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3야당 법인세 등 증세반대 와중에 정의당은 증세 더해야한다고 지적

▲ 정부가 조세개정안을 발표하자, 항상 반대를 일삼던 보수 야3당은 물론, 이유는 다르지만 정의당도 비판하고 나서 관련법안의 국회통과가 첩첩산중으로 난망해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0차 세제발전위원회'에 참석해 새법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정부가 조세개정안을 발표하자, 항상 반대를 일삼던 보수 야3당은 물론, 이유는 다르지만 정의당도 비판하고 나서 관련법안의 국회통과가 첩첩산중으로 난망해 보인다.
 
정부는 2일 초고소득자와 초고소득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율인상방침을 발표했다.
 
 
◆정부, 부자증세 위한 13개 세법 개정안 확정...국회 통과해야
정부는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별소비세법 등 13개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득재분배 및 과세형평 제고를 위해 과표 5억 원 초과구간에 적용되는 소득세 명목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2%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또 3억∼5억 원 구간을 신설해 38%에서 40%의 세율을 인상해 부과한다.
 
법인에 대해서는 한해 2,000억 원을 초과하는 수입이 있는 경우 과세구간이 신설돼 세율이 22%에서 25%로 3% 포인트 인상되고, 현행 20%인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율은 과표 3억원 초과는 2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대주주 범위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반면 상속·증여세 납세 의무자가 자진해서 신고하면 산출세액의 7%를 공제해주는 상속·증여 신고세액공제는 내년에는 5%, 2019년는 3%로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또 법인세 과표 2,000억 원 초과 구간이 신설돼 기존 22%에서 3%포인트 높아진 25%의 세율이 적용되는데, 2016년 신고기준으로 보면 129개 대기업이 해당한다.
 
한편으로는 대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축소, 설비 투자세액공제 축소,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하향 조정 등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세부담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이 같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로 확보한 재원을 취약계층과 영세기업 지원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일자리를 늘릴수록 세제혜택이 더 돌아가도록 했는데, 투자와 고용을 동시에 하는 경우 지원해주던 기존의 방식을 투자가 없어도 고용 증가인원 1인당 일정 금액을 공제하도록 하는 고용증대세제가 신설됐다.
 
이에 따라 상시근로자의 경우, 중소기업은 2년간 1,400만원, 중견기업은 1,000만원이 공제되고 청년 정규직과 장애인 등의 경우 최대 2년간 2,000만원이 공제된다.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액을 1인당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하고 일몰을 1년 연장한다. 중기 취업자에 대해 소득세를 70% 감면해주는 방안도 적용기간을 취업 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임금을 증가시킨 중기의 세액공제율은 10%에서 20%로 상향조정한다.
 
창업, 벤처기업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되고,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액공제도 확대된다. 근로장려금은 최대 20만원 인상되고, 월세 세액공제도 최대 15만원 인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세법 개정으로 연간 5조 5,000억원 규모의 세수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고 서민·중산층은 연간 세부담이 8,167억 원 줄지만 고소득자는 6조 2,683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정안은 8월 22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8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월 1일 정기국회에 넘겨질 예정이다.
 
