프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도 교체투입한 임유환 이광현이 연속골을 뽑아낸 바 있다. 이 승리로 전북은 1차전 2-3 패배에 이은 원정경기 부담을 지고 4-1로 역전승과 결승 진출권을 거뒀다.

조별리그부터 매번 역전극을 연출한 것도 최 감독의 임기응변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전북의 전술은 4-4-2 포메이션이다. 왕정현-제칼로의 투톱에 보띠가 서포트를 맡는다. 미드필더를 구성하는 염기훈 임유환 김현수 김형범은 중거리 슈팅 능력이 좋다는 평가. 올 시즌 신인왕을 두고 염기훈과 팀내 경쟁을 벌이는 골키퍼 권순태도 팀의 보물이다. 2002 월드컵 멤버인 최진철과 최 감독이 직접 키운 김영선이 맡는 중앙수비도 튼튼하다.

전북이 AFC챔프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자 모기업 현대자동차의 지원도 늘었다. 이번 전지훈련도 현대자동차의 전폭적인 지원의 결과다. 전북은 AFC챔프리그 준결승까지의 광고 효과가 국내에서만 184억원이었다며 흐뭇해하는 중이다.

경제적 이익은 간접적인 광고효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AFC챔프리그 우승팀에게는 60만달러(약 5억6천만원)의 상금을 준다.

여기에 오는 12월 개막되는 6대륙 세계클럽선수권대회의 출전권까지 쥐게 된다. 이 대회 출전만 해도 1백만달러(약 9억5천만원)이 확보된다. 우승만으로 15억을 확보한 셈이다. 선수들은 ‘대박’을 기대하며 승부에 열중하고 있다. 최 감독도 “선수들 사이에서는 ‘한번 죽자’는 말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5억원 우승 대박

세계클럽선수권의 첫 상대는 북중미 챔피언 아메리카(멕시코). 아메리카를 이기면 다음은 세계최강 바르셀로나FC다. 만약 바르셀로나FC를 누르고 대회우승까지 간다면 총 510만달러(약 48억 4천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그동안 보여준 집중력이라면 욕심을 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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