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눈덩이 커지자 철수 본격화

▲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한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올 것이 왔다. 중국의 사드보복 피해가 누적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자 한국기업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조치로 인해 ‘황금의 땅’으로 여겨졌던 중국은 한국기업에게만큼은 ‘죽음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가 철수를 결정했고, 현대기아차는 사드 보복 피해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화장품을 비롯한 유통업계의 피해는 물론 산업 전방에 걸쳐 사드 피해가 누적되면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베트남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커짐에도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기업의 불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북핵 위기로 인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기댈 수밖에 없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3일 한·중 통상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하고 유통분야에 대한 문제 제기 방침도 정했다. 하지만 14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한·중 간 어려운 문제에 대해 전략적인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정하면서 기존 방침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 정부는 북핵 위기로 인한 중국 정부의 협조를 기댈 수밖에 없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 방침도 재검토하기로 했다.ⓒ청와대

◆이마트 롯데마트 등 유통기업 철수 도미노 현실화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한때 26개 매장을 늘리며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현재 매장은 6곳만 남았고 이것마저 올해 5곳은 태국 CP그룹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나머지 1곳도 다른 곳에 매각될 예정이다.

입지 선정과 현지화 실패 등이 거듭되면서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적자만 1500억원이 넘어 한계에 직면한 상태였다. 여기에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겹치면서 진출 20년 만에 중국에서 완전 발을 빼게 됐다.

당시 이마트 철수에 롯데마트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롯데그룹측은 “철수는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라며 철수설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중국 현지 직원들은 적자가 지속되면서 ‘중국에서 철수하는 게 낫다’라는 말이 심상치 않게 들렸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롯데마트 철수설이 돌 당시 통화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영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철수하는 게 낫다라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기만 남았지 언제 철수하느냐가 관건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은 사드 보복이 연말정도면 누그러질 전망에 따라 숨통을 틔울 2번의 운영자금을 투입하면서 ‘버팀 모드’로 돌입했다.

롯데그룹은 중국의 사드 보복 피해가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통상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실날같은 희망의 끈을 이어갔지만 북핵 위기로 인한 중국 정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WTO제소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 소식이 알려지면서 롯데그룹은 철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책이 사라진만큼 희망이 없다고 보고 전격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WSJ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자신의 조상들이 살던 땅(the land of his ancestors)’이라고 표현하며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우리는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며 중국과 중국 사업에 대한 애정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롯데마트 철수로 인해 롯데 계열사 철수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롯데그룹측은 백화점과 시네마 등 다른 사업 부분은 중국에서의 철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철수설’ 부인…피해 최소화 방침
재계 2위인 현대기아차의 피해도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과 시장과 자동차 최대시장 중 하나인 중국시장에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만 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게다가 중국 공장 일시 가동 중단 사태와 더불어 부품 납품 단가 인하 요구 등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사드 보복 피해가 누적됨에도 자동차업종 특성상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현실이 현대기아차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자동차업종 자체가 한번 시장에 발을 들이면 부품업체 등 관련업체도 연달이 진출하기 때문에 철수는 곧 부품업체 등 연관업계 연쇄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145개 한국 자동차 부품사가 289개 중국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현대기아차와 중국에 동반 진출한 부품사는 120여개다. 게다가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 완성차 공장만 8곳이 있어 철수 자체를 생각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각각 114만대와 65만대 넘긴 판매량을 올려 전체 자동차 시장의 23.5%, 21.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 철수는 곧 최대 수출시장을 포기하는 것이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문제는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공장 가동 중단이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가 협력업체에 부품 납품 대금 지연으로 공장이 일시 멈춰진 바 있다. 그럼에도 업계서는 현대기아차의 철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합작사를 운영중이라 계약서상 일방적인 합작 관계를 깨트릴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철수설’ 가능성은 낮다. 현대기아차는 신차 출시와 중국 법인장 교체 등 인적 조직 쇄신 등 여려 수단을 동원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 재계 2위인 현대기아차의 사드 보복 피해도 날로 커지고 있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화장품업계, 中에서 동남아 미국으로 눈 돌려
국내 화장품업계도 ‘차이나 엑소더스’ 열차에 몸을 싣고 있다. 화장품업계는 그동안 한류열풍으로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유명 브랜드 입소문에 힘입어 중국 현지 매장을 설립하며 중국 본토 공략에 나서왔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현지에 18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내 17개 영업소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사드 보복이 현실화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화장품업계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자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장과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중국시장의 타격이 예상보다 컸다.

아모레퍼시식은 올 2분기 매출 1조4130억원, 영업이익 13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8%, 57.9%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관광 상권 매출 급감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LG생활건강 화장품사업 2분기 매출은 7,812억원, 영업이익 1,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2.7% 감소했다. 9월 들어서만 화장품 업종 지수는 11거래일 동안 8.8% 하락했다. 3분기, 4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쇼크를 계기로 추정치가 이미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3분기 실적은 현재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며 “4분기 및 2018년 컨센서스는 중국인 관광객과 보따리상 활동이 상당부분 회복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연말에도 보복 완화의 시그널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주가는 우하향 추세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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