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바른정당 전술핵 주장까지 박차…국민의당도 기류 변화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간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배치가 지연되어 왔던 사드 발사대 4기가 7일 성주 사드기지에 ‘임시배치’ 형태로 일단 1개 포대 체제를 완비함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북핵 사태로 촉발된 안보 이슈에 급격히 무게추가 쏠리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야권에선 논란이 계속됐던 사드가 정부 결정으로 사실상 배치를 마무리하게 되자 한 발 더 나아가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들고 나오는 등 한층 강경한 목소리를 내며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 北 도발에 몰린 정부여당, ‘사드 배치 완료’ 전격 결행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7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경북 성주에 추가 배치한 데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사드 배치에 있어서 모호한 입장을 취해오며 절차적 문제를 들어 사드 배치를 사실상 지연시켜 오던 문재인 정부는 ‘베를린 선언’ 등 계속된 대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 일변도로 대응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요구가 점차 높아짐에 따라 표면상 임시배치라고는 해도 결국 사드배치를 마무리하며 길었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사드 배치 예정지에 대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방식을 택한 현 정부의 결정으로 연내 배치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시각까지 일부 제기된 것은 물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 발표로도 미국과 엇박자를 내면서 당장 야권을 중심으로 ‘한미동맹 균열’, ‘코리아패싱’이란 주장이 불거졌으나 이날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결행을 계기로 정부 또한 국제적 대북 제재 기류에 발맞춰 기존의 대화 중심 기조는 잠시 접어두는 모양새다.
 
실제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에 발맞춰 같은 날 우원식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는 대화와 제재의 병존 정책을 갖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전쟁이 아닌 평화적 해결책”이라면서도 “이 상황에서 민주당은 대화보다는 제재와 압박을 중심으로 대북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대북 기조 전환의 뜻을 표명했다.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특히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에 대해 우 원내대표는 “우리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북한의 ICBM 발사와 6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도발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수준이 다른 위기국면”이라고 강조해 사드에 미온적이던 여당 내 이전 반응과는 확연한 온도차를 보였다.
 
이렇듯 정부여당이 갑작스레 입장을 선회하게 된 데에는 1차적으로 도발수위를 계속해서 높이고 있는 북한의 태도로 인한 국면 변화에 그 원인이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도 계속해서 북한과의 ‘대화’에 미련을 보였던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동반 하락해버린 결과 역시 대북정책 전환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례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4~6일 성인 1528명을 상대로 조사해 7일 발표한 9월 1주차 주간 집계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대비 4.1%포인트 하락해 취임 이후 처음으로 60%대인 69%를 기록했고, 여당 지지율도 보수층과 수도권 유권자가 이탈하면서 지난주보다 0.6%포인트 떨어진 50.7%로 나온 바 있다.
 
그래선지 야당 역시 이번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일단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안보 이슈를 통해 어떻게든 지지율 반등에 나서려는 분위기다.
 
◆ ‘국회 보이콧’ 한국당, 핵무장론 내세워 ‘출구 모색’
 
먼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정우택 원내대표가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참 다행이고 적절하다”고 환영의사를 밝히면서도 “정부여당은 환경영향평가, 전략적 모호성 등을 운운하면서 사실상 반대해왔다. 사드배치를 두고 혼란을 초래해 온 정부여당은 국민과 국제사회 앞에서 공식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정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총회에선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또 다른 포대 하나는 더 설치돼야 한다고 본다. 이 문제도 같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내친김에 사드 추가 배치 주장까지 펼쳤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까지 역설했는데, “송영무 국방장관이 이 말씀 하나는 제대로 하는 것 같다. 전술핵 재배치를 2번이나 언급했다”며 “이제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이론적, 정신적 무장을 하고 더욱 강력히 추진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여전히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청와대를 한층 압박하려는 셈인데, 정 원내대표는 “우리만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얽매여 있을 필요는 없다”며 “전술핵 재배치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해나간다면 송영무 국방장관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초당적 차원에서 협조하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한국당에선 당내 핵포럼을 주도하는 원유철 의원이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위권 차원의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합법적으로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는 것도 검토해 놓아야 한다”고 촉구했을 정도로 자체 핵무장론까지 역설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당은 아예 전술핵 재배치를 위해 미국에 방문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는데,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을 방문해서 전술핵 재배치를 찬성하는,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인정하는 여러 언론, 정치인을 만나 여론전을 펴나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고 공포의 균형, 힘의 균형이 이뤄진다고 보고 방문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홍준표 대표까지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이 정부가 못하는 국제 북핵 관련 외교를 이젠 우리가 한 번 나서야 할 때”라며 미국과 중국 모두 직접 방문할 계획을 밝힌 뒤 “야당이라도 뭉쳐야 한다”고 대북 주도권을 정부여당으로부터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처럼 한국당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북한의 도발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며 안보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초당적 협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현재 정부의 공영방송 탄압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속하고 있는 정기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은 도리어 자당의 입지만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출구를 찾으려는 나름의 시도로 풀이되고 있다.
 
◆ 바른정당·국민의당도 ‘전술핵 재배치’ 한 목소리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본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해 금품수수 의혹으로 당 대표직 사퇴한 이혜훈 대표를 대신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다른 야당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비록 한국당의 보이콧을 비판하며 정기국회 일정에는 참가하고 있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조차 전술핵 재배치를 거론하며 핵무장에는 선을 긋고 있는 정부를 한 목소리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혜훈 대표의 자진사퇴로 뒤숭숭한 바른정당에선 이날 대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전술핵 재배치가 되든 핵공유가 되든 우리도 핵을 직접 관리함으로써 우리의 즉각적인 핵보복 능력 때문에 북한이 절대 핵을 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한 데 이어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에서 단계마다 요격 가능한 중첩적 미사일 방어체계를 철통같이 구축해야 한다”고도 정부에 요구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안보 대실패를 그대로 감수하고 살아갈 건지,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사생결단의 중대결정을 해야 할 건지 절박한 결단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며 “대통령이 현 상황의 의미와 대책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당내 중진인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또한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북핵위협,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우리가 방어를 해야 하는데, 방어할 유일한 무기체계인 사드를 반대한 사람이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고 그들이 집권세력”이라며 “한미간 공조를 더욱 강력하게 해야 하는데 미국의 해결 전략에 우리나라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서 김을 빼는 상황”이라고 정부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수야당이 핵무장론부터 사드 추가 도입, 한미동맹 강화 등 여러 대안을 제시하면서 정부 압박에 본격 돌입하자 당초 한반도 비핵화를 당론으로 했었던 국민의당에서까지 조금씩 전술핵 재배치로 입장을 선회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대화보다는 제재로 가야 하고, 이는 아주 실효성 있는 강력한 것이어야 한다”며 전술핵 재배치를 언급했다.
 
다만 같은 당 정동영 의원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열어뒀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겨냥 “현역 국방장관이 ‘전술핵 재배치’ 주장의 불을 지피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정부 기강을 문란케 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위험하다”고 성명을 내는 등 국민의당 내에서도 전술핵과 관련해 의원마다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보수야당처럼 금방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본격 화두로 내놓으면서 정부여당 역시 사드 배치 결정을 필두로 보다 과감하고 강경한 대북정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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