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성공’한 안철수, ‘선명 야당’ 내세워…야권 공조 시동?

▲ [시사포커스 유용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의 새 사령탑으로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대선 조작 파문 이후 벼랑 끝으로까지 몰렸었던 국민의당이 위기를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였던 조작 파문 역시 안 대표 지지자나 자신이 영입한 인사들로부터 비롯되면서 대선 패배 책임론과 더불어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공세로 안 대표의 정치 인생마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해졌지만 오히려 위기를 정면돌파 하겠다며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던진 당권 도전 승부수가 결국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현재의 위기상황을 넘기엔 다른 후보들로선 어렵다는 ‘대안 부재’ 상항에 따라 결국 안 대표가 반사효과를 얻은 면도 없지 않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지만 대표 뿐 아니라 최고위원 등 다른 당직 역시 안철수계 인사들이 함께 당선됐다는 점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대선 패배를 털어내고 ‘안철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안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지방선거 필승은 물론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선명 야당’ 색채를 강조했다는 면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데 호남 출신 후보가 아닌 ‘중도’ 성향의 안 대표가 다시 당을 이끌게 되면서 그간 물밑에서 흘러나오던 야권발 정계 개편 역시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안철수, 당선으로 ‘재기 성공’…호남계 아우를 수 있나
 
이번 국민의당의 8·27전당대회는 출마 전부터 치솟았던 당내의 온갖 반대를 뚫고 끝내 도전한 안 대표의 승리로 끝났다.
 
일단 안 대표 본인이 당권을 거머쥐며 재기에 성공했고, 박주원 신임 최고위원부터 이태우 신임 청년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친안철수계 인사들이 속속 당선됨으로써 현역의원인 박주현 신임 여성위원장을 제외하곤 모두 원외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앞서 원내대표 선거를 비롯해 비대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원내 다수인 호남계가 당직을 장악하다시피 해온 데 반해 안철수계 측에선 이 같은 각종 선거에서 그간 밀려난 데 그치지 않고 리베이트 파문과 대선 조작 의혹 등 수차례 당의 고비마다 구설에 올랐던 점에 비쳐본다면 이번 안 대표의 승리는 단순히 정치인 개인의 재기란 데에 그치지 않고 당내 권력 중심추가 이동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선지 안 대표는 지도부 상당수 안철수계 인사로 포진됐다고 해도 여전히 당내 다수인 호남계가 좌지우지하려 들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지난 27일 수락연설에서 당원들에게 한 3가지 중요한 약속 중 ‘인재 영입’ 부분에서 “시도당과 함께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온 인재들을 찾겠다”며 “젊고 도덕적인 인사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수락연설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선 “단순히 명망가만 찾는 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을 직접 찾고 제가 직접 가서 영입하겠다”고 한 데 이어 당직에 대해서도 “원외의 좋은 인력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우리 당의 실력을 키우는 데 필수적”이라고 입장을 내놔 사실상 원내 호남계의 영향을 덜 받을 원외 인사 중심으로 자신이 영입을 주도해 당내 구도에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대표직 수락연설 내용 중 내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전국정당을 이루겠다며 필승을 다짐하던 발언 역시 호남정당이란 지역색을 한층 완화시킴으로써 지금껏 강력했던 호남계의 입김을 다소 줄여보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돼 자연히 이를 위해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들과의 연대 등 정계개편 가능성에도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를 우려했는지 당장 호남 출신 다선의원이자 안 대표의 당권 도전을 만류했었던 박지원 전 대표는 28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 출마할 때 저하고도 충분한 얘기했고 저는 이번 전당대회 중립을 지키면서 세 가지 문제를 강조했다”며 햇볕정책을 계승한다는 대북정책 정체성과 전국정당으로 외연 확대를 해도 홈베이스인 호남은 지켜가면서 할 것을 우선 거론했고, 바른정당에 대해선 야권으로서 공조는 해도 연합과 연대는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전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 대해서도 “필요성이 있을 때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것이지 무엇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할 수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한 데 이어 야3당 선거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도둑질도 너무 빨리 한다”고 시기상조란 입장을 견지했다.
 
