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돌적인 골밑 돌파 돋보이는 스몰 포워드

▲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빌리어스)
2006/07시즌 미국프로농구(NBA)가 지난 11월 1일(한국시간) 개막했다.

1998년 마이클 조던이 은퇴하고, 1998/99시즌 선수노조 파업으로 지각 개막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어온 NBA.

기 회복을 위해 ‘포스트 조던’을 키우려는 NBA 차원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샤킬 오닐(마이애미 히트) 팀 던컨(샌안토니오 스퍼스)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트레이스 맥그래디(휴스턴 로키츠) 케빈 가넷(미네소타 팀버울브스) 같은 선수들이 명멸해왔다.

그중에서도 차기 스타플레이어로 가장 많은 지목을 받은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 캐빌리어스)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집중 분석한다.

2003/04 시즌 드래프트 1순위로 데뷔하고 그 해 신인왕을 거머쥔 이래, 제임스는 줄곧 ‘황태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 말은 마이클 조던이 미처 물려주지 못하고 비워둔 ‘황제’의 자리를 제임스가 물려받기를 원하는 팬들의 염원이다.

지난 11월 1일 개막한 2006/07시즌으로 제임스는 4번째 시즌을 맞았다. ‘포스트 조던’으로 일찌감치 지목돼온 제임스는 작년 시즌 데뷔 처음으로 클리블랜드를 8년 만에 플레이오프까지 끌어올렸다. 2번의 포스트시즌 트리플 더블로 한때 디트로이트를 탈락 위기까지 몰고 갔다.

그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지사. 미국 스포츠전문지 ESPN은 올 시즌 MVP후보 1순위로 제임스를 꼽았다. 클리블랜드가 동부 컨퍼런스의 챔피언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도 16명 중 2명이나 됐다.

NBA 30개 구단 단장들이 뽑은 최고의 선수에도 선정된 바 있다. 선수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PER에서도 작년 시즌 28.17점을 기록해 덕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작년 시즌 공식기록은 경기당 평균 31.4득점 7.0리바운드 6.6어시스트로 이중 득점 부문에서는 NBA 3위에 올랐다.

클리블랜드를 우승으로

클리블랜드의 올 시즌 목표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 이를 위해 보강돼야 할 팀의 최대 약점은 슈팅가드다. 주전가드 래리 휴즈는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고, 대체선수였던 플립 머레이도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로 이적했다. 데이먼 존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미덥지 못하다.

전체적인 선수 구성의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도 흠. 센터 지드루너스 일거스커스나 파워포워드 드루 구든이 제임스와의 튼튼한 조직력을 보여주지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마이클 조던의 원맨 팀이었던 1980년대 중반의 시카고 불스에 비유하기도 한다.

클리블랜드는 지난 7월 제임스와의 3년간 재계약에 합의했다. NBA 구단주들의 영입대상 1순위로 손꼽히는 제임스를 2010년까지 데리고 있을 수 있게 된 것. 팀의 성적을 위해서도 제임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도 선수 보강은 필요하다.

제임스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것은 저돌적인 골밑 돌파 덕분이다. 제임스는 작년 시즌 가장 많은 바스켓카운트를 기록했다. 미식축구선수를 방불하게 하는 체격에 뛰어난 점프 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뚫고 화려한 덩크를 성공시키는 솜씨로도 각광을 받았다.

이는 작년 시즌 강화된 ‘핸드 체킹’ 규정의 도움도 받은 것. 핸드 체킹 규정으로 수비수는 공격하는 선수의 몸에 손이나 몸이 닿아서는 안 된다. 작년 시즌부터 도입돼 NBA의 공격농구를 이끌었다. 클라이드 드렉슬러는 “내가 현역 때 그런 룰이 있었다면 평균 50점씩 넣었을 것”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골밑 돌파 외에 제임스의 플레이가 높이 평가받는 것은 패스 능력이다. 최인선 <수퍼액션> 해설위원은 “스타플레이어면서도 자기 득점보다는 패스할 곳을 먼저 챙긴다”고 언급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이기적인 선수’라는 비아냥을 받는 브라이언트에 비교우위를 가진다. 작년 시즌 경기당 평균 6.6어시스트는 스몰 포워드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것.

올 시즌 제임스와 함께 MVP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는 브라이언트와 스티브 내시(피닉스 선스). 브라이언트는 작년 시즌 한 경기에서 81득점을 몰아넣은 바 있는 득점 기계. 내시는 팀 공헌도가 높아 2년 연속 MVP에 선정됐다.

그밖에 제임스의 라이벌로 손꼽히는 선수는 카멜로 앤서니(덴버 너기츠)와 드웨인 웨이드(마이애미 히트). 올 시즌 나란히 4년차를 맞는 2003년 드래프트 동기생들이다. 이중 ‘공룡센터’ 샤킬 오닐과 손발을 맞추면서 작년 시즌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MVP에 뽑힌 웨이드가 좀더 돋보인다.

팻 라일리 감독은 제임스와 웨이드가 맞붙는 클리블랜드-마이애미의 경기는 “NBA팬들에게 새로운 고전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 시즌 두 팀의 첫 대결은 내년 2월 1일로 예정돼 있다.

두 선수는 올 시즌 동부 컨퍼런스의 판도를 결정짓는 키플레이어이기도 하다. 동부 컨퍼런스는 오닐-웨이드 콤비의 마이애미에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가 도전하는 형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제임스의 약점으로는 수비에서의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된다. 마이클 조던이 수비상까지 휩쓸 정도로 수비에 뛰어났음을 상기하면, 수비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작년 시즌 제임스는 경기 평균 1.6스틸 0.8블록슛을 기록했다.

한국팬을 위한 ‘르브론 코트’

제임스와 앤서니, 웨이드 3총사는 미국농구대표 ‘드림팀’의 일원으로 지난 8월 한국을 찾아 더 친숙하다. 8월 1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 2006 4차전에서 한국대표팀과 승부를 벌인 것.

당시 제임스는 휘문고에 ‘르브론 농구코트’를 기증하고, 한국대표팀과의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많은 한국팬들이 응원해줘 기뻤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동료와 팬을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는 제임스가 조던을 뛰어넘는 스타플레이어로 남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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