 
▲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앞으로 조세 지원의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점검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민생안정·기업활력 제고·경제활성화 등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심도 있게 검토·심의하겠다”며 법안심사에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추경호 의원실
◆자유한국당 “기업발목 잡는 법인세 인상 당장 철회해야”
이상과 같은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자 야3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기획재정위원 일동의 명의로 법인세 인상을 문제 삼았다. 브리핑에 나선 추경호 의원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국가경제와 재정운용의 기본원리를 무시한 것은 물론 정치적 계산에 의한 무리한 증세방안을 담고 있다”며 “무리하고 즉흥적인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재정운용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정부의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의 세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그 부담은 결국 모든 주주·근로자·협력중소기업·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증세이자 기업 발목 잡는 증세, 일자리 감소 증세”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경제가 어렵다며 추경까지 강행한 정부가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인세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으로 정부정책의 일관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경제의 기본원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며 “기업발목 잡는 증세인 정부·여당의 법인세 인상 계획은 당장 철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고구간에 대해 소득세율을 인상한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세율을 올리겠다는 것은 조세 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결코 신중하지 못하다”라며 “최근 수년간 고소득 구간에 대해서만 세율이 집중적으로 계속 인상됨에 따라 소득세 체계의 왜곡 심화 및 근로와 저축의욕 저해·소득탈루와 같은 탈세 유발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앞으로 조세 지원의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점검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민생안정·기업활력 제고·경제활성화 등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심도 있게 검토·심의하겠다”며 법안심사에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 이용호 국민의장 정책위의장은 “국민의당은 정부에게 공약 가계부를 다시 제출하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복지 확대를 위한 조세재정 구조개혁을 위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국민의당 “종합 청사진 없어” 바른정당 “독선·독주 증세”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논평에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생색내기용”이라며 “100대 국정과제에 필요한 소요재원 마련 등 향후 재정소요 및 조달방안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문재인 정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국가부채를 늘릴 것인지 아니면 공약을 내팽개칠지 모른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정부와 여당은 전면적 재정개혁을 위해 복지 및 재정구조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야당 및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의장은 “국민의당은 정부에게 공약 가계부를 다시 제출하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복지 확대를 위한 조세재정 구조개혁을 위해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증세 논의는 하루만의 말 바꾸기 증세”라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부자증세’식 ‘포퓰리즘’ ‘물타기’ 증세고 여야정 협의를 하자더니 그대로 밀어붙인 ‘독선·독주’ 증세”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여당의 기존 세법 조정안이 나오고 불안감이 확인되자 문재인 정부는 3억 원 초과 5억 원 미만 구간을 만들지 않겠다는 식으로 밝혔다”며 “그러나 세법개정안에서 결국 여당 안이 관철됐다. 몇 번에 걸친 정부의 말 바꾸기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증세를 반대하지 않지만 이런 식의 논의는 안 된다는 합리적 고민과 문제의식에 귀를 닫으며 밀어붙인 문재인 정부의 세법개정안”이라며 “우리는 당초 초대기업에 대해 감세 이전으로 올리는 방안에 반대하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 추세를 감안해 신중한 논의를 해 가야 함을 주문했다”고 강조했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은 복지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라면서 “OECD 평균수준의 복지국가에 도달하기 위해서도 보편적 누진증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의원실
◆정의당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등 보편적 누진증세 필요”
이런 와중에 정의당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정미 대표는 3일 정의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세법개정안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정부는 증세논의의 문을 열어 기대감을 키우더니, 국민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세법개정안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첫 세법개정안은 1차적으로 대선공약에도 못 미치는 한계를 안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연 12조 2,000억 원의 증세방안을 공약한 바 있지만, 이번 세법개정으로 확보되는 세수는 연간 5조 5,000억 원 수준이다. 대선공약이었던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도 사라졌다”고 문제점을 밝혔다.
 
이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벗어나, 부분적으로나마 증세로 방향을 튼 것은 환영할 만하다”라면서도 “그러나 현 정부는 이명박정부의 ‘대기업감세’나, 박근혜정부의 ‘서민증세’를 보다 적극적으로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마구잡이로 풀어놓은 법인세 규제를 정상화 하는 데는 크게 부족하다”며 “법인세의 경우 이른바 MB감세 규모가 연간 8조원 수준인데, 이번 세법개정안은 연 2조원 증세에 그칠 뿐이다.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도 그 대상을 대주주로 제한하는 등 증세대상을 지나치게 좁혀놓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진짜 문제는 증세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앞세워 구조적 저성장과 양극화를 넘어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재정의 선도적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도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국한시킨 5~6조원 규모의 살림자금 마련으로, 정부가 내세운 ‘사람중심 경제’ 구현은 어림없다”면서 “정부는 현실성 떨어지는 재원조달방안 외에, 세수의 자연증가분과 세출 구조조정에 기댄다는 언급도 내놨지만 너무 한가한 소리다. 그 정도로 우리의 대내외여건이 녹록치 않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정의당은 복지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라면서 “OECD 평균수준의 복지국가에 도달하기 위해서도 보편적 누진증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야당, 반대만 말고 여야정협의체서 논의하자”
이런 와중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서야 여기저기 달래기에 급급할 뿐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3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만큼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본격적으로 과세 정상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현재 야당에 여야정협의체를 촉구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이 여야정협의체 ‘불참’을 고수하고,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데다 야3당이 정의당 참여를 반대하고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우 원내대표는 “여야정협의체는 각 당의 정리된 입장을 조율하고 논의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이라며 “야당은 정부정책에 이견이 있다면, 먼저 여야정협의체 구성부터 협조하고 테이블에 앉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협의체 안의 공식 테이블 위에 과세 정상화와 관련한 모든 것을 올려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며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지 말고, 협조할 것은 협조해서 한 여름 더위에 힘든 국민들에게 ‘시원한 협치’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겠다”고 당부했다.
 
인수위원회도 없었고 허니문기간도 없는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인사청문회와 추경 정국은 넘어섰으나, 세법개정과 부동산 대책 등 가는 길목 마다 발목을 잡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믿었던 정의당 마저 더 많은 과세, 보편 과세를 주장하며 민주당의 행보를 꼬이게 하고 있다. 결국은 국민의당이 지도체제를 갖추고, 바른정당과 함께 세법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나마 난국을 풀 돌파구가 아닐까한다. 이 과정에서 어쩌면 정의당은 여야정협의체에서 자연히 소외되는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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