도리어 박 전 대표는 최근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도 열어뒀던 안 대표를 겨냥해 “차라리 안 대표의 고향이고 성장지이고 우리 국민의당의 불모지인 부산시장을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도 했다”며 내년 지방선거에 ‘불모지’인 부산 지역으로 출사표를 던지라고 압박했는데, 안 대표도 이런 요구에 대해 “지금은 당 대표로서 당을 혁신하고 인재 영입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응수하면서 벌써부터 팽팽한 신경전이 일고 있다.
 
이처럼 호남계 측에서 안 대표 당선이란 결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견제구를 던질 수 있는 데에는 사실상 안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기보다 51.09%의 턱걸이 과반으로 간신히 결선투표를 면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안 대표 역시 당장은 ‘기울어진’ 당내 구도상 호남계 의원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 ‘싸우는 야당’ 천명에 야권 연대 성사 여부에 관심
 
그렇다 해도 안 대표는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단단한 대안야당의 길에 나서겠다. 우리의 길은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이라며 대정부여당 견제에 적극 나설 뜻을 내비쳤기에 현재 정부여당과 달리 국민의당 지지율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대정부 투쟁에 나서려면 어떤 식으로든 야권 연대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거란 시각이 적지 않다.
 
평소 좌우 진영논리를 경계하며 다당제를 강조해왔던 만큼 그가 이날 연설에서 내세운 ‘실천적 중도개혁정당’이 그다지 낯선 구호는 아니지만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당선이 정계개편을 촉발시킬 수도 있기에 이번에 언급된 ‘중도개혁정당’이란 표현을 관심 깊이 주시하고 있다.
 
특히 안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공약부터 여당 대표의 사법부 비판 발언에 이르기까지 정부여당엔 선전포고에 가까울 정도로 수위 높은 공세를 펼친 데 이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일침을 가해 결국 보수야당이면서도 중도에 가까운 바른정당과 연대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바른정당에서도 안 대표의 당선에 대해 반응을 내놓고는 있지만 설령 향후 연대에 나선다 해도 다수정당이 주도권을 쥘 여지가 상당한 만큼 아직은 거리를 두고 탐색전에 들어간 모양새인데, 이혜훈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가 수락연설에서 ‘민생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국민과 나라에 좋은 일이라면 언제라도 협력하겠다’고 밝혔는데 정확히 두 달 전 제가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된 후 첫 일성과 같다”면서도 “인위적이고 공학적인 연대는 정치개혁의 대상이다. 자강에 주력할 때”라고 덧붙여 이 같은 태도를 분명히 했다.
 
다만 하태경 최고위원은 국민의당을 향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기존 정치를 개혁하는 쌍두마차가 돼야 한다”고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 이어 같은 당 권오을 최고위원은 아예 “선거구제 문제나 정치자금법 개정 문제에 대해 중도정당으로 제3의 길을 가는 정당은 국민의당 뿐만 아니라 어느 정당과도 함께 가겠다”고 한층 넓게 연대범위를 설정하기도 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단 안 대표 당선으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자 누구보다 다급해진 건 바른정당을 흡수해 보수통합을 이루려던 한국당인데, 이런 속내를 숨길 수 없었는지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3당 만이라도 단일후보를 내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꽤 많다”며 “수도권만이라도 선거연대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다른 야당들에 수도권 선거연대를 우선 제안하고 나섰다.
 
이 뿐 아니라 정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YTN ‘호준석의 뉴스인’에 나와선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합당 논의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손을 내밀었는데, “안철수 대표가 어제 당선됐는데 말씀하신 걸 보면 솔직히 마음에 든다. 강한 야당이 되겠다고 했는데 제가 원내대표 돼서 천명한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기류에 지지율이 높다는 여당조차도 내심 경계심은 늦추지 않고 있는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대표는 당선 직후 정부여당이 제시하는 방향과 (국민의당 당론이) 같다면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협조 의지를 밝혔다”며 “국민의당과 국민 민생과 안보를 중심으로 건설적인 정국을 이끌어 나가는데 노력하겠다”고 국민의당에 호의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안 대표가 이날 새 지도부로는 처음 연 최고위에서 다른 보수야당들과 마찬가지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정부여당에 분명한 각을 세우는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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